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中 전기차 '3중고' 신음…옥석 가리기 시작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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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2-03-0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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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자재·보조금·반도체 '첩첩산중'

  • 수익성 악화에 도미노 가격 인상

  • "팔수록 적자" 신규주문 거부까지

  • 고속성장하던 中전기차 기로에

  • '우후죽순' 업계 적자생존 본격화

3중고 시달리는 중국 전기차업계 [사진=아주경제 DB]

중국 전기차 업계가 보조금 축소와 원자재 가격 상승, 반도체 수급난 등 '3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던 업체들이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선 가운데 판매를 중단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전기차는 불티나게 팔린다. 지난 1월 중국 신재생에너지 차량 판매량은 34만7000대로 전년 동월 대비 132% 급증했다.

소비자들이 인상된 가격까지 받아들인 건지, 아니면 보조금 축소 전인 지난해 말 주문량이 폭증한 데 따른 이연 효과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어쨌든 승승장구하던 중국 전기차 산업이 기로에 서 있다는 건 부인하기 어렵다. 수십 개 업체가 난립 중인 시장에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어닥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삼중고에 직면한 중국 전기차 업계. [사진=신화통신]

◆집단 가격 인상···최대 400만원 올라 

지난해 12월 마지막 날 테슬라는 '모델 Y' 가격을 2만1088위안(약 403만원)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모델 3' 가격도 1만 위안 올렸다.

임인년 새해 들어서도 가격 인상이 도미노처럼 이어지고 있다. 전기차 스타트업 너자자동차는 주력 차종인 'U 모델' 가격을 3000~5000위안, 또 다른 차종 'V 모델' 가격을 2000위안 인상했다. 

광저우자동차그룹 계열 전기차 업체 아이언도 신차 'S 플러스' 가격을 7000위안 이상 올린다고 발표했다.

업계의 신흥 강자로 평가받는 샤오펑은 인기 차종인 'P7'과 'P5' 가격을 각각 4300~5900위안, 4800~5400위안 올렸다.

중국 내 판매량 1위인 비야디는 전 차종에 걸쳐 1000~7000위안의 가격 인상 정책을 내놨다. 

중국 디이자동차와 폭스바겐의 합작사인 이치다중은 전기차 라인업인 'ID' 시리즈 가격을 최대 5400위안 올렸고, 지리자동차 계열 전기차 업체 지커는 8000위안 인상했다. 

이 밖에 저가 전기차를 판매하는 페이판과 우링 등도 차량 가격을 1000~3000위안 올리기로 했다.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가격 인상을 발표한 중국 전기차 업체는 17곳에 이른다. 

◆원가 상승 부담에 보조금 악재까지 

소형 전기차를 출시해 중국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몰이 중인 창청자동차 계열 어우라(ORA)는 "당분간 블랙캣과 화이트캣 등 두 차종에 대해 신규 주문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어우라는 지난 2월 14일 내놓은 공식 성명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로 블랙캣은 1대 팔 때마다 1만 위안의 손실을 보고 있다"며 "더 나은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한 출고를 멈출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원가 상승 부담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이기지 못해 가격 인상에 나선 데 이어 아예 신규 판매를 중단하는 사례까지 등장한 셈이다. 

주범은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생산에 소요되는 원자재 가격 폭등이다. 

지난 1월 말 기준 한국이 강세를 보이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양극재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08.9% 올랐고, 중국이 밀고 있는 리튬 인산철 배터리 양극재는 182.5% 급등했다. 

또 다른 핵심 소재인 배터리용 탄산리튬은 지난 한 해 동안 가격 상승률이 418%에 달했다. 

위칭자오(于淸敎) 중국 배터리100인회 이사장은 중국중앙방송(CCTV)과 인터뷰하면서 "지난해 원자재 가격 상승폭은 배터리 업계가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전기차 업계로 부담이 전이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수급난도 전기차 생산 원가를 높이는 요인이다. 

차량용 반도체를 발주한 뒤 업체가 실제로 손에 쥐기까지 주기를 살펴보면 2020년 11월 기준 13주 정도였던 게 지난해 11월에는 22.3주로 늘어났다. 

반도체 공급이 지연되다 보니 제때 생산하기 어려워져 결과적으로 비용 상승을 초래하는 모양새다. 

중국 정부 차원의 전기차 보조금 감축은 가뜩이나 경영난에 시달리는 업계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등 4개 부처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0년 신재생에너지 차량 보급·응용 확대를 위한 재정 보조 정책에 관한 통지'를 통해 올해 보조금을 전년 대비 30% 축소하기로 했다. 

주행거리 300~400㎞인 차량은 보조금이 3900위안 깎이고, 400㎞ 이상인 차량은 5400위안 줄어든다. 

이마저도 연내에 종료되고 내년부터 출고되는 전기차에는 보조금을 제공하지 않을 방침이다. 

위 이사장은 "보조금 감축과 원자재·반도체 공급 부족 등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전기차 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전했다.

◆난잡한 시장 조정기 도래 주장도 

전기차 업계가 다양한 고충을 토로하는 상황과 달리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중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의(CPCA)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동월보다 4.4% 감소했지만 전기차 판매량은 34만7000대로 132% 증가했다.

전체 자동차 판매량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16.6%로 지난해 1월(6.8%)과 비교하면 수직 상승했다.

업체별로도 테슬라는 1월 판매량이 1만9345대로 25% 증가했고, 샤오펑은 1만2922대로 115% 늘었다.

비야디는 9만2926대로 367.6% 급증했고, 너자자동차는 판매 증가율이 402%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보조금 지급 축소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말 폭발적으로 늘어난 주문량이 1월 판매량 수치에 섞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1월 판매량 통계에는 차량 가격 인상과 보조금 축소 등 변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가격이 오르거나 보조금이 줄어도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전기차 구매에 나설지는 몇 개월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닥친 이번 악재가 시장 재편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전기차 업체 아이언의 샤오융쩡(肖勇曾) 부사장은 중국신문주간과 인터뷰하면서 "보조금 축소를 계기로 많은 소비자들이 차량 품질 자체에 더 주목하게 됐다"며 "가격 인상으로 업계가 타격을 받을 수 있고 그동안 경쟁력 없이 시장에 진입했던 업체들은 도태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추이둥수(崔東樹) CPCA 사무총장은 "기술 수준을 높여 시장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게 가장 중요해졌다"며 "과도기를 견딜 수 있는 차별화에 성공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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