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진출 전략 수정한 HBO, 넷플릭스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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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연 기자
입력 2022-06-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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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OTT에 주요 콘텐츠 다시 공급…웨이브와도 협상

  • 워너미디어 합병·OTT 위기론·디즈니+부진까지…신중해진 글로벌 OTT

HBO 맥스 로고 [사진=HBO맥스 트위터]

미국 주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HBO맥스'가 한국 진출 전략을 수정한 가운데 넷플릭스에도 콘텐츠를 다시 공급하기 시작했다. 한국 진출 시기를 연기한 만큼 다시 콘텐츠 창구를 확대하는 것이다. 

8일 미디어 업계에 따르면 최근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서비스하는 콘텐츠에 HBO와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옛 워너미디어) 작품이 하나둘씩 추가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린 '프렌즈'를 비롯해 '리버데일', '인터스텔라' 등 주요 시리즈와 영화를 볼 수 있다.

왓챠에도 '나의 눈부신 친구 시즌3', '스테이션 일레븐' 등 HBO의 최신작이 공급되고 있다. 

이는 HBO맥스의 한국 진출 일정이 연기된 영향이다. 한국에서 서비스 중인 경쟁 OTT사에 콘텐츠를 공급하지 않을 이유가 더는 없어진 것이다. 

HBO는 웨이브와도 콘텐츠 공급 계약 연장을 논의하고 있다. 웨이브 관계자는 "아직 계약 연장에 대해 협의 중"이라며 "HBO맥스 오리지널 콘텐츠까지도 포함해 논의 중이다"라고 밝혔다. 

HBO맥스는 당초 올해 하반기 한국 시장에 직접 진출할 계획이었다. 콘텐츠 경쟁력 차별화를 위해 지난해 넷플릭스, 왓챠 등 국내 서비스 중인 주요 OTT에 콘텐츠 공급을 중단했다. 올해 7월까지인 웨이브와의 대규모 콘텐츠 공급 계약이 만료된 뒤 한국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라는 것이 미디어 업계의 중론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워너미디어는 임원, 디자이너, 콘텐츠 마케팅 등 30여개에 달하는 서울 근무 HBO맥스 직원 채용 공고를 올리고 면접까지 진행했다. 이 같은 추측에 무게를 실어준 것이다. 

그러나 HBO는 2024년 이후 한국에 진출하는 것으로 전략을 변경했다. 당시 대규모 인력 확보에 나섰지만, 면접까지 거치고도 통상적인 채용 과정에 비해 결과 발표가 지나치게 늦어졌다. 한국 진출 계획을 대거 수정하면서 채용 계획도 무산됐다.

이는 워너미디어가 디스커버리와 합병하며 HBO맥스의 한국 진출 전략에 변동이 생긴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4월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는 430억 달러(약 54조원) 규모의 합병 계약을 최종 완료하며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로 재출범했다. 앞서 지난해 미국 대표 통신사 AT&T는 자회사 워너미디어를 분리해 디스커버리와 합병에 나섰다. 

합병을 앞두고 워너미디어 고위 경영진이 대거 사퇴하고, 디스커버리 최고경영자(CEO)였던 데이비드 재슬러브가 합병 법인의 새 CEO를 맡게 되는 등 내부에도 변화가 컸다. 합병 이후 HBO맥스와 디스커버리의 OTT '디스커버리+'를 합친 통합 플랫폼 출범을 논의 중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기에 최근 '넷플릭스 쇼크' 또한 HBO맥스의 한국 진출에 부담감을 실어줬다. OTT 업계 경쟁 심화로 글로벌 1위 업체인 넷플릭스까지 휘청이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지난달 19일(현지 시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가입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20만명 줄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가입자가 감소한 것은 11년 만에 처음이다. 1분기 순익도 전년 동기 대비 6.4% 줄었다. 여기에 2분기에는 가입자가 약 200만명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비용 절감으로 성장세 둔화를 만회하기 위해 직원 150명을 감축하는 자구책까지 마련했다. 

넷플릭스 쇼크 여파가 이어지면서 'OTT 위기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 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2위 OTT인 '디즈니+', '애플TV+'의 초기 성적이 부진한 점 또한 HBO맥스의 계획 수정에 영향을 미쳤다. 

디즈니+는 겨울왕국, 어벤져스, 스타워즈 등 강력한 지식재산(IP)을 대거 보유해 론칭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넷플릭스와 시장을 양분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론칭 반년째인 현재 이용자 수는 국내 OTT에 많이 밀리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넷플릭스는 월간 이용자 수(MAU) 1153만명으로 1위, 이어 웨이브는 433만명으로 2위, 티빙은 386만명으로 3위, 쿠팡플레이는 302만명으로 4위다. 디즈니+는 153만명으로 5위를 차지했다. 

HBO맥스뿐만이 아니다. 이 같은 상황에 글로벌 OTT들은 한국 시장 진출에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 파라마운트(옛 바이아컴CBS)의 OTT '파라마운트+'다. 파라마운트+는 직접 진출 대신 국내 주요 OTT 업체와 손을 잡는 방안을 택했다. 파라마운트+는 티빙과 손을 잡고 이달 중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티빙 내 '파라마운트+ 브랜드관'을 론칭해 '스타트렉 디스커버리', '퍼피 구조대' 등 글로벌 인기 콘텐츠를 제공하고, 이준익 감독의 OTT 진출작인 티빙의 오리지널 시리즈 '욘더'에 공동 투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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