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ED 동맹 향배] 악화한 TV 시장 '최대 복병'...삼성전자-LGD, 협상 타결 '여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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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22-05-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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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간 TV용 대형 올레드(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공급 협상이 지지부진하다. 일명 ‘OLED 동맹’으로 회자하고 있는 양사의 협상이 이달을 넘기면 완전히 불발될 가능성도 크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이 잦아들고 있고 경기 악화, 물가 상승 등으로 TV 시장 수요가 줄어들면서 삼성전자의 차기 OELD TV에 대한 기대감이 한풀 꺾인 점도 한몫한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계약 기간과 공급 물량·가격 등을 두고 양사가 적극적인 타협안을 제시할 경우, 동맹은 급물살을 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9일 전자·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화이트(W)-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공급 협상 건을 이달 내 결론을 내지 않으면 양사 모두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삼성전자로선 이달 안에 협상의 종지부를 찍지 않으면 W-OLED TV 출시 준비와 관련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을 공산이 크다. LG디스플레이도 올해 1분기 저조한 실적을 만회할 대형 고객사를 놓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삼성전자아메리카가 사전 판매를 시작한 삼성전자의 QD-OLED TV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하반기 OLED TV 출사표?...최대 복병은 악화한 TV 시장
애초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이르면 올해 상반기, 늦어도 하반기 중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탑재한 W-OLED TV를 출시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양사의 협상이 계속 지연되면서 상반기 출시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다. 설령 하반기 출시를 준비하더라도 시간은 촉박해 보인다. TV 대목인 오는 11월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빠르게 출시를 준비하더라도 양사의 협상이 이달을 넘기면 출시는 위태롭다. 완제품 생산과 물류, 마케팅 등 일정을 촘촘하게 짜야 하는데,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에서 만든 TV를 선박으로 국내에 들여오는 데까지 넉넉 잡고 한 달이 걸린다. 이런 상황에서 OLED 동맹까지 늦어지면 삼성전자의 W-OLED TV 출시는 하세월이 될 수 있다.
 
최근 들어 악화한 TV 시장 상황은 양사의 협상을 어렵게 하는 최대 복병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TV 시장에서 출하량 예상치는 기존 2억1700만대에서 2억1500만대로 줄었다. 인플레이션 압력 등으로 올해 TV 시장은 지난해 2억1000만대에서 역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올해 OLED TV 출하량 전망치는 지난 1월의 846만대에서 최근 779만대로 낮춰진 상태다. 업계는 사실상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W-OLED 협상 지연을 반영한 결과라는 해석이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와의 OLED 동맹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시장이 악화하고 있는 와중에 OLED 패널을 굳이 비싼 가격에 구매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과 경기 악화로 인해 TV와 같은 고부가가치 상품의 판매가 둔화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시장의 큰 성장 동력이 없는 상황에서 무리한 추진을 할 필요가 없어 양사의 협상이 더 늘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LG디스플레이 모델이 CES2022에서 선보일 차세대 TV 패널 ‘OLED.EX’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LG디스플레이]

실적 나빠진 LG디스플레이, TV 최대 고객사 '삼성 물량' 확보 시급
반면 LG디스플레이로선 삼성전자를 고객사로 만드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가격 하락으로 지난 1분기 LG디스플레이의 실적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의 올 1분기 매출은 전 분기(8조8065억원) 대비 26.51% 하락, 전년(6조8827억원) 대비 5.98% 축소됐다. 영업이익의 경우 전분기(2조2306억원), 전년(5조2343억원)에 비해 각각 91.95%, 92.67% 감소했다. 다만 OLED TV 판매량은 40% 이상 증가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TV 판매 호조와 프리미엄 시장 내 비중 확대로 OLED 대세화는 가속할 것이란 판단이다. 이에 삼성전자와의 협상도 속도를 낼 것이란 기대다. 김성현 LG디스플레이 CFO(최고재무책임자)도 2022년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지난 분기에 밝혔던 것처럼 (OLED 동맹)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일각에서 제기된 협상 좌초설을 일축했다.
 
양사의 동맹이 이달 내 결론이 나지 않더라도 협상 타결의 여지는 남아있다. 이미 삼성전자는 최근 북미 시장에서 퀀텀닷(QD)-OLED TV 사전예약을 진행하는 등 OLED 시장 출시를 공식화한 만큼 적극적으로 점유율을 높일 전망이다. 회사 내부에서는 기존 프리미엄 TV 브랜드인 '네오 QLED TV'와 새로운 W-OLED TV와의 브랜드 차별화 전략이 OLED 동맹을 진전시키는 관건이란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네오 QLED를 포함한 LCD TV로는 여타 중국 업체와 차별화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크다"며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가 양산 중인 QD-OLED만으로는 OLED TV 라인업을 충족하기 어려운 만큼 LG디스플레이와의 동맹은 결국 시간 문제"라고 전했다.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 'OLED 동맹', 시장은 왜 주목하나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OLED 동맹을 업계 안팎이 주목하는 이유는 TV와 디스플레이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삼성전자는 뒤늦게 OLED TV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출, 프리미엄 라인업을 확장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삼성디스플레이에서 공급받은 QD-OLED 패널을 탑재한 TV의 사전 판매를 북미 시장에서 시작했지만, 가격·원가 경쟁력이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 TV 라인업의 최상단에 있는 마이크로 LED TV와 미니 LED TV도 초고가 전략이 어느 정도 먹히고 있지만 시장 확대에는 제한적이라 새로운 OLED TV 라인업이 시급하다.

LG디스플레이는 협상이 타결되면 '세계 1위 TV 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이점이다. OLED TV 대세화를 주도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는 1500달러(약 184만원) 이상 고가 TV 시장 2~4위인 LG전자와 소니·파나소닉을 고객사로 확보했지만, LG전자의 경쟁사인 삼성전자를 고객사로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삼성전자를 OLED 고객사로 확보하면 LG디스플레이는 시장에서 상당한 파워를 가지게 된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OLED TV 패널은 올해 100만~150만대, 내년 400만대, 2024년 500만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LG디스플레이의 OLED TV 패널 출하량이 745만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LG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를 고객사로 맞이할 경우 시장 지배력은 한층 커질 수 있게 된다.
 

글로벌 온라인 채널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기술 홍보 영상 장면. [사진=삼성디스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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