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기인법 20년] ⑥ 100만 여성과기인 잇는다…다양성·포용으로 동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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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2-02-2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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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별·연령·학력 등 다양성이 글로벌 기업 '경쟁력 발판'

  • "여성 지원정책 자체가 조직 성장 기반임을 인식해야"

  • 2030년까지 30~40대 여성과기인 경제활동률 75%로

  • 신산업·신기술 대비 AI·SW인재양성, 재직자 역량강화

  • "다양성 고려한 과학기술·공학 교육콘텐츠 개발 필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글로벌 트렌드로 중시되고 있는 다양성·포용에 초점을 맞춘 혁신성장전략의 일환으로 오는 2030년까지 신기술·신산업 분야 여성 전문인력 4만명을 양성하고 국내·외 100만명 규모의 여성과학기술인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국내 여성과학기술인의 사회진출·경력지속을 촉진하고 기업 구성원의 다양성을 높여 성장을 가속하고 지속가능경영의 내실 강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22일 학계·산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에선 여성인재 육성·지원이 조직의 '다양성·포용'의 수준을 높이고 실적개선과 성과창출을 이끌어내는 활동으로 인식된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평가기준 중 하나로 여성의 고위급 대표성, 직장 내 남녀 동등 대우, 전문 여성인력 개발, 양성평등 달성과정 측정과 공시 등을 포함하는 '성별·다양성' 항목이 경영전략 핵심요소로 자리잡았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위셋)이 작년 12월 발간한 정책보고서 '과학기술분야 글로벌 기업의 다양성관리 트렌드와 확산방안'에 따르면 구글, 메타(전 '페이스북'), 우버 등 글로벌 기업들은 성별다양성을 넘어 인종, 연령, 능력, 교육수준, 성적취향까지 포괄하는 다양성 정책을 채택하고, 이것을 경쟁력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 맥킨지, 딜로이트, 하버드비즈니스리뷰 등이 젠더다양성이 높을수록 우수한 성과를 창출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높은 인재 다양성의 이점(판매·수익·주가상승)에 관한 연구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반면 국내 기업의 다양성 관리 수준은 글로벌 기업에 비해 상당히 낮게 평가된다. 권지혜 WISET 정책연구센터장은 "글로벌 기업은 조직 성장을 위해 다양성 위원회를 두고 어떻게 젠더 균형적으로 부서별 인재 양성을 할 것인지 고려하고 있고, 구성원을 위한 사내 지원 프로그램도 그런 맥락으로 운영한다"면서 "국내에선 일·생활 균형 제도의 하나인 육아휴직을 운영하는 수준에 그치고, 이나마 조직 전체의 성장을 위해 이런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없다"고 진단했다.

권 센터장은 "여성 지원정책 자체가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다양성과 포용적 성장을 위한 것이라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며 "조직 내 구성원 그룹은 남녀 개인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사정이 다른 기혼자, 비혼자, 보직자, 일반인들이 있는데 이들 간 인식을 개선하는 교육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여성 참여 많아져야 포용적인 AI·SW 가능"

WISET은 '다양성과 포용의 문화가 정착된 과학기술계'를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내건 2022년 업무계획을 통해 여성과학기술인 정책 싱크탱크 역할 정립, 미래인재 양성, 네트워크 구축, 전(全) 생애주기 지원, 지역 동반성장 생태계 조성 등 핵심과제를 추진한다.

우선 인공지능(AI)·소프트웨어(SW)를 비롯한 미래 신기술·신산업 분야의 여성 강사와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재직자의 경력전환·역량강화 교육을 확대한다. 1100명 규모의 과학기술 여성인재 아카데미 운영을 통해 산업수요 맞춤형 전문가와 초중고 진로강사를 양성한다. 2030년까지 4만명의 여성 신기술·신산업 인재를 양성한다.

권 센터장은 "AI·SW 분야가 남녀 모두에게 포용적인 기술 영역이 되게 하려면 AI·SW 인재양성 과정에 여성들의 참여가 많아져야 한다"면서 "기존 과학기술과 공학 분야의 인재들이 AI·SW 기술을 활용해 자기 전공영역을 확장하고 역량을 발전시키는 방법에도 관심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WISET은 여성과학기술인 네트워크 규모와 이공계 여성멘토링 사업을 확대한다. 2030년까지 글로벌 인재 5만명, 멘티 45만명, 예비 멘티 50만명 등 100만명의 여성과학기술인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2030년까지 지역 이공계 여대생 재학 비율 35%를 목표로 지역 이공계 여성인재 활용 사업과 지역 특성을 반영한 여성인재 역량교육을 운영한다. 또 전체 여대생 중 자연·공학계열 전공 비율 30%를 달성하고 과학기술계 '성 평등' 우수사례를 확산한다.

