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분석] 민주당의 '다당제 정치개혁 제안'...승부수인가 자충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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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기자
입력 2022-02-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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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국민통합을 위한 정치개혁 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4일 여의도 당사에서 '다당제 연합정치'를 보장하기 위한 국회의원 연동형 비례대표제 확대 및 지방선거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정치개혁안'을 발표했다.
 
송 대표는 개혁안 추진을 위해 대선 이후 즉각 국회에 '국민통합을 위한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새 정부 출범 6개월 이내 선거제도 개혁, 1년 내 개헌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위성 정당을 방지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지방선거에는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 등을 도입해 비례성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결선투표제 도입도 추진한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초박빙 대선정국에서 안철수 국민의당·심상정 정의당·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 후보 등 '제3지대'의 지지를 확보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승리하겠다는 정략적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이 주를 이룬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송 대표의 발표 직전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서 "우리는 40%를 득표해도 100% 권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갈등의 원인이 된다"면서 "이번 대선은 그 어느 쪽도 혼자서는 이기기 어려운 상황인데, 이런 상황을 대한민국 정치 교체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솔직하게 "(통합정부론 제안이) 선거와 무관하다고 할 순 없다"면서 "주류 입장에서는 (상대방 실수만 기다리면 되는) 지금 체제가 편한 측면도 없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렇지만 "이런 애매한 상황이 오히려 기회라고 본다"면서 "승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다른 후보 진영이 요구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기회"라고 단언했다.
 
또한 그는 "나는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실력이라고 믿어왔고, 이번이 정치개혁, 정치교체를 통해 국민들의 삶을 바꿀 결정적 기회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대선에서) 협력했느냐 안 했느냐가 중요하지 않고, 그것과 관계없이 연합정부와 정치개혁을 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싸늘한 야권..."180석 정당이 왜 이제 와서?"
 
그러나 야권의 반응은 싸늘하다. 취지는 좋지만 대선 13일을 앞두고 발표해 진정성을 못믿겠다는 지적이다. '선거를 앞두고 무슨 말을 못하겠느냐'는 정치권 명언(?)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저는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안 후보가 평소 말하던 정치교체와 생각이 일맥상통한다고 밝혔다'고 기자들이 전하자 "그렇게 소신이 있으면 그렇게 실행을 하면 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구로구 구로디지털단지 집중 유세에서 "뒤늦게나마 이런 정치개혁 공약을 내놓은 데 대해서 환영한다"면서도 "송 대표가 말한 공약은 사실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 시작해서 민주당의 오랜 공약이었다"고 지적했다.
 
심 후보는 "공약을 내건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오랜 공약을 지키지 않은 것이 문제이고, 저와 정의당이 갖은 어려움을 감수하며 만든 선거제도 개혁을 (민주당이 총선에서) 뒤집은 게 문제"라면서 "지금도 정의당에서 국회 정개특위에 관련 법안을 다 제출해놨으니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논의해서 통과시키면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아울러 그는 "통합정부·정치개혁을 이번 대선과 연계해 유리한 고지를 점해보겠다는 생각이면 정말 진정성이 없는 것"이라며 "15년 전부터 약속했던 정치개혁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정치개혁을 꾸준하게 해나가길 바란다"고 충고했다.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 후보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선을 목전에 두고 이런 내용을 발표하는 것은 표를 얻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면서 "문제는 진정성과 실천에 있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민주당의 발표내용이 자신이 지난해 11월 30일 발표한 '권력구조대개혁' 공약과 비슷하다면서 "아마 우리가 그동안 내놓은 공약을 많이 참고한 모양"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김 후보는 "송 대표가 오늘 말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앞장서서 무력화시킨 바 있다"며 "서울·부산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내보낼 때는 개혁 성과라고 자랑하던 당헌당규까지 고쳤다. 바로 1년 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도 선거전략만 고민하는 '양치기 소년'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국민의힘도 "'정치개혁'을 빙자한 민주당의 진정성 없는 '정치개악쇼', 선거를 2주 앞둔 고육지책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황규환 대변인은 논평에서 "지긋지긋한 편 가르기와 '내로남불'로 점철된 진영정치, 야당을 무시하고 폭주했던 승자독식 정치를 자행한 것은 다름 아닌 민주당"이라고 일침했다.
 
황 대변인은 "'국민통합'을 이야기하면서 국민적 합의도 안 된 개헌을 덜컥 이야기하고, '협력하는 야당'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정작 야당과는 아무런 상의도 없이 각종 회의체를 만들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한 대목은 결국 이번 제안이 진정성은 찾아볼 수 없는, 그저 선거용임을 실토한 것과 다름없다"고 거듭 비판했다.
 
◆승부는 25일 ‘정치 토론’에서 갈린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송 대표의 제안이 25일 '정치분야' TV토론 바로 전날 나온 것에 주목한다. 여야 4당 후보들은 25일 오후 8시부터 2시간 동안 상암 SBS 프리즘타워 공개홀에서 '권력 구조 개편', '남북 관계와 외교 안보 정책'을 주제로 토론을 하게 된다.
 
만약 토론에서 송 대표의 제안을 이 후보가 적극 설명하며 심 후보와 안 후보의 협조를 구하고, 두 사람이 적극 호응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 후보는 '사실상의 단일화'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을 주제로 △청와대 해체 △광화문 청사 시대 △국무총리·장관의 책임과 자율성 강화 △분야별 민관합동위원회 등을 약속했다. 심 후보와 안 후보가 윤 후보의 의견에 더 공감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은 예전부터 정치개혁을 수 차례 주장했지만, 최근 '의원직 제명안'도 제대로 처리를 못했다"면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도 못했는데, 더 어려운 일을 하겠다는 약속을 다른 당 후보들과 국민들이 믿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2월 11일 오후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방송 6개사 공동 주관 '2022 대선후보 초청 토론'에 후보들이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철수 국민의당, 윤석열 국민의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사진=유대길 기자·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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