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낭기의 관점]이재명·윤석열 공약, 경제 빼고는 천지차이…나라 살릴 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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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낭기 논설고문
입력 2022-02-2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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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광장에서 지지자에게 인사하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 사진)와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민이 키운 윤석열' 출정식에서 인사하고 있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오른쪽 사진).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금까지 여러  공약을 내놨다. 두 후보 공약을 비교해 보면 눈에 띄는  특징이 나타난다. 경제 분야 정책에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국정 운영 방식과 외교안보 정책에서는 큰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같은 점보다는 다른 점을 봐야 두 후보를 비교할 수 있다. 비교해 봐야 누구를 찍을지 판단할 수 있다. 


국정 운영 방식은 대통령이 권력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할지에 관한 기본 구상이다. 외교안보 정책은 국가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다. 그런 점에서 두 후보 공약이 어떻게 다른지, 두 후보 공약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는  중요한 문제다. 

아파트 공급 확대 등 부동산 정책은 대동소이 


우선 경제 정책부터 보자. 국민의 가장 큰 관심사는 부동산 정책이다. 두 후보는 집값 안정을 위한  대책으로 똑같이 공급 확대를 내세운다. 이 후보는 311만채, 윤 후보는 250만채를 공급하겠다고 한다. 다만 공급 방식에서는 차이가 난다. 정부가 개입하는 공공 중심이냐, 시장에 맡기는 민간  중심이냐다. 이 후보는 311만채 중 100만채 이상을 공공 기본 주택으로 공급하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250만채 중 200만채를 재건축과 재개발 규제 완화를 통해 민간 주택으로 공급하겠다고 했다. 


두 후보 간에는 임대차 3법 개정, 분양가 상한제에서 약간 차이가 있다. 임대차법에 대해 이 후보는’일단 유지’, 윤 후보는 ‘즉각 개정’을 주장한다. 분양가 상한제에 대해서는 이 후부가 ‘확대’, 윤 후보가 ‘민간 부문은 폐지,공공 부문은 유지’를 주장한다. 


부동산 세제에서는 두 후보가 더욱 비슷하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에 대해 이 후보는 1년 유예, 윤 후보는 2년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의 취득세에 대해서는 이 후보가 감면 확대, 윤 후보가 면제 또는 1%로 대폭 인하를 내세운다.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는 이 후보가 완화, 윤 후보가 완화 및 면제를 주장한다. 이렇듯 두 후보 모두 경제 정책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국정 운영 방식에서는 다르다. 국정 운영 방식의 핵심은 청와대 기능 개편과 국무총리 권한 문제다. 그간 우리 사회에서는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 논란이 컸다. 청와대 기능 개편과 국무총리 권한에 대한 두 후보 공약은 후보들이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 논란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대응하려는지를 보여준다. 


 李,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로 대통령제 폐해 방지


이 후보는 기획재정부가 갖고 있는 예산 편성권을 총리실이나 청와대로 이관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후보는 “국민 뜻을 가장 잘 받드는 것은 선출된 권력”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예산 편성권을 청와대로 옮기면 청와대 기능은 현재보다 크게 강화된다.


이 후보는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줄이는 방안으로는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와 헌법에 규정된 책임 총리제의 실질적 운영을 내세웠다. 또한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공약했다. 대통령이 첫 번째 임기 중 국정 운영을 잘못하면 그다음 선거에서 책임을 묻게 하자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기능의 청와대 이관을 검토할 수는 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를 포함한 모든 정부 부처는 궁극적으로 대통령 지시를 따른다. 그렇다면 예산 편성권을 기획재정부에 둔다고 해서 청와대가 관여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예산 편성권을 굳이 청와대로 옮기지 않아도 대통령이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는 것이다. 


국무총리 국회 추천은 헌법을 개정해야 가능하다. 현행 헌법에는 국무총리를 국회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명시돼 있다. 현행 헌법 아래서도 국회 추천을 하려면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여당이 지금처럼 국회 과반수를 차지하면 국회 추천은 실제로는 여당 추천일 뿐이다. 국회 추천제는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 


헌법에 규정된 책임 총리제는 국무총리의 각료 추천권과 해임 건의권 등을 말한다. 그러나 국무총리 권한의 보장은 대통령 의지에 달려 있을 뿐 이를 강제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 대통령이 언제든 마음을 바꾸면 책임 총리제는 끝장나고 만다.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은 장기적으로는 몰라도 중단기적으로는 어렵다. 대통령 임기와 선출 제도에 관한 헌법 개정은 정치 세력 간은 물론이고 국민 사이에도 합의가 이뤄져야 가능하다. 그런데 그렇게 되기가 쉽지 않다. 개헌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도 틀리지 않다. 


尹은 청와대 해체로
 


윤 후보는 ‘청와대 해체’를 약속했다.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 대통령실을 만들고 기존 청와대 부지는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잔재를 없애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후보는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주요 부서는 대선 이후 임기 시작 전까지 정부서울청사로 이전 완료하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검찰·경찰 등 사정기관을 관할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도 했다. 윤 후보는 국무총리의 자율성과 책임성 강화도 제시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을 정부서울청사에 만드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정부서울청사에는 총리실을 비롯한 정부 부처들이 입주해 있다. 이들 부처를 그대로 두고서는 청와대를 옮길 공간이 충분하지 못할 수 있다. 정부청사에는  많은 공무원과 민원인들이 매일 드나든다. 이런 곳에 대통령실을 만들려면 당장 경호 문제가 따른다. 문재인 대통령도 청와대를 정부서울청사로 옮기겠다고 공약했다가 결국 없던 일로 돌리고 말았다. 
 

