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유치 코앞인데 어떡하라고"...스타트업 법인통장 개설 못해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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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경 기자
입력 2022-03-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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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들, 보이스피싱·대포 통장 우려로 법인 계좌 개설 기준 강화

  • 구비서류, 승인기준 은행마다 제각각...스타트업계 혼란 가중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네이버에 회사명 검색하면 나오나요?”

지난해 모빌리티 분야 스타트업을 창업한 A씨는 최근 법인계좌 개설을 위해 은행 지점을 방문했다가 황당한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 법인계좌 개설 시 필요한 증빙서류를 전부 챙겨갔지만, 은행 직원이 관련 서류 외에 네이버 검색 가능 여부와 매출실적, 직원 유무 등에 대해 따져 물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을 운영 중인 A씨에겐 은행의 추가 요구에 대한 증빙 서류를 구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후 2~3곳의 은행을 더 방문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은행 관계자들 모두 보이스피싱 및 대포통장 근절을 명분으로 법인통장 개설을 거부한 것이다. A씨는 “3월 중 대규모 투자 유치가 코앞에 있는데 통장 하나 개설하지 못해 난감하다”며 “은행들도 대포 통장 문제 등으로 인해 구설에 오르고 싶지 않아 해결 방법조차 제시해주지 않고,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하니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시중은행들이 보이스피싱 및 대포통장 근절을 위해 법인 계좌 개설 조건을 강화하면서 스타트업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은행마다 법인통장 개설 시 요구하는 것이 제각각이며 증빙할 서류도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스타트업들이 애초에 구비할 수 없는 서류라는 점이 현장의 불만을 더욱 키우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정부의 대포통장 근절 대책에 따라 지난 2018년부터 요구불예금 개설 시 금융거래 목적 확인이 강화되면서 은행들은 금융당국이 마련한 지침에 따라 법인계좌를 개설할 때 금융거래목적 확인을 위해 증빙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신설법인의 경우 물품공급계약서·세금계산서·재무제표·부가가치세 증명원·납세 증명서 등 은행에서 인정하는 증빙자료를 마련하는 게 대부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비교적 발급이 쉬운 사업자등록증이나 등기사항전부증명서 등은 증빙자료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

또 법인 통장 개설을 위한 구비 서류도 은행마다 제각각이며 계좌개설 승인 여부가 개별 지점 또는 직원의 판단에 따라 결정돼 기준점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홈페이지만 보고 서류들을 준비해 갔는데, 막상 현장에서는 추가로 이것저것 더 필요하다고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면서 “똑같이 서류를 준비해가도 어떤 은행은 되고 어떤 은행은 안되니, 법인 통장 개설 자체가 모두에게 공평한 기준으로 진행됐는지도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금융권에선 입출금통장 개설이 너무 쉬우면 보이스피싱, 대출 사기 등에 쓰이는 대포통장으로 악용될 수 있어 당장 기준이나 절차를 완화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대포통장 피해 사례가 급증하며 지난 2012년 시중은행들에 금융 범죄 근절을 위해 자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예방해달라는 행정지도를 내렸다”면서 “이미 10년 가까이 운영돼 온 시스템을 한 번에 바꾸긴 어렵고 추후 문제가 지속될 경우 시중은행과 금융위원회, 은행연합회 등 여러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논의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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