'이재명 대항마' 김동연 급부상...'경기지사의 저주' 깰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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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기자
입력 2022-06-1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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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연, 남경필 만나 "협치에서 시작, 중장기적 연정모델 검토하겠다"

  • 이재명·김동연 1시간 회동…"좋은 말씀 부탁한다"

  • 김동연 '경기지사 저주' 극복할 수 있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이 지난 6월 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의원실을 찾은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8일 남경필·이재명 두 전직 경기지사와 회동하는 등 연일 협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당선인은 국민의힘 측 인사를 인수위원에 포함하는 합의를 한 데 이어 협치를 위한 공약추진 특별위원회를 인수위원회에 설치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는 기존 배타적인 여야 대결 구도에서 벗어나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새롭고 큰 정치'를 하겠다는 뜻이다. 대선과 지선 패배로 리더십 공백 상태에 빠진 민주당에서 어느 정도 반향을 불러일으킬지 관심이 쏠린다.

◆김동연, 남경필 만나 "협치에서 시작, 중장기적 연정모델 검토하겠다"

김 당선인은 지난 8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광교카페 거리의 한 식당에서 남 전 지사와 만나 오찬을 마친 뒤 도정 운영과 관련한 조언을 구했다.

김 당선인은 1시간30분가량 남 전 지사와 대화를 나누고 기자들과 만나 "남 전 지사께서 전임 지사셨기 때문에 제가 연락드려서 한번 뵙자고 했다"며 "전 전임 지사로서 도움 말씀을 청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남 전 지사님이 협치와 연정에 대한 오랜 경험, 그 과정에 있었던 정책연대와 인사·예산권의 연정 등을 많이 말씀해 주셨다"며 "어제 제가 국민의힘 경기도당을 방문해 협치를 이야기하고 인수위원으로 초청한 데 대해 굉장히 바람직하다고 평가해 주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특히 도의회가 딱 반반(더불어민주당 78명, 국민의힘 78명)인 상태에서 정무적인 판단과 또 여러 가지 나올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조언을 해 주셨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 당선인은 "기초자치단체장과의 소통 문제, 의사 결정에 있어서 그 권한은 나누면서 과정을 투명하게 하는 것을 굉장히 강조하셨다"며 "제가 소속된 당이 아닌 다른 당과의 소통에 있어서, 일 처리에 있어서 어떤 정무적인 판단과 그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좋은 충고도 해주셨다"라고 소개했다.

김 당선인은 남 전 지사가 실시했던 '연정 모델'이 자신이 추진하는 협치보다 훨씬 많이 나아간 모델이라고 평가하고, 중장기적으로 '연정 모델'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기도뿐 아니라 중앙정치 차원에서 중장기적으로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단계에서는 우선 낮은 단계의 협치부터 시작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며 "일단 문지방을 넘어야 한다. 그러면서 경기도를 위해 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방안이 무엇인지 찾아보겠다"라고 했다.

김 당선인은 "정치공학적 측면이 아니라 경기도와 경기도민을 위해 가장 바람직한 게 뭘까 생각한 것"이라며 "도민을 위한 길에 여·야가 어디 있고, 진영과 이념 논리가 어디 있겠나. 그런 차원에서 이번 도의회 선거 결과가 어떻게 됐든 간에 저는 협치를 제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김동연 1시간 회동…"좋은 말씀 부탁한다"

김 당선인은 이어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재명 전 지사(현 민주당 국회의원)를 만나 다시 한번 '협치'를 강조했다. 두 사람은 6·1 지방선거 이후 처음으로 만나 약 1시간 동안 환담했다.

김 당선인은 이 전 지사를 향해 "전임 도지사이니 가르침을 받고 좋은 말씀을 들으려고 이렇게 (왔다)"면서 "좋은 말씀 좀 해주시고 코치도 해주시라"고 했다. 이에 이 전 지사는 "저보다 훨씬 더 잘하실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는 국민의힘 인사를 도지사직인수위원회에 포함하겠다는 방침을 설명하자 이 전 지사는 "잘하셨다. 도정은 통합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당선인은 회동을 마친 뒤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박빙의 승부가 됐는데, 경기도민이 민주당에 대한 엄중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과 동시에 견제와 균형을 위해 민주당이 건전한 비판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하는 의견이 있었다"면서 "일할 사람을 뽑자는 생각이 작용했겠지만, '박빙'이라는 결과는 민주당에 대한 경고와 질책, 기대의 의미가 함께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의견이 (이 고문과의 대화 도중에) 나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권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대권 문제는 전혀 관심이 없다"면서 "도지사 당선인으로서 도민을 생각하며 열심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동연 '경기지사 저주' 극복할 수 있나

김 당선인이 차기 대선 주자 물망에 오르자 정치권에서는 '경기지사의 저주'가 다시 언급되고 있다. 대권에 도전했던 역대 경기지사들 모두 나름 출중한 능력을 지녔지만 다양한 이유로 끝끝내 대망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인구 1300만명이 넘는 곳으로 대도시와 농어촌이 공존해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이에 경기지사직을 원만하게 수행한다는 것은 곧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기에 충분한 경륜을 갖췄다는 이야기도 가능하다.
 
29대 경기지사였던 이인제는 판사 출신 노동인권 변호사이자 최연소 노동부 장관이다. 이 전 지사는 1990년대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대선 경선 불복과 잦은 당적 변경으로 대표적인 철새 정치인으로 낙인찍혔다.
 
30대 임창열 전 지사는 IMF 극복의 주역이자 판교 테크노밸리단지의 주춧돌을 놓은 것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뇌물수수 문제에 발목이 잡혔다.
 
31대 손학규 전 지사도 여의도 정치권에서 인성과 능력 모두 높은 평가를 받아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중요한 고비마다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특히 20대 총선 전후 정치적 판단력에는 큰 아쉬움이 뒤따른다는 평가다.
 
32~33대 김문수 전 지사 역시 재임 시절 민선 최초 경기지사 연임에 성공하는 등 행정과 소통능력에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소위 '도지사입니다' 논란 이후 내리막을 걸었다.
 
34대 남경필 전 지사는 보수정당에서 가장 리버럴한 정치인으로 꼽혔다. 소속 정당 내부에서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중도층의 표심을 공략할 수 있는 정치인이라는 뜻도 됐다. 그렇지만 장남의 군 가혹행위 논란 등 가정사에 발목이 잡혔고 끝내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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