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히어로'가 된 ​김동연과 '생존형 모델' 이재명의 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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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논설고문·카이스트 겸직교수
입력 2022-06-06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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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취임 22일 만에 치러진 지방선거는 난국에 임기를 시작하는 새 대통령에게 일해볼 기회를 주자는 허니문 효과가 대승을 안겨줬다. 역대 대통령들도 취임 직후 선거에서 대부분 허니문 효과의 덕을 봤다. 이재명 송영길 등 대선 패장을 앞세운 더불어민주당의 선거 전략은 허니문 효과의 상승을 거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폭망'했지만 그나마 가느다란 희망의 불빛이 보였다면 김동연 히어로의 탄생일 것이다.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중 16 자리가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 결과대로 나왔다. TV를 끄고 잠자리로 들어가는 시청자들이 많아지던 새벽 5시부터 7시 4분까지 두 시간 동안 시청자들을 붙잡아둔 것은 0.15%p 표차로 승부가 갈린 경기도 지사 선거였다.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의 승복 선언은 다소 이른 감이 있었지만 깔끔해서 좋은 이미지를 남겼다. 그럼에도 김동연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서 승리를 선언하지 않았다. 신중함이었을 것이다. 전 국민의 시선 집중 시간을 연장하는 효과도 있었다. 그런데 김동연 후보 옆에는 정치판에서 낯이 익지 않은 수더분한 여성이 앉아있었다. 서울신탁은행에서 남편을 만났다는 그의 부인이었다.
한국인들은 자수성가한 정치인을 좋아한다. 세습 정치인이 많은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 간난을 극복한 드라마 같은 삶에 박수를 보낸다. 국민의힘에서 대권후보로 등장한 오세훈 홍준표 안철수 중에서 안 후보만 여유 있는 병원장 집안의 아들이고 오, 홍 두 후보는 빈한한 가정 출신이다. 여당과 야당에서 대선 고지로 다가선 다섯 가운데 넷이 개천에서 난 용인 셈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이 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현충탑에서 분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년가장으로 자수성가한 은행원 출신
 
김동연이 11살 때 부친이 타계하고 어머니는 채석장에서 일했다. 장남 김동연은 소년가장이 되어 청계천의 판잣집을 전전했다. 집안이 어려우니 대학 진학은 꿈도 못 꾸고 은행원이 되려고 덕수상고에 들어갔다. 역대 대통령 중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이 상고 출신이다. 그들의 성공은 DJ가 말하는 ‘상인의 현실감각’에도 연결될 것이다. 김동연은 은행에 입사해서 방송통신대학 강의를 듣다가 야간 대학(국제대)을 다니며 주경야독(晝耕夜讀)을 했다.
어려운 여건에서 25살인 1982년 제6회 입법고시와 제26회 행정고시를 합격했다. 교수 부모를 둔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서울법대를 졸업하고 9수를 해 31살에 사법고시에 합격한 윤석열 대통령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성격은 신체나 지능에 비해 유전적 요인의 영향이 적은 편이다. 오히려 사회경제적 성장 환경이나 형제간의 서열이 성격 형성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이재명은 성남의 빈민가에서 성장하며 검정고시로 중고교 과정을 마치고 중앙대 법대 장학생으로 들어가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18세까지 소년공으로 일하다 왼팔에 장애를 입었다. 유시민은 “이재명은 한 인간으로서 보면 생존자”라며 “이 후보를 보면 그 생각이 제일 먼저 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악조건을 딛고 일어선 강한 의지가 생존형 모델의 장점이라면 험한 세상에서 발버둥치느라 형성된 성격의 부정적인 측면이 ‘형수 욕설’이나 ‘검사 사칭’일 게다.
은연중 학벌을 따지는 공직사회에서 김동연은 방통대를 중퇴하고 야간대학을 다닌 학력으로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 때 비서실에서 근무했고 예산실장, 기획재정부 차관, 국무조정실장, 경제부총리를 했다. 치열한 노력과 자기관리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2015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주로 충청도 출신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금품을 돌린 리스트에서 부정한 돈을 사양한 두 명의 공직자 중 한 명으로 기록돼 있다. 관료 생활을 하면서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아 미국 미시간대에서 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졸 은행원 정우영은 김동연과 서울신탁은행 증권대행부에서 함께 근무하며 사랑의 싹을 틔웠다. 동국대 대학원에서 유아교육학을 전공했다. 지난 대선의 검증과정에서 후보 부인들이 상처를 많이 입었는데 김동연이 국민의 시선 집중을 받는 자리에 부인을 동석시킨 것을 보면 이 대목에 신경을 쓴 듯하다.
김동연은 1957년 충북 음성에서 태어나 어릴 때 가족들과 함께 서울로 이주했다. 정우영은 충남 논산 출신으로 충남북 커플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 PK 후보(노무현 문재인)는 두 번 성공사례가 있지만 이번 대선에서 TK 후보는 실패했다. 호남 후보 중 DJ는 4수 끝에 성공했고 정동영은 실패했다. ‘민주당의 호남 후보’는 DJ 같은 큰 인물이 아니면 시너지가 나오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이번 대선을 보더라도 영호남 대결구도에서 캐스팅 보트인 충청 출신 후보를 가진 쪽이 유리하다.

이재명 대표론 5년 동안 ‘대장동’ 헤어나지 못한다
 
이재명은 대장동과 관련해 특검과 검찰, 어떤 식으로든 수사를 받아야 한다. 본인 스스로도 받겠다고 했다. 대장동이 들어있는 경기분당갑을 피해 송영길이 5선을 한 인천계양을에 출마해 당선되자 ‘방탄복’ 금배지라는 말이 나왔다. 중범죄에 관한 혐의로 수사를 받아야 할 사람이 당 대표가 되려는 것은 당과 당원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화천대유의 김만배 등 7명이 8500억원을 챙긴 대장동 설계방식은 의문 투성이다. 김만배는 이재명 시장의 측근들과 아주 가까운 사이였다. 대장동 못지않게 문제가 큰 것이 성남FC 후원금 유용 의혹이다. S 기업이 이재명씨 선거법 위반사건의 변호사비를 대납했다는 의혹도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재명이 당권을 잡고 대권 재수에 나선다면 민주당은 5년 내내 이재명 성남시장 시절에 생긴 의혹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부산시장 충남지사의 성추행으로 빚어진 보궐선거에서 패배하면서 내리막길로 들어섰다. 민주당 고위직들의 내로남불, 20년 집권 운운하는 오만, 조국 사태, 서울 집값 폭등, 원전 폐기 같은 이념 정책으로 민심에서 멀어져 갔다. 민주당이 대선 지선 패배를 탈탈 털고 일어서 5년 뒤 재집권의 기회를 잡아보려면 경제를 잘 알고, 실용적이고, 결정적 흠이 없는 인물이 당의 중심에 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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