WISET은 정책연구센터 기능을 강화해 여성과학기술인 육성과 활용을 위한 정책을 선도한다. 과학기술인 정책통계 업무를 강화하고 일·생활 균형 문화 정착을 지원한다.

여성과학기술인 지원플랫폼 'W브릿지'를 통해 여성인재의 전 생애주기에 걸친 지원을 강화한다. 전년 대비 지원대상 규모를 20% 확대하고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플랫폼을 고도화한다.

경력단절을 예방하고 경력복귀를 위한 지원을 확대한다. 2030년까지 30~40대 여성과학기술인의 경제활동참가율을 75%로 끌어올리고 12만명 규모의 여성과학기술인력 풀(Pool)을 구축한다.

◆ '평범한' 여성의 과학기술계 진출 촉진해야

다양성은 WISET이 남녀 과학기술인 모두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10대 정책 제안을 담아 지난 1월 발간한 '여성과학기술인 육성·지원 10대 정책 제안 자료집'에서도 강조됐다.

여성과학기술인이 일하면서 육아할 수 있는 유연한 근무형태(재택근무·임시파트타임제 등), 일과 삶의 균형과 경력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유연근무제 정착과 확대를 지원하는 정책이 요구됐다. 육아기 과학기술인뿐 아니라 새로운 가족형태와 다양해진 삶의 방식, 코로나19 상황 등에 따라 유연한 근무 형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만큼, 이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경력탐색기 여학생의 여성희소 과학기술분야 진출을 지원해 미래 인력 다양성을 높일 정책도 요구됐다. 공대 여학생 비율이 25% 이하로 정체되고 있고 일부 자연계열 전공의 공학계열 진입장벽이 높은 상황에서, 평범한 여성들의 과학기술계 진출을 촉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공계 여성희소분야의 맞춤형 지원과 교육기회 확대, 해당 분야 멘토 발굴 등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

이공계 여학생 유입 확대를 위해서는 다양성을 고려한 과학기술·공학 분야 교육콘텐츠가 개발될 필요도 있다. 4차 산업혁명 융합인재 양성 과정 중 드론 교육을 예로 들면 비행 교육 이후 단계로 '드론 축구'라는 것을 하는데, 이는 경쟁을 통해 점수를 얻는 방식으로 다양성이 고려되지 않은 교육 콘텐츠의 예시로 꼽힌다.

권 센터장은 "그간 과학기술·공학 분야 교육콘텐츠에 다양성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면서 "여학생이나 경쟁을 좋아하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협동으로 드론으로 다리·탑 쌓기를 하거나 상공에서 도로 유실현황을 함께 조사할 수도 있는데, 이렇게 같은 내용을 습득하게 하더라도 접근하는 방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관계부처합동으로 발표된 제4차 여성과학기술인 육성·지원 기본계획(2019~2023)도 과학기술계 전반의 성별 다양성 개선을 추구하고 있다. 4대 전략의 세부 내용으로 '여성 진출 부진 산업분야 불균형 완화를 위해 초·중등 공학계열 관심 및 유입 촉진', '양성평등을 위한 여성과학기술인 대표성 제고', '우수 연구성과 창출을 위해 젠더혁신 연구 확대 및 인식확산' 등이 포함돼 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023년까지 여학생의 공학계열 유입 비율을 30%로 늘리고, 신산업 여성인재 3000명을 배출하고, 이공계 여학생 취업률을 70%로 높이기로 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분야 여성일자리 비중을 30%로 늘리고, 40대 여성과학기술인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70%로 높이고, R&D 전 주기에 걸쳐 여성위원의 참여를 강화하기로 했다. 여성과학기술인 보직자 비중을 20%로 늘리고 여성과학기술인 양성·활용·인프라 등 활동 생태계 지표를 만들기로 했다.
 

[그래픽=임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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