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심해지는 완성차 출고대란에 국내 폐차 시장과 중고차 시장까지 흔들리고 있다. 폐차 시장은 1년 사이 폐차 건수가 뚝 떨어졌으며, 중고차 시장에는 마치 아파트 분양권처럼 웃돈이 붙어 신차보다 가격이 비싼 매물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23일 한국자동차해체재활용협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폐차대수는 86만4417대로 전년 95만816대와 비교해 1년 만에 9.08% 줄어들었다.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97만5411대와 비교하면 11.37%로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2020년 말부터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본격화한 것을 고려하면, 완성차 제조사들의 생산 저하가 폐차 대수에 일부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내 폐차 시장은 연간 2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단순한 폐차에 그치지 않고 폐차 부품 수출과 유통, 부품 재제조 등 다양한 산업으로 이어진다. 완성차 출고 적체가 장기화할 경우 폐차 거래 위축부터 연관 산업 침체까지 불러오는 도미노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중고차 시장에서는 출고대란에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테슬라 차종은 국내 주요 중고차 거래 사이트에서 신차보다 비싼 매물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일부 차주는 2년 이상 몰던 테슬라 차량을 무려 1000만원 이상 높은 가격에 내놓고 있다.

2019년형 테슬라 ‘모델3’ RWD의 경우 출시 당시 5239만원에 책정, 국고 보조금 900만원에 지자체 보조금 최대 1000만원을 더하면 3000만원대에 구매가 가능했다. 현재 중고차 시장에서 해당 모델은 5000만원대까지 치솟았고, 이마저 나오는 매물이 적어 거래 성사 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 외에도 전기차를 중심으로 출고 기간이 1년 이상인 인기 차종은 대부분 웃돈을 줘야 거래가 가능한 형편이다.

중고차 가격 폭등에 장기 렌터카 시장은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즉시 출고가 가능하다는 점이 효력을 발휘하면서 국내 장기 렌터카 시장 40% 이상을 점하는 롯데렌터카와 SK렌터카는 올 1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1분기 롯데렌탈 매출은 648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0.0% 늘어났으며, 영업이익은 705억원으로 43.4% 증가했다. SK렌터카도 1분기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25.0% 증가한 3109억원, 영업이익은 16.3% 늘어난 229억원이다.

수익성이 비교적 높지 않았던 단기 렌터카도 혜택을 보고 있다. 국내 관광 수요 회복에 힘입어 제주도 등 주요 관광지는 평일 90%, 주말 100%에 달하는 높은 예약률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렌터카업계가 호황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원자재 가격 급등세로 인한 카플레이션 현상이 여전해 완성차 업체들의 출고대란 해소가 올해까지 요원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올 1분기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보이는 상위 5개 업체는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이상 성장세를 보였다. 인피니언은 매출 약 33억 유로(약 4조4000억원), 영업이익 약 8억 유로를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2%, 62% 증가다. 

NXP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 77% 증가한 약 31억 달러(약 3조9000억원), 9억 달러를 기록했다. 르네사스는 매출 3467억엔(약 3조45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 고공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1001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1.5% 폭증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몇몇 기업이 차량용 반도체 내재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단기간에 수급난을 해결할 뾰족한 방법은 없다“며 “출고 적체 물량까지 정상적으로 소화하려면 최소 내년 중반은 갈 것으로 보이며, 대형 파운드리가 양산 규모를 늘리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해소 방법“이라고 말했다.
 

서울 장안평중고차매매시장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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