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 거리 화장품·의류 매장 유리창에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김다이 기자]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여파로 '뷰티‧패션 1번지'였던 명동 상권이 흡사 '유령도시'를 연상케 한다. 거리에 줄지어 있던 노점상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쇼핑하러 나온 관광객들로 붐볐던 거리의 건물들에는 ‘임대 문의’ 안내문만 붙어 있었다. 
 
18일 찾은 명동 거리는 매장 2곳 중 1곳이 굳게 닫혀 있었고 텅 빈 가게들이 즐비해 냉랭한 기운만 감돌았다. 
 
토니모리와 미샤, 에뛰드하우스, 잇츠스킨, 스킨푸드 등 명동 거리를 주름잡던 화장품 로드숍 1세대 매장들은 불이 꺼진 지 오래다. 골목 구석구석에는 아직 다 철수하지 못한 점포들이 천막으로 뒤덮여 있었다.
 
브랜드의 얼굴인 대형 플래그십 매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7년 문을 연 ‘에뛰드 명동점 플래그십’ 매장은 잔해만 남아 있었다. 화장품 매장이 하나둘 방을 빼고 나간 유네스코길에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켰던 ‘이니스프리 명동 플래그십’도 영업 종료를 선택했다.
 
철수한 지 1년 넘은 매장들이 대부분이지만 아무도 새로 들어오려는 사람이 없는 이곳에는 낡은 간판만이 과거의 흔적을 보여줬다. 
 

명동 거리 대형 의류매장이 폐점한 이후 새 임차인을 찾지 못해 공실로 남아 있다. [사진=김다이 기자]

화장품 매장은 물론 대형 패션 매장들도 장기화하는 코로나19를 견디지 못하고 임시 휴업을 하거나 폐점을 선택했다.
 
H&M 국내 1호점인 명동눈스퀘어점도 코로나19에 무릎을 꿇었다. 국내외 고객들이 많이 찾는 대형 매장으로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을 예고한 날에는 전날부터 긴 줄이 이어지던 곳이었다. 명동 상권에 발길이 뜸해지자 글로벌 패션 브랜드도 견뎌낼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지난해 1월 유니클로 역시 상징과도 같았던 4층 규모의 초대형 매장인 유니클로 명동중앙점을 오픈 10년 만에 폐점했다. 명동역 앞 유니클로 대형 매장이 나간 뒤 인근 매장들도 연이어 셔터를 내렸다.
 
휠라키즈 명동 멀티점은 작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임시 휴업을 택했다. 에이랜드와 후아유, 에잇세컨즈는 물론 3층 규모의 디자이너 브랜드 매장 SJYP도 매장 문이 굳게 닫힌 채 철거만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서울시관광협회 관광통역안내사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싱가포르 관광객만 간혹 보일 뿐 유동인구 자체가 줄었다”면서 “근처 직장인이나 지나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지방에서 오는 국내 관광객에게만 가끔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명동에서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확산으로 관광객의 국내 유입 경로가 막히면서 싱가포르 관광객마저 발길이 끊긴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고 외국인 관광객이 돌아오더라도 명동 상권이 부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세계 시장에서 평가되는 ‘K뷰티’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고 화장품 산업의 성장세도 하락하고 있는 만큼 명동에는 새로운 먹거리가 필요한 상태다.
 
게다가 그동안 천정부지로 치솟은 임대료를 감당하면서까지 명동에 진입하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명동 일대 땅이 전국 땅값 상위 8위까지 모두 휩쓸었으며, 전국 표준지 중에서 가장 비싼 건물인 명동역 앞 네이처리퍼블릭 부지는 3.3㎡(1평)당 6억2370만원으로 부지 땅값만 320억원에 이른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 명동의 화장품 판매점 수는 42곳에 그쳤다. 전년 대비 59%나 감소한 수치다. 명동의 화장품 판매점 수는 2019년 12월 128곳, 지난해 6월 117곳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다. 명동의 의류 소매점은 같은 기간 55개로 전년 대비 33% 줄어들며 감소세를 보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오프라인 매장에 고객 발길이 뜸해지면서 계약 종료와 함께 수익성이 낮은 매장은 철수하고 있다”면서 “명동 대신 요즘 뜨는 패션 브랜드들은 홍대나 한남동 쪽으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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