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in Trend] ② 심리전 양상 바꾼 SNS, 일방적 선전·선동 안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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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기자
입력 2022-03-1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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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간 중심 SNS로 투명한 정보 실시간 공개

  • 러시아 침공에 대해 국제 여론형성에 기여

  • SNS 동영상과 위성정보 결합해 병력이동 예측

  • OSINT 분석에서 SNS가 주요 정보원으로 주목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쟁에서 심리전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리적 공격과 더불어 펼쳐지는 선전은 상대의 전투 의지를 꺾고, 민간인에게는 침략이 정당하다는 것처럼 선동한다.

하지만 스마트폰 등 사용자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기기가 보급되고, 소셜 미디어(SNS)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이러한 심리전은 무색하게 됐다. 과거에는 쉽게 알기 어려운 전쟁상황도 현지인이 스마트폰 카메라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SNS에 공개하면서, 투명성이 확보됐다.

실제로 2011년 '아랍의 봄'은 SNS에서 촉발됐다. 트위터는 2010년 12월 튀니지에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가 이집트, 예멘, 리비아 등 주요 국가로 퍼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튀니지에서 노점상에 대한 경찰의 과잉 단속에 항의하는 장면이 SNS에 공개되면서 전국의 청년이 시위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시위는 북아프리카 전역으로 퍼졌으며, 중동국가가 통신망을 차단하는 등 진화에 나섰으나, 모든 채널을 차단할 수는 없었다.

2018년 시리아 내전에서는 화학무기로 질식한 시리아 어린이들의 영상이 SNS를 가득 채웠으며, 지난해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점령할 때도 이러한 모습이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됐다.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도 SNS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짧은 동영상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 여론이 전 세계에 확산하도록 기여했으며, 공개출처에서 정보를 얻는 분석가에게도 많은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이 가운데 틱톡의 역할이 컸다. 간편한 동영상 편집과 공유는 모든 세대가 다양한 정보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게 했다. 이번 전쟁 중에 우크라이나 시민은 노획한 러시아 탱크의 작동법을 틱톡에서 공유하고, 외지에 있는 친구에게 자신의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키이우 폭격 당시 영상은 틱톡에서 4400만회 이상 재생됐으며, 트위터 등 다른 SNS로 20만회 이상 공유됐다.

특히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 관계자는 와이어드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우크라이나 상황을 파악하는 데 SNS에서 정보를 얻고 있으며, 공유되는 동영상 상당수에는 틱톡 워터마크가 새겨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SNS 기업 역시 이러한 간접제재에 동참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유튜브는 러시아의 침공 이후 러시아 주요 매체가 게시한 동영상이 유튜브 사용자에게 보이는 추천 항목에 노출되지 않게 했으며, 러시아 유관 채널 역시 우크라이나 지역에서는 차단되도록 했다.

27일(현지시간) 메타는 자사 서비스 페이스북에서 프로필 잠금 기능을 통해 친구가 아닌 사람이 사진을 저장하거나 확대할 수 없도록 했으며,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특정 사용자의 친구 목록을 보고 검색하는 기능도 일시적으로 제한했다.

같은 날 트위터 역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등록하는 유료 광고를 일시 게재 중지한다고 밝혔다. 특정 국가의 프로파간다를 담은 광고물로 인해 공공안전을 위한 정보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러시아 침공과 관련한 가짜뉴스가 퍼지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스페이스X 창업주 일론 머스크 역시 이러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나섰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는 지난달 27일부터 우크라이나 지역에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를 공급했다. 앞서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통신 서비스가 일부 마비되자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위성 인터넷을 지원해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지상 인프라와 무관한 위성 인터넷은 기존 유·무선 인터넷망이 파괴되더라도, 어디서든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준다. 때문에 현지에서는 SNS를 통해 민간인 피해 상황과 러시아 진군 정보 등을 전 세계에 공유할 수 있게 됐다.
 
민간 SNS, OSINT에서 주요 정보원으로 떠올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SNS에 공유되는 동영상과 사진은 공개출처기반정보(OSINT) 분석가에게 중요한 정보로 쓰인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 에드 아놀드 연구원은 IT전문지 와이어드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하는 상황을 분석하기 위한 정보의 95%를 트위터에서 얻고 있다. 이전에는 90%가 공식 출처(정부, 언론) 등에서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정부가 발표하는 일방적인 정보 대신 민간인과 SNS를 중심으로 투명한 정보가 공유되고 있는 셈이다.

OSINT는 공개된 각종 정보를 수집해 분석하는 기법이다. 논문, 학술적 자료, 전문가, 통신사 및 언론 등의 출처를 기반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다. 하지만 이러한 데이터는 오늘날 대부분 온라인으로 이전됐으며, 이에 따라 정보 분석 기술도 바뀌었다.

국내에서 OSINT 서비스를 제공하는 쿤텍은 "공식적인 자료 외에도 SNS의 파급력이 증가하면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출처도 함께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쟁에서 민간인이 게시한 사진과 동영상은 정보분석에 많은 영향을 줬다. 가령 인공위성을 통해 촬영한 사진은 실시간 정보를 지속해서 제공할 수 없다. 국토지리정보원에 따르면 현재 국내 국토관측 위성은 한 기당 하루 최대 4회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진군하는 부대 규모를 위성으로 파악할 수 있지만, 다음번 촬영까지 해당 부대가 같은 자리에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즉 부대의 진군을 놓치는 셈이다. 하지만 여기에 SNS에서 얻은 정보를 더하면 부대의 정확한 위치와 이동 방향 등을 분석하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로 2월 13일 게시된 틱톡 동영상 중 하나는 벨라루스 마지르 지방에서 나룰리아 지역으로 기갑부대가 이동하는 장면을 담았다. 며칠 뒤 한 민간 OSINT 분석가는 트위터에서 해당 차량이 이전에 벨라루스 레키타 지역에 도착한 차량 중 하나며, 여기에 주둔했던 부대 중 일부가 회군하지 않고 더 위협적인 지역으로 이동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러시아군이 전방배치지역으로 이동했다는 영국 국방성의 성명과도 일치하는 내용이다. 값비싼 장비 대신 인터넷과 스마트폰만으로도 효과적인 정보를 공유할 수 있으며 정확한 분석까지 가능한 셈이다. 이에 대해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투명한 전쟁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평했다.
 
날로 영향력 증가하는 SNS, 범죄 예방과 추적 활동에도 역할 커져
과거 오프라인 중심의 모임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온라인에서 이뤄지고, 국경 제한 없이 소통이 일어나고 있는 만큼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은 더 커지고 여기서 공유되는 정보도 많아졌다. 특히 소셜미디어는 각종 범죄에도 활용되고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테러 후원 캠페인, 마약이나 도박 등 불법 행위, 음란물 유통, 자금세탁 등의 불법 정보 역시 익명성을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특히 이 정보가 일반인에게도 노출될 수 있어 우려되는 상황이다.

쿤텍 관계자는 "소셜미디어 활동과 다양한 출처의 정보를 연계하면 향후 활동 등을 예측할 수 있으며, 단편적인 정보를 고가치 정보로 변환할 수 있다. OSINT 활동을 통해서 다양한 국가안보, 범죄 등을 사전에 예방·차단할 수 있는 데이터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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