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임기를 시작하는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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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
입력 2022-02-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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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

“가슴 뛰는 일을 하라. 그것이 당신이 이 세상에 온 이유이자 목적이다.”
미국 명상가 다릴 앙카의 말이다. 대학 4학년 대기업에 공채로 입사해 32년 넘는 시간을 유통 및 물류 현장과 사무실 때로는 해외에서 치열하게 보냈다. 그리고 대표이사직을 끝으로 퇴임한 지금,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중이다. 우리나라 최대도매시장인 가락, 강서, 양곡 도매시장을 관리・운영하며 서울시 소재 초, 중, 고교 및 유치원 등 1826곳에 안전한 급식 식재료를 공급하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을 맡게 된 것이다. 주어진 막중한 임무에 한편으로는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첫 직장을 시작하던 20대처럼 마음이 설레기도 한다. 민간부문에서 쌓아온 내 경험과 전문성을 공공성을 지닌 공기업에 접목시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도매시장의 미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초를 마련하는 것. 쉽지 않은 일이지만 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기에, 다릴 앙카의 말처럼 뛰는 가슴을 보듬고 과감하게 선택하고 도전했다.
사전에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곳에 부임하면서 새삼스럽게 느낀 점은 가락, 강서, 양곡도매시장이 한국 농수산물 유통 분야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거래물량이 약 300만톤이며 거래금액은 6조6000억원에 달한다. 소매 판매까지 파생되는 부분을 합산한다면 10조원이 넘는 농수산물이 거래되고 있다. 전국 250만 농어민에게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하고 있으며 수도권 2000만 시민에게 안전한 농수산물을 적정 가격에 공급, 국민생활에 기여해야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하는, 공공적 이익과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는 공기업 본연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급변하는 유통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도매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고 효율성을 제고함으로써 기업성을 확보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즉 공공성과 기업성이 조화를 이루고 균형을 맞추도록 하는 것이 공기업 운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가락시장은 1985년 개장 후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공영도매시장으로서 핵심 기능을 했으나 민간부문에 비해 더딘 환경 변화 대응과 비효율적 물류시스템을 지니고 있어 이제 새롭게 생산자와 구매자의 욕구와 기대에 부합해 ‘미래 유통환경을 선도하는 시장’으로 전환해야 하는 과정에 있다. 그 첫 단추가 ‘가락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이다.
가락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은 총사업비 9853억원, 부지면적 54만㎡에 연면적 51만㎡ 규모로 가락시장을 효율적인 물류시스템과 친환경 시설을 갖춘 도매시장으로 바꾸기 위한 재건축 사업이다. 노후화된 시설물을 현대화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도매시장 유통・물류 체계를 혁신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특히 가락시장은 대규모 아파트가 인접해 있어 추가 부지 확보가 어려워 공간 확장성에 제약이 있어 운영 효율성 확보가 더욱 중요하다. 중장기적으로 개별 물류에서 공동 물류 서비스로 물류 체계를 개선해 도매시장 혼잡도 완화 및 물류비를 절감하고 생산・유통・소비 전 과정을 디지털화해 통합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콜드체인 기반 저온창고, 가공・소분 시설 등 물류 기반 시설도 대폭 확충해 농수산물 유통의 물류 허브 기지 역할을 수행해 나가도록 할 계획이다.
도매시장 운영 관리 행정의 목표도 고객이 원하는 욕구를 충족시키는, 공급자 기반 수요자 중심 사고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역점을 둘 계획이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며 안전농산물에 대한 고객 욕구가 높아지고 있어 농약·비료 사용 등 생산정보와 유통과정 등 농산물의 생산·유통·판매까지 각 단계별로 정보를 관리하는 이력 추적 관리가 필요하며, 1인 가구 증가에 대비해 소포장 가공 시설 등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언택트 시대를 맞아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라인 거래 중심으로 변화하는 트렌드를 반영, 기업 간 전자상거래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다양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도매시장 거래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도매시장은 ‘미래유통환경을 선도하는 시장’, ‘공감과 신뢰 회복으로 상생하는 시장’, ‘안전하고 믿음이 가는 친절한 시장’으로 변화해 가야 한다. 지속가능한 성장과 포용적 발전을 이뤄갈 수 있도록 공공부문에서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 가치를 실천해야 한다. 도매시장 내 물류기기를 전기차 중심으로 전환해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뤄야 한다. 따라서 이해관계를 절충하고 대안을 도출할 수 있는 공사의 합리적 조정자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신뢰도 향상과 운영 투명성 제고는 공기업이 향후에도 유지, 발전할 수 있는 필수 전제조건이다. 정보 공개를 확대하고 윤리경영에 더욱 박차를 가해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신뢰받는 공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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