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베이징 뒷동산' 장자커우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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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2-02-10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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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거영광 뒤로하고 쇠락하던 낙후지역

  • 개최지 선정 후 고속철 등 인프라 확충

  • 연 650만명 방문...동계스포츠 메카로

  • 中정부, 세계적 명소로 지속발전 청사진

베이징 동계올림픽 공동 개최지로 선정돼 전 세계 이목이 쏠리고 있는 허베이성 장자커우 시내 전경. [사진=바이두]

지난 4일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공식 개막했다. 

이번 동계올림픽에 '베이징'이라는 타이틀이 붙긴 했지만, 경기는 베이징을 비롯해 허베이성 장자커우(張家口)와 옌칭(延慶) 등 3곳에서 분산 개최된다. 

특히 총 109개인 금메달 중 절반 가까운 51개의 주인이 장자커우에서 가려진다. 올림픽 기간 중 전 세계 이목이 쏠릴 장소지만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곳이다. 

중국에서는 지난 1909년 최초로 독자 설계·시공·개통한 징장(京張)철도 종착지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뿐이다. 오히려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된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장자커우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건 2015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면서부터다. 투자가 늘고 인프라가 확충되면서 연인원 650만명이 찾는 명소로 떠올랐다. 

1조 위안(약 189조원) 규모로 성장할 중국 동계 스포츠 산업의 메카로 각광을 받으면서, 올림픽 이후에도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비등하고 있다.

생태·녹색 중심의 새로운 발전 모델을 꿈꾸는, 가깝지만 낯선 도시 장자커우의 과거와 현재를 들여다보자. 
 

장자커우의 랜드마크로 통하는 차오시구 다징먼. 산해관·가욕관·거용관과 더불어 만리장성 4대 관문으로 불린다. [사진=바이두]

◆"아! 옛날이여" 낙후 도시 대명사 

중국에서는 유명 관광지인 장자제(張家界)와 부자 동네로 알려진 장자강(張家港)에 장자커우를 더해 '장씨(張家) 3형제'라고 부른다. 

그중에서도 장자커우는 존재감이 가장 미미하다는 비아냥을 듣곤 한다. 

상주 인구 442만명으로 장자강의 3배에 달하지만 지난해 GDP는 1728억 위안으로 3000억 위안을 넘어선 장자강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허베이성 내 13개 지급(地級)시 중 경제력 기준 9~10위권으로 평가받는 낙후 지역이다. 

한 세기 전만 해도 이런 위상은 아니었다. 장자커우는 베이징과 허베이성, 산시성, 네이멍구자치구 등 4개 성급 지방정부의 경계에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다. 

베이징 서북쪽을 방어하는 관문으로 과거 전국시대부터 명대까지 이 지역에만 1400㎞ 넘는 만리장성이 축조됐다. 

장자커우에 장위안(張垣)이나 우청(武城) 등 별칭이 붙은 이유다. 장위안의 '위안(垣)'도 성 혹은 성벽을 뜻한다. 

장자커우 차오시구에 있는 다징먼(大境門)은 현지 랜드마크로 산해관·가욕관·거용관과 더불어 만리장성 4대 관문으로 꼽힌다. 

청대와 중화민국 시기에는 군사적 가치와 더불어 경제적으로도 발전해 '화베이 제2의 상업 도시'로 불렸다. 

중국 철도의 아버지 잔톈유(詹天佑)의 지휘로 완성된 징장철도, 1918년 개통된 중국 최초의 국유 도로 장쿠(張庫)도로 등이 건설된 것도 이때다. 

장자커우는 중화민국 초기인 1912년 설치돼 1952년까지 존속했던 차하얼(察哈爾)성의 성도였으며, 이후 네이멍구자치구 인민정부 소재지이기도 했다가 1954년 허베이성으로 귀속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1920년대부터 중국 내 석탄·기계 산업의 거점으로 각광을 받았다. 담배 생산량은 중국 내에서도 첫손에 꼽을 정도였다. 

