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칼럼] 펫코노미 경쟁력은 반려동물의 시선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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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입력 2022-04-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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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날씨가 따스해지니 산책을 자주 하는데, 주인들과 같이 거리에 나온 반려동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대체로 견공(犬公)들인데, 내 눈에 들어오는 그들은 내가 이전에 알고 있던 개나 강아지의 모습이 아니다. 한껏 잘 차려입고 멋을 부린 모습들이다. 어쩌면 늘어진 추리닝을 대충 걸치고 나온 아저씨보다 더 멋을 낸 것 같다. 그런 반려동물을 보면 자연히 그들과 함께 걷는 주인을 쳐다보게 된다. 역시 그 주인들도 매우 멋있게 차려입고 산책을 하거나 조깅을 한다.

반려동물 전성시대인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국민들이 천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들은 반려동물들과 함께 외식하고 쇼핑하며 여행을 간다. 예전에는 어디 멀리 갈 때 지인한테 반려동물을 맡기고 갔었지만, 요즘에는 이들을 전문적으로 맡아 돌보는 시설이 생겼다. 그리고 그 시설은 내 기준으로 봤을 때 매우 비싸다. 나만 몰라서 그렇지 반려동물을 위한 다양한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은 예전부터 그렇게 비쌌단다. 그런데, 요즘에는 동물들이 그런 서비스까지 필요할까 라는 놀라움을 일으킬 수 있는 상품 아이템도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반려동물을 위한 유치원도 생겼단다. 반려동물이 유치원을 다닐 필요가 있을까 싶은데, 어떤 유치원이 더 좋은 유치원인지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모임도 생겼다고 한다. 이들이 우울할 때 상담심리를 받는 센터도 생겼다고 한다. 동물의 심리를 어떻게 상담할지 궁금하다. 나도 아직까지 한번도 해보지 못한 호캉스(호텔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는 것)를 지내는 반려견도 있다고 한다. 고급 호텔들이 이들을 위한 호캉스 상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렇게 반려동물들을 위한 아주 다양하고 고가의 상품, 서비스가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반려동물을 동물로 보지 않고 우리 식구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마음 씀씀이가 가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심리적 현상은 ‘펫 휴머나이제이션(Pet Humanization, 반려동물의 인간화)’이라는 개념에 근거하고 있다. 즉, 말 그대로 반려동물을 단순한 애완동물 개념이 아니라 사람을 대체하는 존재로 보고 사람과 동일한 인격체로 대우하는 개념이다. 반려동물을 가족과 같이 생각하니까 가족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지갑을 여는 것이다. 마치 자녀들한테 아낌없이 퍼주고자 하는 부모가 된 마음으로 소비하게 된다. 그 결과 키즈산업(Kids Industry)에서 ‘내 아이가 최고(VIB·Very Important Baby)’ 현상이 나타난 것처럼, 반려동물 산업에서 ‘내 펫이 최고(VIP·Very Important Pet)’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인가. 반려동물 관련 산업 성장세가 놀랍다. 펫코노미(Petcomony·반려동물산업)라는 신조어가 어울릴 정도로 산업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전망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국내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가구는 전체 가구 중 약 22%를 차지했는데, 2020년에는 그 비중이 약 28%로 커졌다. 반려동물 관련 시장규모는 2015년 약 2조원에서 2027년에는 약 6조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성장세의 바탕은 반려동물을 인간화하는 개념에 더해 1인가구 및 고령층의 증가세와 맞물려 있다. 가족처럼 애증의 관계까지야 아니지만, 어느 정도 교감을 나누고 애정을 쏟을 수 있는 대상으로서 반려동물의 필요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바로 앞에서 시장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자료를 확인했지만,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점점 더 많은 가구가 1인가구, 그리고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이들은 많아질 것이다. 실제 소득 수준이 높은 서구 선진국에서 반려동물 가구가 많은 사례를 비추어봐도 쉽게 예상할 수 있겠다.

커지고 있는 반려동물 관련 산업이 좀 더 의미있는 산업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점들이 많다. 반려동물 산업에서도 R&D 지출이 증가하여 산업 자체적인 경쟁력을 제고해야 하겠다. 그런데, 그보다는 무엇이 반려동물을 위하는 길인가, 그리고 사회 구성원들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서로간의 관계를 증진할 수 있는 방안, 반려동물을 통해 ‘삶의 질(Quality of Life)’을 높일 수 있는 방안 등의 차원에서 관련 이슈들을 도출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겠다.

예를 들어, 반려동물에 적용될 수 있는 사회적 행위규범이 마련되지 않아 반려동물의 소유주와 비소유주 간 갈등이 발생하는 상황은 막아야 할 것이다. 반려동물이 짖는 소리나 걸음걸이에 따르는 층간소음, 목줄 미착용에 따르는 인사 사고 등에 대한 규정은 조금 더 명확히 준비되어야 하겠다. 또한 반려동물 등록 제도도 더 많은 홍보를 통해 등록을 유도하여 동물에 대한 학대 및 유기 사건이 발생하지 않고, 책임 소재가 명확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반려동물을 보호하는 시설에 대한 지원 정책을 구비하고 재입양을 위한 시설(혹은 ICT 기반의 플랫폼) 제공을 통해 보호동물의 재입양률을 높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보호소 내 반려동물의 입양 재입양률은 낮기 때문이다.

내 바로 옆에 있는 반려동물의 존재를 나와 같은 인격체, 그리고 내 가족으로 바라본다는 마음, 그런 마음으로, 내 펫이 최고라는 심정으로 이 세상 최고의 것을 사주고 싶은 마음이 어쩌면 나 자신의 만족과 위안을 얻기 위한 행태일 수 있다. 그런데, 그보다 한 차원 높은 시점에서 나의 인생을 함께하는 반려동물을 이해하는 관점이 필요할 것이다. 인간을 위한 반려동물 산업의 성장보다는 반려동물 입장에서 산업의 성장을 바라보는 것이어야 하겠다.



홍준표 수석연구위원 주요 이력
 
▷서울대 농경제학과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농경제학 박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팀장 ▷고용노동부 고령화정책TF ▷한국장학재단 리스크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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