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연상호 감독, 류용재 작가가 마음 속 지옥에 빠져들지 않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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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객원기자
입력 2022-06-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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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불상이 나타난 마을에서 마음속 지옥을 보게 된 사람들과 그 마을의 괴이한 사건을 쫓는 초자연 스릴러 괴이.
배우들은 연기를 통해서 상황에 대한 몰입을 하면서 빠져들게 되지만 감독과 작가는 작업을 하면서 몰입을 하게 된다. 연상호 감독, 류용재 작가와 마음 속 지옥에 빠져들지 않는 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 티빙 제공/ 연상호, 류용재 작가 ]


 
Q. 감독님과 작가님께서 생각하는 괴이의 의미가 궁금합니다. 흔히 정상적이지 않거나 이상할 때 괴이하다고 하는데, 그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잖아요. 누군가는 정상이라고 보는데 누군가는 괴이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A. 연상호: 일상성에 관한 제목으로 뭐가 좋을까 하다가 괴이라는 제목으로 하게 됐어요. 

류용재: 연상호 감독님께서 지으신 제목인데 등장인물이 괴이한 상황을 마주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해요.
 
Q. 배우들이 인터뷰에서 연상호 감독님의 '연니버스'에 합류해서 영광이라는 말을 하는데 이러한 반응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A. 연상호: 너무 감사한 일이죠. 배우는 하나의 영화를 만들어가는 동료라고 생각하는데 동료가 늘어난다고 봐요.
 
Q. 영화 '반도' 이후 두 번째로 배우 구교환과 호흡을 맞추셨는데 첫 번째와 비교해 어떠셨나요?
A. 연상호: 반도 작업을 할 때만 해도 구교환 배우를 영화에서 어떤 포지션에서 작업을 할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쓴 작품에서는 조연이 개성 있다는 평이 있는데 구교환 배우가 이야기를 끌고 가는 역할을 잘해준 것 같아요. 개성 있는 조연들을 해치지 않고 주연의 역할을 잘해줬다고 생각해요.
 
Q. 구교환 배우의 말처럼 '괴이'는 '마음'이라는 단어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는데, 작가님은 이 작품을 통해 궁극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으셨는지 궁금합니다.
A. 류용재: 마음이라는 게 상처일 수도 있고 욕망일 수도 있는데 그걸 계속 신경 쓰면 거기에 사로잡히게 되는데 그걸 극복해서 살아갈 수 있을까 라는 의미가 담겨있어요.
 
연상호: 상처는 조금만 바라보고 좋은 건 많이 바라보라는 의미예요.
 
Q. 작품을 다 보시고 난 소감이 궁금해요.
A. 연상호: 완성됐을 때 낯선 부분들이 있었어요. 장건제 감독님의 개성이 많이 들어 있었던 것 같아요.
 
Q. 오컬트 소재와 '재난극'의 결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희생과 극복같은, 재난극이 주는 여러 특성들이 있을 텐데요. '괴의'를 표현하는데 있어 '재난극' 형태를 설정한 이유는 무엇일지요. 
A. 류용재: 재난극과 오컬트의 결합이 의미있다고
 
연상호: 좀비물도 오컬트물이었는데 지금은 재난영화처럼 진화가 됐는데 장르라는 것도 결합을 하면서 익숙해지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환각된 상황을 CG로 많이 쓴다는 걸 대본에 썼었어요. 실제로는 예산과 관련돼서 촬영할 때 어떤 걸 남기고 없앨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감독님께서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Q. 재난 소재 장르극의 특성일 수도 있지만, 위기상황이 발생하고 그 안에 고립된 인물들이 혼란에 빠져 인간성을 잃은 폭력성을 드러내는 이야기 구조나 초자연적 현상으로 빈번하게 등장하는 검은비, 까막귀 떼 등이 신선하지 않다는 반응도 나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연상호: 아쉬운 부분도 있다고 생각하긴 했어요.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중 하나가 현혹과 환각이었는데 편집으로 표현할 수 있지만 영상적으로 표현되기를 바랬거든요.
예산 등 현실적인 부분에서 제작진 측에서 정리를 하다 보니까, 익숙한 것들이 남아있었던 것 같아요.
 
류용재: 환각을 표현하는 부분에 있어서 과감하게 만들었던 것 같은데 작가적으로 쓰긴 했지만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을 적용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을 하지 않나 싶어요.
 
Q. 인간의 본성은 '연니버스' 작품들 속에 등장하는 메인 소재이기도 한데, 이러한 소재들을 관심사에 두고 매번 작품 속 세상으로 끌어오는 연상호 감독님의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연상호: 비일상성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다 보니까, 사람의 내면 등이 드러나는 이야기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 같아요.
 
Q. 누구나 마음 속의 지옥이 있는데요. 지옥의 순간을 어떻게 이겨내시나요? 그리고 지옥을 어떻게 상상하고 있나요?
A. 연상호: 마음은 알아보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요. 상처 같은 것도 계속 바라보면 덧난다고 생각해요. 어느 순간에는 그걸 바라보지 않아야 회복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의 지옥은 작품을 할 때인데요(웃음). 작품을 너무 몰입해서 힘들더라고요. 작업을 계속하면서 이겨내요.
 
류용재: 상처가 없을 수 없고 해결하는데 시간과 사람이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나 객관화해서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Q. 마음속의 지옥을 가지고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류용재: 억지로 이겨낸다고 해서 상처가 치유되지 않지만 그걸 객관화해서 바라볼 수 있는 마음과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금방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Q. 연상호 감독님의 작품에는 항상 모성애가 중요한 키워드로 등장하는 편인 것 같은데 최근 <돼지의 왕>을 제외하면 많은 작품에서 모성애, 부성애 코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랬고요. 감독님도 의식하고 있는 부분인지 궁금하고요, 그 키워드를 즐겨 활용하시는 이유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A. 연상호: 극단적인 상황에 빠져있는 배경에서 작업을 하다보니까, 마지막으로 하나를 남길 건 무엇인가를 고려하는데, 다음 세대를 위해서 남길 것을 고려했을 때 모성애와 부성애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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