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한국 자본시장, 이제 어른취급 받을 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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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훈 기자
입력 2022-03-0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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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땐 외국인 자금 질적으로 향상

  • 공매도 중단보다는 제도 미비점 고쳐 나가는게 맞아

  • 쪼개기 상장·경영진 먹튀 등 주주이익 침해 방지책 추진

  •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 하반기 출범 땐 신뢰도 개선

  • 남은 임기 자본시장 지속 성장 기틀 마련에 집중할 것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목표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자본시장 내 불공정 행위, 반칙 행위 등을 없애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한국 자본시장이 선진 시장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우리의 제도도 선진적이어야 합니다. 한국적 상황을 지나치게 고집하면 영원히 선진국이 될 수 없습니다."

한국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시도와 맞물려 공매도 전면 재개 여부 등이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최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재시도·공매도 전면 재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일환"

정부는 지난 1월 '2022년 대외경제정책 추진전략'에서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해 외환시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기대의 목소리와 함께 현재 MSCI 신흥국 지수에 편입돼 있는 한국이 선진국 지수로 옮길 경우 패시브 자금 유출 등으로 당장은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손 이사장은 정부가 추진 중인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비롯해 공매도 전면 재개 여부 검토 등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소프트웨어 정비 작업의 일환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 자금 유출이 발생할 수 있지만 국내 증시에 유입되는 외국인 자금이 질적으로 향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손 이사장은 "자금 유출입 규모의 경우 측정 방법에 따라 조금씩 결과가 다른 것 같은데 단기적으로는 자금 유출도 있을 수 있지만 자금의 질 자체가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흥국을 보고 투자하는 자금이 아니라 보다 안정적인 연기금, 선진국에 투자하는 자금이 들어오기 때문에 자금의 질이 바뀐다"며 "이로 인해 변동성도 완화되는 측면이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이득이 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대다수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손 이사장은 한국 자본시장이 선진국 시장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제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이사장은 "선진국 시장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제도도 선진적이어야 하는데 한국적 상황을 지나치게 고집하면 영원히 선진국이 될 수 없다"며 "성인의 옷을 입고 있는 어린이의 모습으로 계속 있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당시에도 한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공매도를 중단하지 않았다"며 "선진시장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고쳐나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재추진을 시사한 데다 MSCI 측도 선진국 지수 편입과 관련해 한국의 공매도 제한을 지적한 바 있는 만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MSCI가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관찰대상국 명단을 발표하는 오는 6월 전에 공매도를 전면 재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손 이사장은 공매도가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막는 핵심요인이 아닌 만큼 시간에 쫓겨 무리하게 전면 재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그는 "공매도는 한국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핵심요인이 아니라고 본다"며 "그동안 선진국 지수 편입 걸림돌은 외환거래 자유화 부분이었던 만큼 관찰대상국에 들어가기 위해 무리해서 올해 상반기 내에 공매도를 전면 재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쪼개기 상장' 기존 주주 피해 방지책, 이르면 3월부터 상장심사에 반영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재시도와 공매도 전면 재개 여부뿐만 아니라 물적분할을 통한 '쪼개기 상장'과 상장사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에 따른 '먹튀' 논란 등도 해결해야 할 이슈로 꼽힌다.

손 이사장은 '쪼개기 상장'과 '경영진 먹튀' 논란 등에 대해 국내 증시가 외형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생긴 그림자라고 평가했다.

그는 "국내 증시가 수년간 박스권에 갇혀 답답한 흐름을 보였는데 취임 이후 지수 상단을 뚫어 '코스피 3000포인트'라는 지수가 어색하게 들리지 않는 시대가 됐다"며 "'빛'을 볼 수 있었던 반면 쪼개기 상장이나 경영진 먹튀는 그림자에 해당하는 만큼 잘 점검해서 문제를 풀어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 중 경영진 먹튀와 관련해 금융위원회는 신규 상장기업 임원이 스톡옵션 행사를 통해 취득한 주식을 6개월간 처분하지 못하도록 했다.

쪼개기 상장의 경우 손 이사장은 지난 1월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투자자 보호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자회사 상장 과정에서 모기업 소액주주와 충분하게 소통했는지, 기존 주주 보호책 마련 여부 등을 질적심사에 추가하는 방안 등이다.

그는 "기존 주주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됐는지를 검증하려 한다"며 "소액주주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려고 노력했는지,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의견이 있었다면 불만 해소를 위해 자회사 주식을 나눠주는 등의 액션을 제대로 취했는지 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는 이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이르면 이달부터 상장 심사 과정에 관련 항목을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손 이사장은 "물적 분할 후 쪼개기 상장을 법으로 금지하거나 모기업 주주에게 강제로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것보다 부드러운 방식인 데다 법 개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만큼 투자자들의 불만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거래소가 코스닥 시장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도입을 준비 중인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는 올해 하반기께 본격 출범한다는 계획이다. 거래소는 우량 기업들이 유가증권시장으로 빠져나가는 악순환을 막고 코스닥 시장 전체의 투자 신뢰도와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 단일구조인 코스닥 시장에 '세그먼트' 방식의 시장 구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손 이사장은 "지난 2021년 하반기에는 주로 업계와 상장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데 시간을 많이 썼고 지금은 선별 조건 및 관리 방식, 혜택과 의무 부여 등에 대해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연내 출범을 목표로 가을께 출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이사장은 현재 코스닥 상장사 중 5~10%가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로 분류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애플이나 테슬라와 같은 기업들이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돼 있듯이 우리도 나스닥과 같은 시장을 만들자는 것이기 때문에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에 들어가는 기업이 많진 않을 것"이라며 "혜택뿐만 아니라 책임과 의무도 부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본시장 지속 성장 모델 만드는 데 힘쓸 것"

손 이사장은 지난 2020년 말 취임 후 코스피 3000, 코스닥 1000 돌파 및 시가총액 증가뿐만 아니라 기업공개(IPO) 시장 확대, 중소기업 전용 리서치센터 설립 등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그는 "특히 지난해 IPO의 경우 스타트업의 관심과 투자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낸 한해로 생각한다"며 "한국 시장의 밸류에이션이 이제는 미국 시장에 못지않게 충분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시장으로 성장하면서 쿠팡 이후에는 많은 기업들이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하도록 의도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전용 리서치센터는 거래소가 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과 공동 출연해 설립한 'IR협의회 기업리서치센터'로 지난 1월 본격적인 업무를 개시했다.

손 이사장은 "그동안 증권사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 중 85%가 시총 5000억원 이상인 대규모 기업에 집중돼 있고 나머지 기업들은 소외됐었다"며 "소외된 기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정보 비대칭성을 해결하기 위해 IR협의회 기업리서치센터를 설립했는데 시장 발전에 기여한 부분 중 하나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 이사장은 올해 '위기 극복의 저력으로 자본시장의 새 미래로'를 슬로건으로 내건 만큼 남은 임기 동안 자본시장의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만드는 데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팬데믹 이후 한국 증시가 잘 성장했듯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자본시장 내 불공정 행위, 반칙 행위 등을 없애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만드는 데 시간을 할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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