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서 스페셜 칼럼] 새 정부, 공급망 외교부터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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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 경희대 객원교수
입력 2022-04-1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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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경희대 China MBA 객원교수]



“균(菌)”이 앞당긴 4차산업혁명 세상

제래드 다이아몬드의 저서 <총균쇠>를 보면 유럽이 미주대륙을 식민지화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살상무기 총과 철로 만든 갑옷, 그리고 천연두 같은 균(菌)이었다. 면역력이 없는 미주대륙의 원주민들에게는 갑옷과 총으로 무장한 군대보다 균이 더 공포스러운 무기였다.

지금 세계는 4차산업의 문턱에 서 있다. 2016년 1월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의장이 '4차산업혁명'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이후 2등 하면 망하는 4차산업혁명 여명기에 전세계가 경쟁에 뛰어들었고 전세계 모든 CEO와 지도자들이 4년간 4차산업혁명을 노래 불렀지만 결과는 공허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천하대란의 시대를 만든 코로나19 균(菌)이 4차산업혁명을 앞당겼다. 코로나19로 내가 누구를 감염시켜 죽일지 모르고 누가 나를 감염시켜 나를 죽일지 모르는, 적이 사방에 깔린 천하대란의 시대가 도래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 것이 아니라 흩어지면 살고 뭉치면 죽는 시대를 만들었다.

비접촉의 시대가 2년째 지속되자 온라인 회의와 온라인 구매, 온라인 강의가 일상화되고 재택근무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코로나19는 가상화폐, 가상자산, 가상공간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은 시대를 단 2년 만에 만들어 냈다. 전세계 어떤 CEO와 지도자들도 하지 못했던 일을 코로나19 균(菌)이 한방에 해결했고 세상을 뒤집어 놓았다.

뇌가 없고 번식만 있는 균은 패권국 미국도 사회주의 국가 중국도 무서워하지 않는다. 세계 최강의 나라 미국의 최첨단 의료기술도 마스크와 자가격리만 못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헛발질이 1, 2차 대전에 사망한 군인의 수보다 더 많은 코로나 사망자를 냈고, 세계 최대의 확진자와 사망자를 만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코로나19가 만든 금융의 후유증이다. 100년 만에 온 최악의 코로나19 불황에 미국은 백신과 치료약이 아니라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 지하실의 달러 프린터로 막았다. 미국을 본뜬 전세계는 너나 할 것 없이 돈 풀고, 부채 늘리고, 보조금 퍼부어 경제를 살렸다.
 
돈의 복수가 시작된 “대발작(發作)의 시대”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무제한 양적완화(QE) 한다고 돈 풀 때는 좋았지만, 미 연준(FED)이 자산축소(Tapering)를 언급하자 금융시장은 경기(驚氣)를 했고, 이젠 금리를 올리고 양적축소(QT)를 시작한다고 하자 금융발작(Tantrum) 이 일어나고 있다.

돈은 불(火)과 같은 것이라서 잘 쓰면 유용한 것이지만 관리가 잘못되면 집을 태우고 동네를 태우고 나라도 태운다. 코로나가 안정화 단계에 들어가고 경제가 정상화되면서 돈이 돌기 시작하자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가 인플레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1980년 이후로 40년 만에 최대의 물가상승이 나타났다. 인플레 파이터를 자처하는 FED가 금리를 10번을 올릴까 11번을 올릴까 걱정하는 판이 벌어지자 그간 제로금리에 희희낙락했던 채권시장에 폭탄이 떨어졌고, 유동성의 힘으로 밀어 올린 기술주 시장과 가상자산 시장에도 패닉이 발생했다

“악마는 약한 놈부터 잡아먹는다”는 말이 있지만 미국 달러가 미국의 금리인상을 계기로 미국으로 회귀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외환이 부족하고 금융구조가 취약한 터키, 스리랑카 같은 나라에서는 이미 금융위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국 금융시장에서도 외국인이 수조 단위의 순매도를 지속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이동의 제한이 생산과 물류에 영향을 주면서 자원가격도 폭등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겠다고 푼 돈이 자산가격의 폭등에 부담을 느끼자 자원과 상품시장으로 몰려가 자원과 상품가격을 급등시키고 있다.

3월 18일 런던금속거래시장(LME)에서는 니켈가격이 중국 니켈기업의 공매도와 투기세력의 싸움으로 하루 만에 250% 폭등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고 결국 145년 런던금속거래시장(LME) 역사에서 당일거래 취소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자원과 상품가격은 코로나로 인한 생산부족에 더 높은 수익성을 쫓는 투기까지 가세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올라가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생산자물가(PPI)를 급등시키고 다시 소비자물가(CPI)로 전가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게 만들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도 시각을 달리하면 화석연료라는 천연자원의 복수다. 망한 제국 러시아는 석유와 천연가스로 무기를 만들었고, 유럽을 천연가스로 위협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점령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세계의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만 폭등시켰고 정작 러시아는 판로를 잃었다.

세계는 100년 이래로 가장 많이 풀린 유동성 때문에 가만 있어도 인플레인데, 석유, 천연가스, 금속, 희토류 등 자원가격의 급등이 물가상승에 다시 기름을 퍼부었다. 가히 “자원의 복수”라고 할 만하다.
 
“공급망 대전쟁의 시대”, 한국은?

우크라 전쟁은 러시아와 우크라의 세계 에너지와 자원시장 점유율 때문에 전세계를 '에너지 전쟁'을 하게 만들었고 미국이 러시아를 제재하면서 이것이 자원구매와 판매를 막는 '금융전쟁'으로 확산되었다. 지금은 그 후유증으로 런던금속거래소를 혼비백산시킨 '중국의 니켈대왕 사고'처럼 전세계에 '공급망 전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의 시대, 화석연료는 가고 태양과 바람의 시대가 오지만 핵심은 공급망이다.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신기술에 반드시 필요한 자원, '업스트림(Up-Stream)의 복수'가 시작되었다. 그간 완제품 중심의 다운스트림(Down-Stream)이 “갑(甲)”인 것처럼 보였지만 이번 우크라 전쟁을 계기로 갑이 바뀌었다.

자원보유국이 갑이고 이를 알아차린 인도네시아와 중남미국가들은 자원의 국유화를 시작했고, 여기에 목매야 하는 첨단기술 기업들은 이들 자원보유국에 아쉬운 소리 하지 않으면 당장 시장을 두고 손가락 빨고 있어야 하는 불상사를 맞고 있다.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가 최종병기 활인 한국은 세계공급망 대전쟁의 시대에 큰 리스크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반도체용 소재와 장비 그리고 가스를 미국과 일본 그리고 러시아에 의존하고 시장은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 반도체산업, 니켈, 흑연, 망간, 코발트 등 배터리용 소재를 최대경쟁자인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 배터리산업에 구조적 리스크가 있다.

미국이 대중국 봉쇄를 추진하는 반도체와 배터리에서 공급망 문제는 더 긴박하고 심각하다.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대전쟁의 시대다. 새 정부의 기업 국제경쟁력 살리기는 당장 자원외교, 공급망 외교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안된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푸단대 경영학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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