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삼성 박차고 나온 청년들… "새로운 기술로 미래시장 개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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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은 기자
입력 2022-05-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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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공지능 전문 스타트업 '리턴제로'

  • 정주영 CTO·이승준 CDO 인터뷰

리턴제로 이승준 CDO(왼쪽)과 정주영 CTO [사진=리턴제로]

‘대기업 입사=성공’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내로라 하는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스타트업을 창업하거나 초기 스타트업에 취업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다. 업력 5년차의 인공지능(AI) 전문 스타트업 리턴제로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부터 ‘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당근마켓·토스)라고 불리는 유망 정보기술(IT) 기업까지. 소위 꿈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회사에서 탄탄한 커리어를 쌓은 직장인들이 이곳에 몰려든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을 듣고자 최근 서울 강남구 리턴제로 사무실에서 정주영 공동창업자 겸 CTO(최고개발책임자)와 이승준 CDO(최고디자인책임자)를 만났다. 이들은 1980년대생 C레벨 임원인 동시에 대기업을 거쳐 스타트업에 안착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정 CTO는 스타트업을 창업한 이유에 대해 “대기업에서 느낀 갈증 때문”이라고 답했다. 직전까지 카카오에서 일했던 그는 “회사가 대기업으로 성장하고 카카오톡 서비스가 대중화되다 보니 예전만큼 급진적인 시도를 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컸다”고 회상했다.
 
이런 이유로 정 CTO는 카카오를 퇴사하고 이참솔 대표, 이현종 개발팀장과 함께 2018년 리턴제로를 설립했다. 앞서 세 사람은 2011년에도 스타트업 ‘로티플’을 공동창업한 바 있다. 당시 이들의 기술력을 눈여겨본 카카오가 인수합병을 제안하면서 대기업으로 향했지만, 결국엔 스타트업으로 발걸음을 되돌린 것이다.
 
두 번째 창업에 도전한 이들이 주목한 사업 아이템은 AI였다. 정 CTO는 “앞으로는 블록체인이나 AI 머신러닝 분야가 성장할 것”이라며 “창업 당시만 해도 일반 대중을 위한 AI 서비스는 전무했고, 이 분야에서 서비스를 개발한다면 새로운 가치를 낼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탄생한 게 눈으로 보는 통화 앱 ‘비토’다. 통화 녹음 내용을 AI가 문자로 자동 변환해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채팅처럼 보여주는 서비스다. 필요한 내용만 골라서 볼 수 있고 검색도 가능하다. 통화 업무가 많고 전화 내용 기록이 중요한 이용자뿐 아니라 청각 장애인 사이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으며 콜센터 등 기업에서도 수요가 커지고 있다.
 

이승준 CDO(왼쪽)과 정주영 CTO가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리턴제로] 

이 CDO는 이 같은 회사의 비전을 보고 합류를 결정했다. 정 CTO와는 카카오 초기 멤버로 함께 했고, 삼성전자를 거쳐 올해 초부터 리턴제로에서 디자인 총괄을 맡고 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사용자 경험(UX) 디자인을 통해 이용자가 앱을 사용하기 편리한 환경을 만드는 게 그의 일이다.
 
이 CDO는 “리턴제로 구성원들과 과거 카카오에서 함께 일하면서 회사 및 서비스를 성장시킨 경험 때문에 합류를 결정했다”며 “IT 대항해 시대에 맞춰 파도를 탈 수 있는 준비가 된 회사, 항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구성원들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리턴제로는 대기업에 비해 소통이 자유롭고 의사결정 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에 개발자가 디자이너에게, 디자이너가 개발자에게 서로 아이디어를 쉽게 제안하고 빠르게 반영한다”며 “이런 과정이 재미있고 업무 만족도가 높다”고 전했다.
 
비토 내 ‘통화 전 미리보기’ 기능이 대표적이다. 비토는 연락처 저장 여부와 상관 없이, 전화 수신 시 상대방과의 기존 통화 이력 및 문자 변화 내역을 팝업창 형태로 보여준다. 이 CDO는 개발자의 요청을 반영해 이 같은 기능을 추가했다. 이용자의 피드백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회사는 발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리턴제로는 2020년 3월 비토 베타 버전에 이어 2021년 4월 정식 버전을 출시했다. 정식 버전이 나온 지는 고작 1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누적 다운로드 수 50만건을 돌파했다. 누적 처리 통화 건수는 1억3000만건, 누적 음성인식 처리기간은 500만 시간을 넘어섰다.
 
시장에서도 주목도가 높다. 이전까지 한국어 음성 인식은 데이터 확보가 어렵고 수요가 적어 관련 시장에서 관심 밖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비토 개발 이후 대기업에서도 유사한 서비스를 속속 내놓으며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네이버는 2020년 11월 음성 기록 서비스 ‘클로바노트’를 출시했고,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통화 앱 서비스 T전화에 ‘AI 통화녹음’ 서비스를 추가했다.
 
정 CTO는 “경쟁사와 성능 자체는 비슷하지만 비용 측면에서 자사가 훨씬 앞선다”며 “최적화를 통해 서버 운용 비용을 절감했기 때문”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비토는 이제 무료로 서비스를 할 만큼 최적화가 됐다는 판단 하에 올해 2월부터 서비스를 전면 무료화를 실시했다”고 강조했다.
 

[사진=리턴제로]

리턴제로는 향후 통화녹음 및 음성인식 분야를 넘어 사업을 확장하며 AI 전문 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연내에는 비토 iOS 및 PC버전을 새롭게 출시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력 충원이 시급한 과제다. 리턴제로 직원 수는 지난해 30여명에서 올해 70여명으로 늘었지만, 회사의 성장세에 비하면 여전히 인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이 CDO는 “회사에서 하고 싶은 게 많은데 현재 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인력 시장이 과열돼 있다 보니 채용에도 어려움이 많다”며 “리턴제로는 아무것도 없는 제로(0) 베이스에서 전에 없던 새로운 기술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 회사다. 네카라쿠배당토 출신들이 와서 만드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궁금한 이들의 지원을 기다린다”고 전했다.
 
정 CTO도 “리턴제로는 자율 좌석제와 자율 출퇴근제, 자율 재택근무제를 도입했다”며 “개발직군에 고가의 최신형 장비를 지급하는 것은 물론 한 대에 수억원씩 하는 머신러닝 장비도 총 4대를 보유하고 있다. 연구에 부족함이 없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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