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주류가 되다] '물밑 장르' BL물은 어떻게 양지화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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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2-04-09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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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팬덤을 가진 BL 드라마 '시맨틱 에러', '블루밍'. [사진=왓챠, NEW]

이른바 '물밑 장르'로 치부되던 BL물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보이즈 러브(Boys Love)'의 약자로 남성과 남성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는 BL물은 오래전부터 여성 팬들 사이에서 인기였던 콘텐츠 중 하나였다. 아이돌그룹의 팬픽부터 BL 만화, 소설 등 다양한 콘텐츠가 탄생했고 창작자와 소비자의 열성과 애정으로 하나의 장르, 카테고리로 자리 잡게 됐다. BL은 실제 동성애자들의 문화, 환경 등과는 공통분모가 적고 여성 판타지를 녹여냈다는 점에서 동성애자들의 현실적인 문제나 사회현상 등을 짚어내는 성 소수자(퀴어) 장르와 궤를 달리한다.

열성 팬이 형성될 정도로 인기인 장르지만 팬들끼리도 쉬쉬하며 '음지 문화'로 즐겨왔던 바. 그러나 BL 웹소설, 웹툰이 엄청난 인기를 끌고 세계적 인기를 구가하면서 영상 업계에서도 BL물을 주의 깊게 보기 시작했다. 'IP(지식재산권) 확보'가 중요한 영상 업계인 만큼 단단한 열성 팬을 보유하고 있는 BL물은 매력적인 장르가 아닐 수 없었다.

황다슬 감독의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나의 별에게'를 시작으로 왓챠 오리지널 '시맨틱 에러', NEW의 '블루밍'이 연달아 히트를 치며 영상 업계에서는 BL 드라마·영화 제작에 엄청난 열의를 드러내고 있다고. BL물은 어느새 영상 업계의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

특히 '시맨틱 에러'의 경우는 6주 연속 TV 프로그램 1위를 기록하는 등 왓챠의 '효자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제작사, 배급사들을 놀라게 할 정도의 성과였다.

신예 배우 박재찬, 박서함이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컴공과 '아싸' 추상우(박재찬 분)와 그의 완벽하게 짜인 일상에 에러처럼 나타난 디자인과 '인싸' 장재영(박서함 분)의 캠퍼스 로맨스를 섬세하게 그리며 여성 팬들의 마음을 홀렸다. 원작 웹소설을 필두로 웹툰,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된 '시맨틱 에러'는 탄탄한 열성 팬을 가지고 있는 슈퍼 IP다. 검증된 재미를 가진 원작, 최고의 제작진, 웹소설·웹툰과 높은 일치율을 자랑하는 배우들의 찰떡 호흡으로 시청자들을 앓게 했다.

'시맨틱 에러' 박재찬(왼쪽), 박서함. [사진=왓챠]

드라마의 흥행으로 원작도 재흥행하게 되었다고. '시맨틱 에러' 연재처인 콘텐츠 플랫폼 기업 리디(리디북스)에서는 웹소설, 웹툰이 재흥행에 성공했다. 웹소설의 경우 이벤트 진행 전 대비 오픈 첫날 거래액이 916%, 이벤트 전체 기간 내 576%를 돌파했고, 원작 웹툰은 전월 같은 기간 대비 판매액 312%, 판매 수량은 340%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시맨틱 에러'는 BL물의 양지화에 방점을 찍은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BL 장르의 인기로 OTT 플랫폼, 제작, 투자·배급사들은 BL 웹소설, 웹툰 IP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영화 '변호인' '신세계' '부산행' 등을 제작한 NEW의 BL 드라마 제작 소식이다. 황다슬 감독이 연출을 맡은 드라마 '블루밍'을 시작으로 '따라바람' '본아페티' '트랙터는 사랑을 싣고'까지 4편을 공개할 예정.

NEW의 BL 드라마 중 스타트를 끊은 '블루밍'은 개봉주 네이버 시리즈온 주간 차트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였다. BL 드라마 1세대 감독인 황다슬 감독의 신작으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회자하고 있다.

드라마 '블루밍' [사진=NEW]

이외에도 올해 많은 BL물이 시청자들과 만난다. 배우 한기찬, 홀랜드 주연의 '오션라이크미'와 황다슬 감독의 '나의 별에게 시즌2'가 촬영을 마쳤고, 리디의 인기 웹소설 '신입사원' '을의 연애'도 영상화를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변화한 콘텐츠 생태계가 BL물의 양지화를 이끌었다고 보고 있다. OTT로 콘텐츠 접근성이 용이해졌고 제작자들은 다양한 콘텐츠 제작을 위해 소비자들의 니즈를 살피며 이른바 '음지 문화'로 불리던 BL물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되었다고 분석했다.

NEW 그룹커뮤니케이션본부 임성록 대리는 "BL 콘텐츠 시장은 오랜 기간에 걸쳐 탄탄하게 형성되었다"라며 "국내에서 20년 이상 쌓인 팬픽 문화의 연장선으로 BL 웹툰과 웹소설 시장으로 확장되며 성장을 견인했고, 해외에서는 K-BL의 인기가 장르적 매력과 함께 OTT 플랫폼 사이 콘텐츠 수급 경쟁에 있어 주요한 IP로 대두하고 있다"라고 해석했다.

또 "탄탄한 팬덤과 콘텐츠 소비 행태의 변화에 맞춰 BL의 양지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더욱 큰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라며 향후에도 BL물의 인기는 계속되리라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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