민정수석실은 청와대가 검찰과 경찰 수사에 관여하는 통로 역할을 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청와대 관여를 막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사정기관 통솔권은 권력의 핵심 중 하나다. 대통령이 민정수석실을 없애려면 정말로 권력의 일부를 내려놓을 각오를 해야 한다.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가 관건이다. 대통령이 마음을 바꾸면 언제든 공염불이 될 수 있다. 국무총리의 자율성과 책임성 강화도 이 후보의 책임총리제 보장 문제와 마찬가지로 대통령 의지에 달린 것일 뿐 이를 강제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 대통령 마음먹기에 따라 언제든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 


외교안보 정책에서도 두 후보 사이에는 차이가 크다. 우선 한·중 관계 문제다. 그 핵심 사안은 세 가지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 추가 배치, 3불 정책, 경제 교류다. 3불 정책이란 문재인 정부가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에  들어가지 않으며, 한·미·일 안보 협력을 군사동맹으로 발전시키지 않는다는 중국 관련 3대 기본 방침을 말한다. 

李, 미·중 사이 실리 외교···尹, 한·미 동맹 중심 안보외교


이재명 후보는 사드 추가 배치 반대, 3불 정책 계승 입장이다. 윤 후보는 사드 추가 배치 찬성, 3불 정책 폐지 입장이다. 3불 정책에 대해 이 후보는 “우리는 무역의 25%를 중국에 의존한다”면서 “중국과 경제 협력 관계 때문에 3불 입장은 적정하다”고 말한다. 반면에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가 중국을 달래려고 ‘3불 입장’을 선언하면서 지나칠 만큼 고분고분한 태도를 보여 왔다”며 “이런 조치는 안보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 정부의 주권적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했다.


대중국 정책은 대미 정책과도  관련된다. 한·미 동맹에 대해 이 후보는 국익 중심 고도화, 윤 후보는 포괄적 전략 동맹 실천으로 맞서고 있다. 이 후보는 미국과 중국 간 경쟁을 우리 국익에 따라 잘 활용하자는 입장이고, 윤 후보는 미국과 관계 강화를 통한 안보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 입장은 잘만 하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실리를 챙길 수 있지만 자칫하면 미국과의 안보 이익도, 중국과의 경제 이익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윤 후보 입장은 미국과의 안보 관계는 강화할 수 있겠지만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난관에 빠뜨릴 수 있다. 이 후보 입장대로 하려면 고도의 외교력과 협상력이 필요하고, 윤 후보 입장대로 하려면 국민이 중국의 경제 보복을 감내할 수 있도록 이끄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종전 선언과 전시작전권 환수에서도 다른 목소리를 낸다. 이 후보는 찬성, 윤 후보는 반대 입장이다. 보수 진영에서는 종전 선언이 되면 북한이 남북 간 전쟁 상태 종결을 명분으로 한·미 동맹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전시작전권은 유사시 한·미 연합군을 효율적으로 지휘하기 위해 현재대로 둬야 한다고 본다. 반면에 진보 진영에서는 종전 선언은  한·미 동맹 및 주한미군과는 별개 문제이고, 전시작전권 환수는 한국의 군사 주권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남북 평화···李는 협력으로, 尹은 힘을 통해


두 후보는 대북 기본 정책에서도 차이가 난다. 이 후보는 ‘협력’을 통한 평화를, 윤 후보는 ‘힘’을 통한 평화를 주장한다. 이 후보는 상대방과 전쟁할 일이 없도록 사전에 전쟁 소지를 없애는 게 중요하다고 보는 반면, 윤 후보는 그러면 상대방에 끌려만 다닌다며 상대방이 넘보지 못하도록 힘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이상에서 보듯 국정 운영 방식과 외교안보 정책에서 두 후보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유권자들이 투표할 때 고려하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후보의 개인적 특성과 정책이다. 개인적 특성은 도덕성과 신뢰성 같은 인성을 말하고, 정책은 공약을 말한다. 이 후보와 윤 후보 사이에는 인성에서도  차이가 있다. 누구의 인성이 더 문제인지에 대해선 이미 많은 국민들이 마음속으로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정책 차이에 관한 판단이다.  


청와대 기능과 정부 개입 확대라는 ‘큰 정부’, 미국과 중국 사이의 실용 외교, 협력을 통한 남북 평화가 옳다고 생각하면 이 후보를 찍으면 된다. 반대로 청와대 기능과 정부 개입 축소라는 ‘작은 정부’, 한·미 동맹 중심의 안보외교, 힘을 통한 남북 평화가 옳다고 여긴다면 윤 후보를 찍으면 된다. 어느 쪽이냐에 따라 나라의 매래와 운명이 달라진다. 그 결정은 유권자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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