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각종 금융사기 속 고령층의 안정적인 노후가 위협받고 있다. 젊은층 대비 인지능력이 저하되고 상대적으로 낮은 정보접근성으로 인해 금융사기에 취약한 고령자를 대상으로 보이스피싱이나 문자피싱사기, 여기에 가족과 지인에 의한 경제적 학대도 종종 발생하고 있는 것. 이에 금융 부문에서의 사회적 약자인 고령자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9일 국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고령자 금융피해 방지를 위한 방안과 입법과제' 보고서를 통해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등 국내 법들은 금융피해에 대한 고령자 보호 측면에서는 아직 미흡한 실정"이라면서 "고령자 금융피해 방지를 위한 입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금융피해는 가해자와 가해경로에 따라 크게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금융사기 △금융착취 등 총 세 종류로 나뉜다.

우선 '금융상품 불완전판매'는 금융기관이 금융상품에 대한 설명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거나 고객의 투자목적, 성향과는 맞지 않게 부적합한 투자 권유, 자문으로 금융상품을 판매한 경우를 말한다. 이 경우 반드시 고객의 금전적 피해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나 고위험상품에 대한 정확한 안내 없이 은행 등에서 상품 판매가 이뤄졌다가 금전 손실 등 문제가 발생한 바 있다. 실제 지난 2019년 DLF·DLS 사태에 따른 대규모 투자자 손실 당시 은행권에서 만 70세 이상 고객에게 판매한 비중이 전체 투자잔액의 23%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고령층을 노린 금융사기 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60대 이상 고령자들의 보이스피싱 비중은 높다. 지난해 기준 60대 이상 연령층의 보이스피싱 피해건수는 1만2160건으로 전체 보이스피싱의 40.7%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고령층을 노린 보이스피싱 사기가 하루에만 34건가량 발생한 것이다. 작년 한 해 동안 신고된 보이스피싱 피해금액 역시 614억4521만원(전체 피해금액의 37%)에 달한다.  

자녀 사칭 문자 등을 통해 돈을 가로채는 메신저피싱 역시 주로 고령층을 노리는 범죄에 속한다. 금감원 측은 "사기범이 자녀를 사칭해 부모의 이성적 판단이 와해되는 취약점을 공략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작년 12월 사기범이 자녀인 척하며 보낸 문자를 그대로 믿은 60대 여성이 사기범 지시대로 자신의 스마트폰을 통해 악성링크를 클릭하고 개인정보를 전달해 총 2억7000여만원을 편취당한 사례도 있었다. 

고령층을 노린 금융범죄는 일면식 없는 제3자의 피싱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를테면 금융기관에 의한 고객자금의 횡령과 유용, 여기에 가족과 지인 등이 금융자산을 임의로 처분하거나 금융부채를 떠넘기는 등 가해자로 등장하기도 한다.  보건복지부와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이 발표한 '2020년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노인보호전문기관에 경제적 학대로 신고된 건수는 431건으로 집계됐다. '경제적 학대'란 당사자 의사에 반해 고령층으로부터 재산 또는 권리를 빼앗거나 경제적 권리와 관련된 의사결정에서의 통제 등을 하는 행위를 말한다. 

정부는 이에 고령층의 금융이용 불편을 해소하고 안전한 금융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2020년 8월 '고령친화 금융환경 조성방안'을 마련하고 고령층 금융피해에 대응하기 위한 금융기관 역할 강화방안등 입법 추진을 예고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홍성국 의원 등도 지난달 이러한 고령층에 대한 보호조치를 추가 보완하는 내용의 금소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해당 개정안에는 △일반·고령금융소비자(만 65세 이상) 구분 △나이에 따른 차별금지 △고령금융소비자에 대한 설명의무 △고령금융소비자 금융피해 수사 △고령층 금융피해 방지 교육개발 △고령층 대상 금융상품 비교공시 체계 △과징금 부과 시 고령층 여부고려 등이 담겼다.

그러나 같은 해 제정된 금소법이 이와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면서 현재까지는 법 제정에 대한 진전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입법조사처 측 설명이다. 조사처 측은 고령자 관련 입법 추진 시에는 우선적으로 법 체계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를테면 금소법에서 보호하는 '금융소비자'가 금융기관의 거래상대방으로, 여기에는 가족과 지인 등에 의한 금융착취 피해자가 포함될 수 없는 만큼 '노인금융피해방지법(가칭)'을 제정하는 방안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고령자 금융피해 방지에 대한 금융기관 직원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기준과 상황 발생 시 대처방법 등을 표준화하고 해당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다. 금융기관에 책임을 부여하면서 그 책임이 불명확하다면 금융 일선 현장에서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는 기관의 업무부담 증대와 금융소비자의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체계적인 입법을 위해 '금융피해'나 '고령자'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아울러 효과적인 정책 수립과 제도 개선을 위해 고령자 금융피해 실태조사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하며, 신고의무 위반자에 대한 처벌조항 마련 여부에 대한 검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조사처 측은 금융피해에 대한 고령자 보호 측면에서 국내법이 제도적으로 미흡한 만큼 법 형식과 금융기관 역할 강화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고령자 금융피해 방지를 위한 입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또 무엇보다 금융기관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협조가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기관의 고령자에 대한 이해도 제고와 금융당국의 역량 강화, 감독적 관심 제고 등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조사처 측은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규제와 관련해 금융기관의 설명의무도 중요할 수 있지만 고령자 눈높이에 걸맞게 설명과 상품권유를 하거나 금융당국이 디지털 금융발전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과정에서 고령자가 소외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는 것이 더욱 중요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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