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SDI 물류 디지털 전환과 빅데이터 보고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와 함께 인공지능(AI) 기술을 융합한 차세대 물류 시스템·서비스의 확산세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앞서 정보통신기술(ICT) 발전과 함께 창고관리시스템(WMS)과 운송관리시스템(TMS) 등 전산인프라 기반의 물류관리 시스템이 도입된 데 이어, 사물인터넷(IoT)과 AI 기술에 의한 초연결 물류체계로의 진화가 빨라지고 있다. 물류 현장에 투입된 드론과 로봇 등이 물리적인 환경 정보를 수집하면, 이에 대한 인간의 상황판단과 의사결정이 데이터로 축적되고, 궁극적으로 물류 분야에서 사람을 대신할 수 있는 AI가 자리 잡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간한 '물류 인공지능을 위한 필수조건, 물류 디지털 전환과 빅데이터' 보고서에 따르면 최첨단 물류 산업 발전의 핵심 위치에 AI 기술이 자리 잡고 있다. AI 기술은 기계화한 수송과 하역, 전산화한 관리시스템 이용 과정에 필연적으로 발생했던 '사람의 개입', 즉 판단과 지시를 대신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수송 분야에서는 자율주행과 무인배송, 보관·하역 분야에서는 이미지 기반 자동피킹, 무인운반차량(AGV), 자율이동로봇(AMR), 관리시스템에서는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수요·비용예측, 관리최적화 등의 기술이 확산하는 추세다.

KISDI는 보고서에서 물류 AI의 의미를 "물류 프로세스에서 필요한 상황 판단과 의사결정 등 지적 작업을 대신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또 "물류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디지털 전환으로 각종 정보가 디지털 형태로 생성이 되고, 이 정보가 축적되어 학습이 가능한 충분한 빅데이터가 되었을 때 물류 AI가 그 성능을 다할 수 있다"면서 "물류 AI의 실현에는 물류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물류 빅데이터가 필수 요소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류 AI 실현을 위한 도식적인 구성요소는 우선 하드웨어 측면에서 정보를 받아들이는 센서·카메라, 정보를 계산하는 CPU·GPU, 정보를 출력하는 로봇·비디오·오디오 등이 있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정보가 입력되는 데이터·이미지 기록시스템과 주문입력시스템, 정보를 처리하는 관리·운영 시스템, 결과를 출력하는 RPA 등이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IT기업들의 디지털 물류 사업 성과가 두드러진다. 삼성SDS는 디지털포워딩 서비스인 '첼로 스퀘어(Cello Square)'를 통해 디지털 물류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국제운송 분야에서 수출입을 원하는 화주는 첼로 스퀘어를 통해 견적, 부킹, 실시간 트래킹, 현황 관리, 정산 등 물류의 모든 과정을 처리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온도와 습도 변화, 충격 등에 민감한 화물의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프리미엄 운송 관제' 서비스도 제공된다. 또 김천시 디지털 물류 서비스 실증사업에 참여한 SK플래닛은 로봇과 드론을 이용한 배송 실증, 빅데이터와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한 물류 첨단화를 통해 물류 혁신 서비스를 실증할 계획이다.

산업 대분류별 IT활용지수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정보통신산업진흥원(2019)]

택배운송 업종에서도 물류 디지털 전환의 혁신이 가속화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인력공급 감소와 물동량 급증 등 불확실성 증가에 대처하기 위해 배송 전 단계의 피킹 고도화 시스템, 포장박스 추천과 자동포장 시스템, 다면 바코드 스캐너 등 자동화 장비 도입을 확대했다. 한진은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드 환경으로 모든 운영시스템을 전환하는 시스템 개선을 수행해 택배·물류 고객 IT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한진택배 차량을 활용해 '거리뷰' 촬영을 포함한 도로정보 DB 구축사업에 나서 이 데이터를 지도, 내비게이션,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분야에 활용하는 신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물류산업의 디지털 전환 흐름이 빨라지고 있지만 아직 업계 선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고 보기엔 이르다. 기업이 IT로부터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IT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지수화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IT활용지수'를 기준으로 삼을 경우의 얘기다. KISDI는 "2018년 국내 기업 IT·소프트웨어 활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물류산업이 대부분 속해 있는 운수업 분야의 IT활용지수는 39.6점 수준이며, 이는 (IT활용지수 발전단계의) 총 4단계 중 2단계인 '기업 내 협업' 수준에 해당한다"면서 "물류 기업들은 전반적으로 IT기술을 활용해 기업 내 협업을 수행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산업 전체 평균이 68.4점 수준에 달하는 것을 고려할 때 꽤 낮은 수준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여러 물류 기업의 노력에 비춰 볼 때 미래 물류산업은 '물류 빅데이터' 등 축적된 정보를 사업 전반에 널리 활용하면서 이에 기반한 전략적 경영으로 디지털 전환 달성에 다가설 것으로 보인다. 물류 빅데이터는 물류산업에 쓰일 수 있는 정보자산을 의미하는데, 물류정보시스템을 보유한 기업의 전사적자원관리(ERP), 바코드와 RFID 등 화물정보 스캔·센서·카메라 데이터와 같은 기업 내부 자료부터 통계·행정자료 등 기 구축자료와 인터넷·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외부 자료를 원천으로 수집될 수 있다.

물류 빅데이터 구축 사례의 하나로 UPS는 1980년대부터 배송 물품 추적과 부가적인 이동 정보를 구축해 배송기사의 경로 설정에 활용하고 있고, 2011년 당시 840만 갤런(약 3180만 리터)의 연료를 절감했다. 또 현대글로비스는 화물차 800여대에 디지털운행기록계(DTG)를 부착해 수집한 실시간 주행정보를 이용해 공회전 시간과 과속·급가속·급감속 횟수를 줄이고 운행시간과 주행거리를 감축하는 등 운행 최적화와 친환경 체계를 구축했다.

물류산업의 AI 기술 도입은 이처럼 다양한 물류 빅데이터 구축과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기초작업이 요구된다. 정부가 앞서 수집해 구축한 물류 관련 빅데이터를 산업계에서 두루 이용할 수 있게 개방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민간 기업은 중장기 관점의 투자로 디지털 전환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빅데이터 구축을 위한 데이터 표준화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KISDI는 보고서를 통해 "물류 AI를 물류산업이라는 자동차를 빠르게 멀리 나아가게 할 고성능 엔진이라고 하면 물류 빅데이터는 그 엔진을 잘 돌릴 우수한 연료라고 할 수 있고, 물류산업 디지털 전환은 그에 맞게 준비된 튼튼한 차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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