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장애물' 넘은 동원그룹...'오너 2세' 김남정 부회장 체제 굳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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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라다 기자
입력 2022-05-24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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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원산업·엔터프라이즈 합병 발표에 소액주주 등 반발

  • 오너 비율 낮추는 '용단'...주주 반대에 사실상 백기

[그래픽=아주경제]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 비율이 조정되면서 동원그룹 지배구조 개편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합병 이후 지주회사가 될 동원산업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오너 2세' 김남정 동원 부회장의 지배력도 합병 이후 더욱 강화되며 외연 확장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김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는 시점도 앞당겨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오는 10월 1일 합병할 예정이다. 동원산업이 현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합병하는 식이다. 

아직 합병 절차는 남아 있다. 두 회사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오는 8월 30일 주주총회에서 반대 의견을 표하고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합병 반대 의사 통지 접수 기간은 오는 8월 15~29일이며, 주식매수청구권은 8월 30일부터 9월 19일까지 행사 가능하다.  

최근 동원그룹이 소액주주와 기관투자자 반발을 샀던 두 회사 간 합병비율을 낮추는 결단을 내리자 시장 반응도 우호적으로 돌아선 모습이다. 동원그룹의 이번 합병안에 대해 강하게 반대 목소리를 냈던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도 "우리 기업거버넌스 발전사에 의미 있는 일보 전진"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앞서 동원은 지난 18일 두 회사 간 합병 비율을 자산 가치 기준으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 비율은 기존 1대 3.8385530에서 1대 2.7023475로 조정됐다. 주주들이 문제 제기했던 부분은 오너 일가에 유리하게 합병 비율이 산정됐다는 점이다. 동원산업의 지분가치를 과소평가하고 동원엔터프라이즈에 유리하도록 산정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러한 비판에 동원이 한발 물러나 합병비율을 조정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동원산업이 소액주주들의 요구를 수용해 동원산업의 합병가액을 기준시가가 아닌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변경하면서다. 이에 따라 오너 일가의 동원산업 지분율은 65.8%에서 58.6%로 약 7%포인트 낮아지게 됐다. 김 회장 지분율은 기존 17.38%에서 15.49%로, 김 부회장은 기존 48.43%에서 43.15%로 내려간다. 그럼에도 김 부회장은 새 지주사가 될 동원산업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그룹 내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졌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기존에는 동원엔터프라이즈와 중간 지배회사인 동원산업 두 단계를 거쳐 계열사를 지배했다면 합병 이후에는 동원산업만으로 자회사를 거느릴 수 있다. 합병이 이뤄지면 스타키스트 등 손자회사였던 계열사들도 자회사로 지위가 바뀐다. 김 부회장 영향력이 모든 자회사에까지 미칠 수 있게 된 것이다. 

김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는 시점도 단축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 부회장 형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은 김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1년여 만에 회장으로 승진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2004년 동원그룹에서 분리돼 김 부회장 형인 김남구 회장이 맡고 있다. 김 회장이 1935년생(87세)이라는 점에서 합병 이후 지분 승계가 이뤄지지 않겠냐는 예측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김 명예회장이 여전히 건강하고 김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할 계획은 없다"고 일축했다.

동원은 향후 지배구조가 단순화되면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도 더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동원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제약이 많았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현금 창출 능력이 떨어지고 동원산업은 계열회사 지분 취득 행위 제한으로 인수합병 주체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없었다. 

동원은 합병 절차가 완료된 이후 동원산업 중심으로 투자 부문을 일원화하고 축육·2차전지·물류 등 신사업 투자를 확대해 식품기업을 넘어 ‘생활산업 그룹’으로 발돋움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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