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표 신자본주의? "정체 알기 힘든 혁신" 비판 극복할까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2-01-22 12:27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신자유주의 폐해 넘어서겠다지만···구체적 방안 부족

  • "日 경제가 신자유주의였던 적 한 번도 없다" 비판도

  • "문제 근본 잘못 파악···아베노믹스와도 차별성 없어"

"경제 재생의 핵심은 '새로운 자본주의(新しい資本主義)'의 실현입니다." 

지난 17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시정 연설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단어 중 하나는 바로 '새로운 자본주의'였다.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나온 이번 연설에서 기시다 총리는 정책 차별화를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요미우리신문은 "시정연설에서 '새로운 자본주의'는 비슷한 뜻을 가진 자본주의 변혁이라는 말까지 포함하면 총 16회나 등장한다"면서 "이는 지난해 12월 임시국회에서 했던 소신 표명 연설보다 6번이나 더 많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올여름에 있을 참의원 선거를 의식하면서 '기시다의 색깔'을 전면에 내세우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17일 일본 국회 개회식에서 시정방침 연설 중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사진=일본 중의원 홈페이지]

 
◆"신자유주의 폐해 넘어서겠다"···"구체화가 부족"
기시다 총리는 이번 연설에서 새로운 자본주의의 전체 내용과 실행 계획을 올해 봄에 정리해서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설에서도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취임 직후에 밝혔던 바와 같이 성장과 분배에 동시에 방점을 찍었다. 이를 통해 자본주의의 편익을 최대화하겠다는 게 기시다 총리의 주장이다. 이날 연설에서 그는 "과도한 시장 의존은 불공정한 분배를 불러왔고, 경쟁과 효율성에 대한 맹신은 중장기적 투자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불가능하게 했다"면서 "여기에 지나친 집중으로 인한 지역 격차, 지나친 개발을 통한 기후변화, 중산층 감소로 인해 건전한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다"고 현재 상황을 진단했다. 

기시다 총리는 신자유주의의 여러 폐해를 넘어 "분배나 격차의 문제도 직시하고, 미래의 성장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이렇게 성장과 분배 양면에서 경제를 움직여 선순환을 창출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한 △디지털 △기후변화 △경제안전보장 △과학기술·이노베이션 등 일본이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성장 엔진의 기반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디지털을 활용한 지방의 활성화,  공급망 강화를 위한 지원, 인프라에 있어서 중요 기기·시스템의 사전 안전성 심사, 안보와 관련한 특허 비공개 제도 등이 구체적인 방안으로 소개됐다. 뿐만 아니라 반도체 설비투자와 AI, 양자, 바이오, 생명과학, 광통신, 우주, 해양 등에 대한 투자 확대와 대학 및 스타트업 투자 확대로 미래를 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가장 주목을 받았던 임금 인상 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것이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임금이기 때문이다. 기시다 총리는 "임금 인상은 새로운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저임금 재검토 등으로 좀처럼 올라가지 않는 임금 추세를 바꾸자고 호소했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일본의 구매력 평가 기준 평균 임금은 3만8514달러에 그친다. 잃어버린 30년이라고 불리는 기간 동안 증가율은 4.4%에 불과하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 시정 연설에서 일본의 과제를 재차 강조하면서 이를 해결해나갈 것이라고 선언했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다. 구체적인 현실화 방안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케이신문은 시정 연설 뒤 "성장 전략을 구체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매체는 "(임금을 인상하는 기업에 대한) 우대 조치 확충은 기업의 인건비 확대를 확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면서 "선순환 실현을 위해서는 임금 인상의 기반이 되는 기업의 실적 향상을 뒷받침하기 위한 성장 전략을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봄에 발표되는 실행 계획에서는 성장 전략을 구체적으로 살을 붙여 목표로 하는 경제사회 변혁과 결실에 대해 국민들이 '현실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베노믹스와 차별화 안 돼"···일본 경제 문제의 근본 잘못 파악
일각에서는 기시다 총리가 내세우는 새로운 경제가 아베노믹스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경제매체인 도요게이자이는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새로운 자본주의'에 대한 평가는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성장 엔진을 내세우고 기업의 임금 인상과 인적 투자 강화를 위한 선순환 구축은 아베노믹스와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비판했다. 

매체는 "성장 엔진을 설정하는 것은 산업 전략에 불과하며, 정부가 세제 우대와 보조금으로 기업 투자를 유도하는 기존의 방식이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반복되어 왔지만, 혁신의 활성화로는 이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과거 ‘3개의 화살’을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아베의 세 개의 화살은 △비전통적 금융완화 정책 △적극적인 재정정책 △규제 완화를 통한 성장전략을 핵심으로 한다. 시장에는 막대한 자금이 흘러 들어갔으며 엔화 약세로 인한 수출은 늘었다. 해외투자 증가 및 관광산업 확대 등의 효과도 나타났다. 일본의 실질 GDP가 5조 달러를 넘어서는 것은 물론 실업률은 재임 초기인 2012년 4.3%에서 2019년 2.2%로, 청년 실업률은 7.2%에서 3.8%로 하락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부양 효과는 선순환을 이뤄내지 못했다. 특히 ‘만성적 디플레이션 극복’은 달성하지 못했다.

잠시의 상승은 있었지만 경제 체질 개선에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2년 –0.27%에서 2019년 0.48%로 오르는 데 그쳤으며, 실질임금은 2015년 100을 기준으로 할 때 2012년 104.5에서 2019년 99.8로 오히려 줄었다. 기업들에 보조금 지급 등 국가가 유인책을 썼지만 먹히지 않은 셈이다. 그런데 이 같은 정책을 기시다 정부에서도 반복하겠다고 나서자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경제평론가인 야마자키 하지메는 도요게이자이 기고문을 통해 '내용이 없는 나쁜 농담'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어 "일본 경제가 시장경제를 중시하는 신자유주의였던 적은 한 번도 없다"면서 "성장을 요구하기 위해 우리 경제에 부족한 것은 오히려 신자유주의적인 자유와 시장의 존중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경제가 불행한 상황에 있는 근원에는 자본주의적이라기보다 오히려 연고주의적인 사회·경제 운영의 폐쇄성이 있다"면서 "이런 이유로 기업들의 성장이 부족하고, 제대로 임금을 지불하지 못하게 됐으며, 사회 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야마자키 평론가는 "새로운 자본주의의 내용이 구체화된 적은 한 번도 없다"면서 "재분배 규모나 증세에 대한 자세한 내용 없이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콘셉트로 하는 것 같은 '새로운 자본주의'를 말할 자격이 없다"고 덧붙였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왼쪽)와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사진=유튜브/FNN]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