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해외 진출 스타트업, 성공하려면 '제품주도성장' 전략 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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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정 기자
입력 2022-02-1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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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사 스톰벤처스, 22년간 200여개 기업 투자 단행

  • 남 대표 "메타버스·NFT 기업도 관심 높아…투자 계획 有"

남태희 대표[사진=스톰벤처스]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영업직원 없이 제품을 판매하는 개념인 '제품주도성장(Product Led Growth·PLG)' 전략을 세워야 한다. 미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현재 경쟁력 있는 영업직원을 채용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온라인 커머스(전자상거래) 방식을 적극 활용하면 된다."

13일 남태희 스톰벤처스 대표는 아주경제와 진행한 온라인 방식 인터뷰에서 외국 진출을 고려하는 국내 스타트업 기업들에 이같이 조언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벤처투자사인 스톰벤처스는 기업용(B2B) 소프트웨어 분야를 주요 투자 대상으로 삼고 있다.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타깃이다. 시리즈A 등 초기 투자를 주로 진행하며, 2000년 설립 이래 매해 10개 이상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스톰벤처스가 투자한 기업들. [사진=스톰벤처스]


주요 투자 기업은 업무 애플리케이션 통합을 지원하는 '워카토(Workato)', 클라우드 콜센터 솔루션을 보유한 '토크데스크(Talkdesk)'를 비롯해 국내 직장인 커뮤니티 앱인 '블라인드' 등이다. 모두 SaaS 앱을 중점 운영하고 있다. 스톰벤처스의 투자펀드 규모는 건당 100만~600만 달러(약 12억~72억원)로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VC) 가운데 중간 순위지만 펀드 수익률은 상위권에 꼽힌다는 설명이다.

남 대표가 언급한 PLG 전략을 구축하면 회사는 인력이 아닌 제품·기술을 중심으로 사업 모델을 구상하게 된다. 고객에게 보다 빠르게 제품을 제공하고 이를 기반으로 고객 유치, 고객 활성화 등 목표를 속도감 있게 달성할 수 있다. 기존 영업주도성장(Sales Led Growth)과는 상반된 개념이다. 지난 2016년부터 본격 다루기 시작한 PLG 전략은 최근 SaaS 업계에서도 주요 키워드로 부상하기도 했다.

다음은 남 대표와 일문일답한 내용.

-특별히 클라우드 SaaS 분야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기업들이 기존 서버에서 운영하던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 컴퓨팅 서버로 옮기는 추세다. 원격근무제가 활성화하면서 직원들이 언제 어디서든 사내 소프트웨어에 접속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클라우드는 대량의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앞으로도 클라우드 활용이 많아질 것으로 보고 B2B SaaS 기업들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SaaS 앱 사용률이 늘면서 해당 앱 운영 기업들의 매출도 급증했다. 실제로 온라인 화상회의 앱을 제공하는 '줌'은 팬데믹 기간에 매출이 폭증해 2019년 3억3100만 달러(약 4000억원)에서 작년 26억5100만 달러(약 3조2000억원) 이상을 달성했다."

-블라인드 앱에 총 400만 달러(약 48억원) 투자를 감행한 이유는.

"블라인드는 앞으로 현대판 노조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익명성이 철저히 보장되기 때문에 직원들은 자유롭게 회사나 기업 대표에 대한 평가를 남길 수 있어서다. 이 같은 이점으로 블라인드 회원 가입자 수가 매해 늘고 있다. 기업 대표나 관리자들은 블라인드를 통해 직원들 의사를 확인하고 게시글에 직접 댓글을 달고, 필요시 사내 운영 방침을 바꾸기도 한다."

-메타버스·블록체인·대체불가토큰(NFT) 등 사업을 진행하는 기업들에 투자할 계획도 있는지.

"앞서 2018년 한국 메타버스 게임사인 '해긴'에 투자한 경험이 있다.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보이는 메타버스 기업을 눈여겨볼 계획이다. NFT 역시 성장 잠재력이 큰 분야다.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콘텐츠 원본을 인증하는 수요도 커질 것으로 본다. 아직은 찾지 못했지만 적합한 기업이 있다면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현재 벤처투자사 대표로서 스타트업들을 대하는 태도가 예전 변호사로 일할 때와는 달라졌을 것 같은데.

"우선 스타트업들과 일하는 게 정말 즐겁다. 다만 변호사로 일할 때는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숨기는 것 없이 모든 것을 나와 의논했다면 벤처투자사가 되니 공유받는 정보가 굉장히 제한적이다. 같은 스타트업 CEO와 일해도 관계가 달라졌다. 가족주치의(family doctor)에서 안 친한(arm's length) 보스가 된 느낌이다."

-한국 교육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보는지.

"제품을 파는 것은 회사 비전을 파는 것인데, 한국 교육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또 글로벌 시장에 나가기 위해선 어른 공경, 겸손함 등을 미덕으로 제시하는 유교 사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동아시아인이 남아시아인에 비해 미국 기업의 대표 지위에서 과소평가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보다 자신감 있고 적극적인 자세로 회사 비전을 내세워야 할 것이다."
 

남태희 대표가 지난 2일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된 아주경제 인터뷰에서 답하고 있다. [사진=인터뷰 화면 갈무리]


◆ 남태희 대표는

하버드대 응용수학 학사를 졸업하고, 시카고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3~2000년 벤처기업 투자전문 로펌인 '벤처 로 그룹(Venture Law Group)'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지내면서 IT기업을 포함한 약 1000개사 투자에 관여했다. 2000년 스톰벤처스를 설립한 이래로 현재까지 누적 200곳 넘는 회사에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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