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서 스페셜 칼럼] 공급망 대전쟁 ···자원·기술외교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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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 경희대 객원교수
입력 2022-05-1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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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경희대 China MBA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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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급 동맹이 '제2 요소수 사태' 만들 수도?
새 정부 들어서면서 언론에는 '안미경중(安美經中)' 시대는 갔다는 얘기가 난무하지만 이는 과장이다.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은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과 안보를 논한 적이 없고 혈맹인 미국과는 동맹을 바꾼 적이 없다.
2021년 기준 대미 수출 비중은 15%지만 홍콩을 포함한 대중국 수출은 31%에 달한다. 대미 흑자가 227억 달러인 데 반해 홍콩을 포함한 대중 흑자는 596억 달러로 대미 흑자 대비 2.6배다. 향후 5년간도 한국 최대 수출국이자 흑자국인 중국을 대체할 나라는 보이지 않는다.
미국을 방패로 삼고 중국에 대응하는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한 중국과 균형 외교는 전략상으로 최선이다. 그러나 미국과 더 단단한 동맹 강화는 상대적으로 쉽지만 중국과 균형 잡기는 그간 한국의 대중 외교 실력으로 보면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의 대중 경제의존도가 미국보다 월등히 높은 상황에서 정책 전환의 속도 조절이나 방향 조절을 잘못하면 사드 사태보다 심각한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 수입의존도가 50%를 넘는 품목은 1088개나 되고 70% 넘는 품목은 653개에 달한다.
예를 들면 한국이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동맹에 들어가 중국의 반도체 공급에 영향을 준다면 중국은 반도체를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 제2, 제3의 요소수 사태를 만들어 한국을 곤혹스럽게 만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철저히 국익 관점에서 미·중의 약한 점을 활용해 당당하게 하면 된다. 힘이 약한 개도국이지만 필리핀, 베트남, 인도의 대미·대중 외교가 좋은 사례다. 미국 편에 섰을 때와 중국 편에 섰을 때에 대한 철저한 손익 계산이 필요하고 미국과 중국에 터질 것을 두려워해 어설픈 외교를 하면 또 터진다.
 
바이든의 'IPEF'는 트럼프의 EPN의 데자뷔?
한국 새 대통령 등장에 역사상 처음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먼저 한국을 방문하고, 일본에서 열리는 쿼드 정상회담에 참석한다. 이번 바㎏이든 대통령 방한의 최대 이슈는 한국에 대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가입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20~24일 한국을 거쳐 일본을 방문해 미국 주도 경제협력 구상인 IPEF 출범을 추진한다
2020년 6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2년을 남겨두고 ‘경제번영네트워크(EPN·Economic Prosperity Network)'를 제안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반중 경제블록’으로 세계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미국 중심의 경제연합체를 만들자는 구상이었다. 미국은 한국을 비롯해 일본·인도·호주 등 우방국을 참여시킨다는 계획이었다.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기존 글로벌 공급망(GSC:Global Supply Chains)을 대체하려고 미국 국무부가 주도해 주변국을 압박했지만 트럼프 대통령 퇴임 후 흐지부지되었다.
바이든 정부 들어 2년이 지난 지금 IPEF가 등장했다. IPEF는 2021년 10월 바이든 대통령이 동아시아(EAS) 정상회의에서 새로운 통상 의제를 다룰 포괄적인 경제협력체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시작되었다. 디지털을 포함한 공정하고 탄력적인 무역, 공급망 회복, 인프라·청정 에너지·탈탄소화, 조세와 반부패 등 네 개 분야로 이뤄져 있다. 디지털 및 공정무역 이슈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나머지 3개 분야는 미국 상무부가 협상을 주도할 전망이다.
과도한 중국 의존에서 벗어나 미국 중심의 새로운 공급망을 건설하자는 IPEF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트럼프 정부 시절 EPN과 기시감(旣視感)이 있다. IPEF는 이름만 바뀌었지 트럼프 행정부가 시도하던 탈(脫)중국 전략, EPN의 데자뷔다.
이번에도 반대파가 있으면 통과하기 어려운 법률이나 조약이 아닌, 국회 동의가 필요 없는 국가 간 협약 형식이다. 주도 부처가 국무부가 아니라 상무부와 USTR로 바뀌었을 뿐이다. 지금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역대 최근 대통령 6명 6명 중 최악이고 트럼프보다도 낮다. 문제는 2년 후 바이든이 재선하지 못한다면 IPEF도 다시 EPN의 길을 가지 않을 도리가 없어 보인다.
1980년 이후 40여 년간 기술력과 생산효율이라는 ‘경제논리’에 따라 형성된 기존 GSC와는 달리 미국 행정부와 대통령이 2년 만에 급조한 EPN과 IPEF에는 ‘정치논리’가 듬뿍 담겨 있고, 정치인의 퇴임과 함께 퇴조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 40년간 만들어진 글로벌 공급망은 미국 정부 지도자 2명이 한 방에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긴 시간과 기술 변화 그리고 국제적 정치역학이 가미돼야 가능한 장기 프로젝트다
 
한국, 자원외교·기술외교가 시급하다
미국의 역글로벌화 전략은 확실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보다는 미·중 간 편가르기 전쟁터를 만든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으면서 세계는 자원 확보 공급망 전쟁을 벌이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세계는 아이러니하지만 '자원의 복수' 시대에 들어섰다.
지푸라기 하나가 낙타의 등뼈를 부러뜨린다. 세계 반도체·배터리 첨단 공장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중국의 희소가스와 배터리 소재가 없으면 멈춰 세워야 한다. 세계는 지금 '자원의 노예'다. 기술은 시장을 못 이기고, 기술은 소재를 못 이긴다. 지금은 원자재가 '슈퍼 갑(甲)'인 시대다.
자원 보유국들이 자원민족주의를 들고 나오고 있다. 돈과 외교, 기술만이 공급망 전쟁터에서 살아남는 무기다. 자원 개발은 돈으로 하는 것이다. 금융이 약하면 답이 없다. 금융기관과 기업이 자원 개발에서 투자 협력을 해야 한다. 외교는 상대의 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힘이다. 하나를 주고 두 개를 얻는 전략이어야 한다. 개도국의 자원민족주의는 자원외교로 뚫어야 한다.
중국이 싹쓸이한 중남미와 아프리카·중앙아시아의 자원은 기술로 뚫어야 한다. 광산이 아니라 현지에 정련기술을 제공해 광물자원수 출보다 몇 배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만들어야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 포스코 같은 세계적인 정련·제련기술 기업과 협업하는 게 중요하다.
한·중 관계에서 공급망 이슈가 커지면 첨단 기술이 가장 핫한 이슈가 될 수밖에 없고 한국은 대중국 공급망 확보가 최우선 과제다. 미국이 공급망 동맹을 통해 중국을 배제하려는 반도체·배터리·희토류·의약품 산업에서 한국의 대중 의존도는 각각 40%, 93%, 52%, 53%에 달한다.
중국산 부품 소재 하나가 한국의 자동차 산업과 물류시스템을 올스톱시켰다. 차기 주중대사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능력자가 필요하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대중 외교도 미·중 간 경제전쟁 변화에 대응해 전략적으로 정치외교에서 '기술외교'로 전환하는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고 4강 대사 중 주중대사는 '기술 전문가'를 보내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해 보인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푸단대 경영학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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