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판단하는 헌법재판에서 중요한 판단 수단 중 하나는 비교·형량이다. 구법에 대한 신뢰이익과 이를 침해하는 신법의 공익상 필요성을 비교·형량하고 재산권 등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은 그 기본권 제한의 범위나 정도를 비교·형량한다. 

행정처분에 관해서는 처분의 근거 법령이 행정청에 처분의 요건과 효과 판단에 일정한 재량을 부여했는데도 행정청이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과 처분 상대방이 입게 되는 불이익을 제대로 비교·형량하지 않은 채 처분을 한 경우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 된다. 행정처분으로 입게 되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등을 전혀 비교·형량하지 않았거나 비교·형량의 고려 대상에 포함해야 할 사항을 누락한 경우 또는 비교·형량을 했으나 정당성·객관성이 결여된 경우도 그 처분은 위법한 것이 된다. 

사인(私人) 간에도 충돌하는 법익의 비교·형량은 행위의 위법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하더라도 그와 비교해 우월한 공익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면 적법한 것이 되고 근로자에 대한 전보 처분으로 인해 생활상 불이익이 발생하더라도 비교·형량을 통해 전보 처분의 업무상 필요성이 더 큰 것으로 인정되면 적법한 것이 된다. 

비교·형량은 설득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법원은 판결에서 비교·형량의 요소들을 제시하고 어떤 법익이 더 우위에 있는지 밝힘으로써 그 결론이 타당한 것임을 설득한다. 행정청은 처분을 통해 얻는 공익이 처분으로 침해되는 사익보다 크다는 사정들을 제시해 처분의 필요성을 설득한다. 기업도 어떤 사업으로 얻는 이익과 비용을 비교·형량해 제시함으로써 내·외부를 설득한다. 

충돌하는 법익이 클수록, 충돌의 정도가 클수록, 어느 한쪽으로 내린 결정이 초래하는 피해가 크면 클수록 비교·형량은 더 깊고, 넓게, 면밀히 이뤄져야 한다. 그렇게 해야 정당성을 얻고, 이해관계자들이나 해당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설득되고 뒷말을 줄일 수 있다. 

한 언론사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관저와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는 문제에 관해 국민 10명 중 6명은 반대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국민들은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을 왜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이전해야 하는지 설득이 되지 않은 것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이전의 필요성과 그 반대의 사정들을 비교·형량해보면 이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반응일 수 있다. 이전의 문제점으로는 국가 안보의 공백, 천문학적인 이전 비용, 대통령 경호 문제, 주변 주민들 피해 등이 구체적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전의 필요성에 관한 근거로는 소통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 외에는 마땅히 알려진 것이 없어 보인다. 

소통 부족의 원인이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의 지리적 위치 때문인지도 불분명하므로 이전으로 예상되는 여러 문제들을 넘어서는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반드시 집무실을 이전해야 하는지 의문이 제기되므로 급기야 무속인들의 조언을 따른 것 아니냐는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 공간을 비워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을 이전하는 것은 단순한 이사의 문제가 아니므로 그 이전으로 초래되는 문제점들을 넘어서는 필요성이 충분히 제시돼야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지만 아직은 그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정부 행정기관들의 세종시 이전 과정에서도 많은 논란이 있었다. 이전에 찬성하는 이들과 반대하는 이들이 오랜 기간 치열한 논쟁을 벌였고, 두 경우의 이익과 불이익이 철저히 비교·형량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타당한 결정이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그에 비하면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의 이전은 더 중차대한 문제일 수 있지만 그 필요성에 대한 논의와 설득은 훨씬 더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관저와 집무실을 옮기는 것은 대통령의 재량 영역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재량이 부여된 권한의 행사도 그것을 통해 얻는 이익과 필요성,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을 비교·형량하지 않거나 고려 대상에 포함해야 할 사항들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으면 위법한 것이 될 수 있다. 이전이 초래하는 문제들을 넘어서는 필요성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으면 최소한 그 의도에 대한 국민들의 의문은 계속 남을 수밖에 없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페이지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