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인터, 군부 장악한 미얀마서 발 못 빼는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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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기 기자
입력 2022-02-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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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털·셰브런·우드사이드 등 글로벌 기업 잇달아 철수 선언

  • 미얀마 가스전 영업이익, 전체의 30.9% 달해...적자 부담 커

해외 에너지 기업들이 잇달아 미얀마에서 발을 빼고 있지만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아직까지 철수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회사가 미얀마 가스전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상당한 데다가 미얀마에서 손을 떼는 게 오히려 군부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토털, 미국 셰브런, 호주 우드사이드 등 해외 에너지 기업들은 최근 미얀마 천연가스 사업에서 철수하겠다고 선언했다.

미얀마 군부 쿠데타와 그로 인한 유혈사태가 1년을 넘어서면서 글로벌 기업들도 국제사회와 시민단체의 압박으로 인해 철수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기업 연이은 탈출...국제사회 요구에 응답 vs 소나기 피하기
미얀마 내에서 이뤄지는 천연가스 사업은 미얀마 국영기업인 미얀마석유가스회사(MOGE)와 지분·수익을 공유해야 한다.

이를 근거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를 비롯한 시민단체와 국제사회는 미얀마 가스전이 군부의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얀마 외화 수입의 절반가량이 가스전 수익금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MOGE가 지난해와 올해 가스전 사업으로만 총 15억 달러(약 1조8000억원) 규모의 수익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시민단체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와 같은 국제사회와 시민단체의 목소리에 응답하기 위해 미얀마 철수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AP·로이터·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토털은 지난달 성명을 통해 “쿠데타 이후 미얀마에서 인권과 법치 상황이 계속 악화하고 있다”며 철수 이유를 밝혔다.

우드사이드도 “미얀마 내에서 현재 진행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우리는 A-6 가스자원 개발 참여 및 향후 미얀마 내 활동도 생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 기업이 미얀마에서 벌어들이는 금액이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과감한 의사결정이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토털이 미얀마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1년에 1억500만 달러(약 1266억원) 수준으로, 이 회사 수입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기업 이미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사업을 강행하느니 일정 부분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철수하겠다는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미얀마 현지에서 가까운 미래에 대치 상황이 종식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데 주목한다. 철수를 선언한 기업들이 이후 말을 바꿔 해당 사업을 이어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 업계 한 관계자는 “아무리 수익이 미미하다고 해도 알짜 사업에서 무턱대고 발을 빼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미얀마 리스크가 해소된다면 언제든지 다시 들어올 수 있도록 판을 짜고 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패막 잃은 포스코인터내셔널...손에 쥔 선택지는
토털, 셰브런 등 주요 기업들이 철수를 선언하면서 이들 기업에 집중되던 국제사회와 시민단체의 요구가 포스코인터내셔널로 향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상사·에너지 업계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미얀마에서 철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우선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미얀마를 제외하면 생산 중인 천연가스 사업이 없다. 지난해 12월 호주 세넥스에너지를 인수하긴 했지만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다.

또 미얀마 가스전 사업이 회사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미얀마 가스전에서만 180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전체 영업이익(5854억원)의 30.9%에 해당하는 규모다.

기업이 철수하더라도 결국 누군가는 자산을 이어받아 사업을 이어갈 것이라는 주장도 거세다. 이 경우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자산으로 남 좋은 일을 하게 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이를 근거로 사업 철수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토털 등의 사업 철수는 국제사회에서 요구하는 군사정부로의 자금 지급을 중단하는 것과는 무관한 조치로 보여진다”며 “오히려 군부의 실익을 강화시켜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무역법인 폐쇄, 호텔 임차료 지급 유예, 긴급 난민구호 활동 수행 등 실행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실질적인 조치들을 취해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일을 계기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에너지 사업 다각화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류권홍 에너지환경법센터 센터장은 “미얀마에서 나오는 수익을 활용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한다”며 “아프리카를 비롯해 미얀마 이외의 국가에서 석유전·가스전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머스크사 바이킹시추선에서 포스코인터내셔널 마하 유망구조 가스산출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포스코인터내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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