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화폐 시대' 임박…준비태세 갖춘 한은 "모의실험 6월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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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22-04-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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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비대면 거래비중 확대로 디지털화폐(CBDC) 도입 필요성이 커진 가운데 지급결제 업무를 주관하는 한국은행의 역할론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한은은 국내에 적합한 최적의 CBDC 모델을 찾기위한 모의실험을 계속 이어나갈 방침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도 지급결제보고서'에 따르면 지급카드의 비대면 거래비중은 2019년 33.0%에서 지난해 40.7%로 상승하고, 모바일카드 비중도 3.8%에서 9.0%로 크게 확대됐다. 반면 현금 이용 비중은 2015년 29.0%에서 2017년 20.3%, 2019년 17.4%, 지난해 14.7%로 감소했다.

CBDC 도입 필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현금 사용 비중이 감소하고 디지털 결제 수단 사용 비중이 느는 만큼 디지털화폐 도입이 필요하단 판단에서다. 이에 발맞춰 한은은 6월까지 2단계 모의실험을 마치고 올 하반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2차 모의실험 평가 결과를 포함한 종합보고서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CBDC 모의실험 연구 추진 범위 [자료=한국은행]

한은은 CBDC 도입을 위한 기술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8월부터 12월까지 1단계 모의실험을 마쳤다. 가상 실험환경을 조성한 후 CBDC의 제조, 발행, 유통, 환수, 폐기와 같은 기본기능을 구현했다.

올 1월부터 6월까지 이어지는 2단계 모의실험에서는 통신이 단절된 상황에서의 오프라인 결제, 디지털 예술품‧저작권 등 디지털자산의 거래, 국가 간 송금 등의 확장 기능을 실험하고 있다. 외부전문가들과 함께 법률자문단 및 기술자문단을 구성해 법률 개정 이슈 및 분산원장의 성능 확장 등의 기술적 이슈를 점검할 방침이다.

아울러 분산ID 기반 신분확인 서비스 표준도 마련했다. 지난해 12월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는 '금융회사 분산ID 서비스 운용과 공유체계 표준'을 제정했다. 금융회사가 분산ID 서비스 제공 시 참조할 서비스 모델, 기능요건, 신원정보 발급‧제출 절차 등을 정의한 것이다.

분산ID란 본인을 증명하기 위한 신원 정보(성명, 주민등록번호, 거주지 등)를 스마트폰과 같은 형태의 정보지갑에 보관하고 본인증명이 필요한 경우 대상기관이 요구하는 정보만을 직접 선택해서 제시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신분확인 체계다.

지난해 12월 금융권 데이터 원격지 관리 가이드라인도 제정했다. 광대역 재해로부터 중요 금융데이터를 안전하게 보관‧관리하기 위한 금융회사의 금융데이터 소산 업무에 대한 지침이다. 

한은이 CBDC 개발에 집중하는 이유는 현금이용이 감소하고 스테이블코인 확산에 대한 정책대응 등의 측면에서 각국의 CBDC 도입 논의가 한층 더 심화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미국, EU, 일본 등 주요국은 관련 연구 및 실험을 계속 진행하고 있으며 국제기구에서는 CBDC를 국가 간 지급서비스의 고비용‧저효율 문제 개선에 활용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2월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 선수촌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지급수단으로 시범 사용하기도 했으며,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해 7월 착수한 '디지털 유로 프로젝트'를 통해 향후 1∼2년 내 CBDC 도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 기업의 시장지배력을 견제하는 역할도 기대된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한은은 "빅테크 등 민간이 새로운 지급서비스를 제공하며 방대한 거래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이용해 시장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개방적인 공공화폐 인프라인 CBDC를 통해 이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감시 방안도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과 금융안정위원회(FSB)는 공동으로 지급결제 관련 국제기준(PFMI)을 스테이블코인 시스템에 적용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아울러 미국, EU, 영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감시 방안을 내놓고 있다.

한은 역시 국제 논의에 활발하게 참여 중이다. BIS 지급 및 시장인프라위원회(CPMI), 동아시아·태평양 중앙은행기구(EMEAP) 지급 및 시장인프라 워킹그룹(WGPMI), 국제표준화기구(ISO)의 금융서비스 부문 기술위원회(TC68) 회원으로서 동 국제기구의 관련 논의에 함께했다. 국가 간 지급서비스 개선방안, 실시간총액결제방식 신속자금이체시스템 도입, 국제금융전문표준(ISO 20022) 도입, 바이오정보 분산관리표준의 국제표준화 등이 주요 논의 대상이다.

시중은행도 한국은행의 CBDC 도입에 발맞춰 중개기관, 송금, 결제 등의 서비스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 블록체인 기반 '멀티에셋 디지털 월렛' 개발을 통해 CBDC 충전·송금·결제 시스템을 구축한 데 이어 지난달 두나무 자회사이자 블록체인 개발 기업인 '람다256'과 전자지갑 서비스 도입도 추진 중이다.

신한은행도 LG CNS와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화폐 플랫폼 시범구축을 완료했으며, 하나은행도 스텍 크립토블록체인연구센터와 함께 CBDC 기술검증을 수행 중이다. NH농협은행은 지난 11일 LG CNS, 블록체인 기업들과 'CBDC 대응 파일럿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해 CBDC 유통·결제 기능을 검증하고, 전자지갑 서비스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1월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해 자체적으로 CBDC 기술 검증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향후 금융기관 등과 협력해 연계 실험을 확장해나간다는 계획이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추진 의사를 밝혔다. 이 총재는 인사청문회에 앞서 서면으로 진행된 고용진·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CBDC 도입 시기를 묻는 질문에 "CBDC 도입 취지에 대해 공감한다"면서 "하반기 들어 모의실험을 확대하되 기술적 기반이 완벽히 마련된 후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지난 21일 열린 취임식에서도 "국제사회의 변화 흐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면서 CBDC를 사례로 들었다. 그는 "CBDC의 경우, 이에 따른 제반 환경변화가 공공 지급결제 인프라와 통화정책의 유효성 등에 큰 영향을 주는 만큼 우리의 생존 문제로 생각하고 철저히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은 측은 각국이 최적의 CBDC 모델을 찾는 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윤성관 한은 금융결제국 전자금융부장은 "CBDC가 도입되기 위해선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우선 확보가 돼야 하고 사회적 합의도 도출돼야 한다"면서 "한은도 여러가지 모의실험을 진행하고 있지만 최적의 설계 모델을 언제 찾을 수 있다고 확답을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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