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폐지 공약에 성폭력 피해 여성 목소리도 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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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조 기자
입력 2022-03-1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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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 통합 난제…여가부 존폐 기로

  • 여가부 기능·역할 놓고 의견 분분

  • "폐지 대신 명칭 등 개편" 목소리도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사진=유대길 기자]


"국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통합의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내건 현수막에 쓰인 문구다. 국민 통합에 대한 의지가 담겼다. 그러나 윤 당선인의 20대 남성 지지층을 확보해 준 공약인 '여성가족부 폐지'를 둘러싸고 성폭력 피해 여성들마저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꼬리표처럼 따라 다닐 여가부 폐지 공약 이행 여부가 국민 통합을 저해할 가능성이 커졌다. 일부에서는 부처 폐지가 아닌 개편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전날 '성범죄 피해자입니다. 여가부 폐지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등록됐다.

청원인은 자신을 (서울) 강서구 데이트폭력 피해자라고 밝혔다. 지난 2020년 7월 '강서구 데이트폭력 살인미수사건'으로 국민청원을 통해 알려진 이 사건은 대중적 공분을 샀다. 당시 청원에는 21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사건의 가해자인 남성 A씨는 연인 관계였을 때 찍은 불법 촬영물을 지워주겠다며 전 여자친구를 불러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이듬해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청원인은 "A씨가 이미 재판 중에 구금돼 형기의 절반 이상이 지난 데다, 초범이고 나이가 어려 가석방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며 "가해자를 이번 가을에 마주칠지도 모르는데 정말 두렵고 숨이 안 쉬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에 (대통령) 당선인이 여가부 폐지 공약을 추진한다고 확정한 것 같은데, 저는 그러면 여가부에서 해주던 신변보호를 어디에서 받아야 하느냐"고 토로했다.

무고죄 강화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청원인은 "(만약) 가해자가 절 찾아와서 무서움에 신고했다가 아무 일도 안 일어나면, 신고했다는 이유로 제가 무고죄로 잡혀가면 어떻게 하느냐"고 썼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거니 했지만, 해당 공약들을 생각하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두려워 상태가 더 나빠지는 듯하다"며 "성범죄 피해자들은 숨을 곳이 없다. 여가부 폐지, 무고죄 강화를 제발 막아달라"고 강조했다. 이 청원은 오후 4시 23분을 기해 동의자 5만명을 돌파했다.

반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인 김잔디(가명)씨는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꼭 정부 조직에 '여성'이라는 이름을 가진 부처가 있어야만 권리를 보장받는 형식적인 양성평등만이 필요한 것이냐"며 사실상 여가부 폐지를 옹호하는 견해를 내놨다.

김씨는 "여가부가 굳건히 존재했던 지난 5년의 더불어민주당 정권에서 벌어졌던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며 "여가부 폐지 공약 이행 여부와 무관하게 공약을 내건 것만으로도 국민의 삶을 직접 변화시키는 중대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 치러진 재보궐선거에 대해 이정옥 당시 여가부 장관은 "전 국민의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집단 학습기회"라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그해 서울·부산 재보선은 민주당 소속 전임 시장들의 성추문 여파로 행해졌기 때문이다.

이렇듯 확연한 입장 차이 속에 여가부를 폐지하더라도 그 기능과 역할은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가부 권익증진국장을 지냈던 김재련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시) 여가부가 제 목소리를 못 냈고, 장관 발언도 한심했다"며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박원순 사건 피해자 법률·의료지원 모두 시스템으로 이루어지는 여가부 예산에 의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잘못한 부분,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해서 부처 자체를 아예 없애버리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여가부에 대한 명칭, 정책 방향 등 대폭 수정 개편으로 논란이 정리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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