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 못받고 화물 묶이고… 우크라 사태에 中企 '피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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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은 기자
입력 2022-03-07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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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기 피해 신고센터 사흘간 44건 접수

  • 대러 수출 비중 높아 정부지원 등 절실

7일 세종시 중소벤처기업부 중기마루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중소기업 분야 비상대응 TF 회의’가 열렸다. [사진=중기부]

# 1. 기계 분야 중소기업 A사는 최근 러시아 공장과 계약한 장비를 출하하는 과정에서 현지 바이어로부터 대금 지급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사회가 러시아에 대해 제재를 시작하면서 대금 지급 통로인 러시아 국책은행의 금융거래가 중단된 탓이다. 
 
# 2. 기계 업종 B사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맞기 전 러시아에 수출품 선적을 마쳤으나 2차 선적 대금을 받지 못했다. B사 측은 “러시아행 항공편이 막히고 러시아 물류회사에 대한 보이콧이 진행되고 있어 진입조차 불가한 상황”이라며 “한국으로 회항 시 물류 비용만 가중된다”고 토로했다.
 
# 3. 우크라이나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중소 유통업체 C사는 옥수수, 밀 등 1년치 물량을 계약하고 7억7000만원 상당 대금을 선송금했다. 하지만 현지에서 전쟁이 발발하면서 물품을 받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가 현실화하면서 국내 중소기업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수출 대금을 받지 못하거나 선적 대기 등으로 물류비를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특히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러시아 수출 비중이 높은 반면 대응 여력은 낮아 정부 차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7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수출하는 국내 중소기업은 지난해 기준 6021개에 달하며 기업당 평균 수출액은 51만2000달러(약 6억2800만원)이다. 특히 러시아 사업 비중이 큰 편이다. 중소기업의 대러 수출액은 27억5000만 달러로 전체 수출액 중 2.8%를 차지한다. 이는 중소기업 전체 수출 국가 중 10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국가가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확대하면서 중소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러시아 은행 7곳 등을 배제하기로 하면서 대금을 회수할 길이 막혀 버린 게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루블화(러시아 화폐) 가치 폭락으로 인해 현지 바이어가 주문한 제품에 대해 인수를 거부하는 사례도 잇따른다.
 
중기부가 지난 2일부터 가동한 피해 신고센터에는 지난 4일까지 사흘간 중소기업 피해가 총 44건 접수됐다. 세부 내용을 보면 △스위프트 중단으로 인한 수출대금 미회수(70%) △러시아행 항공‧해운 통제로 인한 물류 중단(11%) △러시아 측 주문 중단으로 인한 수출물량 감소(9%) 등 수출, 금융, 물류, 원자재 각 분야별 피해가 현실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중소기업은 대러 수출 비중(2.8%)이 국내 기업 평균(1.6%)에 비해 높은 편이지만 대기업에 비해 대응력이 미흡하고 자금 운용에 여유가 없어 정부 차원의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홍운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름반도(크림반도) 병합으로 인한 경제 제재 당시보다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며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것에 대비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만반의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범부처 차원에서 비상대응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중기부도 이날 강성천 중기부 차관 주재로 중소기업 분야 비상대응 TF 1차 회의를 열고, 피해 분야별 맞춤 지원 등 내용이 담긴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중기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수출 비중이 30% 이상인 1800여 개 업체를 대상으로 기업당 최대 10억원을 지원한다. 긴급경영안정자금을 통한 융자 제공, 특례보증 신설‧우대, 기존 융자‧보증에 대한 만기 연장 등이 골자다.
 
수출 감소 기업을 대상으로는 대체 거래처 발굴‧알선을 지원하고, ‘수출 바우처’ 사업 등 수출 다변화를 위한 정책 패키지를 지원한다. 또 수출 바우처 지원 범위에 러시아‧우크라이나 반송 물류비, 지체료 등을 포함해 손해를 보전하기로 했다. 
 
현장 밀착 관리 체계도 구축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수출 의존도가 높은 1000여 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비상연락망을 구축하고, 양국 수출에 100% 의존하는 316개 기업은 전담관이 선제적 관리를 실시한다. 아울러 피해 접수센터 60개소를 통해 애로‧피해를 접수하고 자체 지원 및 범부처 협력으로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강 차관은 “비상대응 체계를 긴밀히 유지하고 타격이 우려되는 중소기업군에 대한 선제점 점검과 실태조사, 현장애로 과제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차질없이 이행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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