1978년 중국이 개혁·개방에 나서고 경제 중심이 동남부 연안으로 이전되면서 장자커우는 동북 지역의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자오원펑(趙文鋒) 장자커우 시장은 지난달 정부 업무보고에서 "산업 구조 수준이 높지 않고 신흥 산업 비율은 20% 미만이다. 투자가 부족하고 대형 프로젝트도 적어 성장 동력 확보가 쉽지 않다"며 녹록지 않은 경제 상황을 자인하기도 했다.
 

장자커우 충리구의 윈딩 스노파크. 장자커우는 연중 눈이 쌓여 있는 날이 150일 이상이라 자연설 스키를 즐기기에 최적의 입지로 꼽힌다. [사진=신화통신]

◆올림픽 유치로 시작된 반전 드라마 

2015년 7월 3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베이징이 제24회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최종 확정됐다.

베이징은 2008년 하계올림픽에 이어 세계 최초로 동·하계올림픽이 모두 열리는 도시가 됐다. 

하지만 겨울철에 눈구경하기 어려운 기후 조건 때문에 동계 스포츠 경기를 모두 감당할 수는 없었다.

베이징 도심에서 180㎞ 떨어진 장자커우가 파트너로 낙점된 배경이다.  

네이멍구초원 남단의 바상(壩上)으로 불리는 지역에 위치한 장자커우는 겨울에 춥고 바람이 많이 불기로 유명하다. 

연중 적설량이 1m 이상이고 겨울철 평균 기온은 영하 12도 정도다. 1년 중 눈이 쌓여 있는 기간이 150일을 넘어 베이징 인근에서 자연설 스키를 즐기기에 최적의 입지로 꼽힌다. 

동계올림픽 공동 개최지로 선정된 건 지방의 이름 없는 도시에 머물 뻔했던 장자커우에 반전의 계기가 됐다.

지난 2019년 12월 베이징과 장자커우를 잇는 징장 고속철이 개통된 게 상징적 사례다. 최고 시속 350㎞로 두 도시 사이를 50분 만에 주파한다.

베이징과 1시간 생활권으로 묶인 장자커우에는 '베이징의 뒷동산'이라는 새 별명이 생겼다.

대규모 투자와 인프라 확충으로 지역 경제도 살아나고 있다. 

장자커우 내 스키장과 아이스링크가 각각 9개와 20개로 늘어나면서 2020년 연인원 650만명이 방문했다. 

2020년에서 2021년으로 넘어가는 동계 시즌에는 연인원 246만명이 찾아 전년 대비 83% 증가했고, 관련 매출은 20억2000만 위안으로 87% 늘었다. 
 
관영 신화통신은 이번 동계올림픽 개최로 장자커우에 신규 일자리가 40만개 창출됐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전체 GDP 중 서비스업을 포함한 3차산업 관련 금액은 971억 위안으로 8.3% 성장했다. 
 

지난 7일 장자커우 국립 스키점프센터에서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키점프 혼성 단체전에 출전한 중국 선수가 경기를 펼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동계 스포츠 산업 메카로 부상 

중국 국가체육총국 발표에 따르면 오는 2025년까지 동계 스포츠 산업은 1조 위안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천야오(陳耀) 중국지역경제학회 부이사장은 중국신문주간과 인터뷰하면서 장자커우가 향후 중국 동계 스포츠 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할 가능성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천 부이사장은 "동계올림픽 개최는 관련 산업 발전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라며 "동계 스포츠 설비와 장비, 관광 서비스 등 산업사슬이 구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베이징이라는 대도시의 소비 역량에 힘입어 동계 스포츠 시장은 점차 확대될 것"이라며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장자커우는 지속 발전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현지 정부도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미 첨단기술개발구와 쉬안화구 등 2곳에 동계 스포츠 산업단지를 조성해 놓은 상태다. 

류하이펑(劉海峰) 장자커우 부시장은 "지난해 말까지 총 109개 프로젝트에 걸쳐 556억 위안의 투자가 이뤄졌다"며 "세계적인 명소로 키워 '동방의 다보스'라는 명함을 받아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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