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 연준의 셈법 더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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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2-02-23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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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로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연초부터 이른바 물가 안정을 위해 '인플레이션 파이터(inflation fighter)'를 자처했던 연준은 첫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부터 공급망 균열 등으로 치솟는 물가를 진정시키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는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부었다. 국제유가를 비롯해 원자재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는 미국 경제에서 70%를 차지하는 소비에 엄청난 타격을 줄 수 있다. 

러시아가 자원대국이라는 점은 시장의 우려를 높이고 있다. 러시아는 원유와 천연가스뿐만 아니라 밀, 니켈, 알루미늄 등 광물은 최대 수출국 중 하나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인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사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국제유가"라면서 "유가는 이번 사태로 당초보다 10~15달러 정도 올랐는데 만약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휘발유 가격이 갤런(약 3.78리터)당 30~40센트 더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유가 상승은 전년 대비 소비자물가지수를 최대 0.5%포인트 밀어올릴 것"이라면서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물가를 잡고 고용도 안정시키겠다는 연준의 목표 달성은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현재 물가 조절에 모든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은 아직 낮지만 에너지 가격 상승에 연준이 주목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았다. 이어 "현재 연준은 인플레이션에 집중하고 있어 (유가 상승은) 이른바 통화정책 정상화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코로나19가 공급에 충격을 준 데 이어 유가 충격이 이어지고 있어 연준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이미 미국 내 소비자물가는 꿈틀대고 있다. 22일 기준으로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53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년 전에 비해 무려 90% 상승한 것이다. 불과 한 달 전에 비해서도 21센트 올랐다. 유가는 전년에 비해 50%나 상승했다. 이 같은 가격 상승세는 연준의 긴축정책에 더욱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해왔다. 그러나 지나치게 빠른 물가 상승은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경기 회복을 오히려 저해할 수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면전이라도 벌이는 상황이 온다면 추가 가격 급등은 불가피하다. 

부르스 카스만 JP모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상황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이) 성장에 미치는 타격이 상당히 클 가능성도 있고, 가격 상승이 성장에 타격을 주지 않은 채 물가만 상승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카스만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3월에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인상폭은 0.25%포인트에 그칠 것으로 보았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것이다. 또 3월 이후에는 올해 6회 정도 추가 금리 인상이 있을 것으로 보았다. 이어 유가가 현 수준에서 더욱 크게 올라 120~150달러까지 오른다면 세계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확실히 미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는 특히 유가가 상승하는 시기에 연준이 금리를 인상한 사례가 적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카스만은 "확실히 유가 상승기에 기준금리 인상은 경제적 압박을 더욱 크게 한다"고 강조했다.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공급 충격을 더욱 확대할 수 있다고 보면서 이 같은 현상은 폴 볼커 전 연준 의장 이후 일어난 적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에너지 제품이 소비자 지출에서 4.3%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2021년 12월 기준으로 자동차 연료는 소비자 지출에서 2.7%를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에너지 지출은 1981년 6월 볼커 시대에 거의 10% 가까이 정점을 찍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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