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칼럼-지금] 운전과 선거…녹화, 녹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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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수석논설위원
입력 2022-01-18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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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통 위반, 주변 차 블랙박스에 다 담겨

  • '눈먼 돈' 주고 받는 선거판, 기록으로 남아

  • 대선 후보 돈 문제 엄중 점검…본인 외 일가, 친인척, 측근 등

 

▶다 지켜보고 있다
손수 운전해서 출퇴근하며 같은 길을 오간다. 딱히 모범운전자는 아니지만 속도 제한, 교통 신호와 차선 등 기본 교통 법규는 단속에 걸리지 않게 준수한다. 특히 보행자, 뒤와 옆 차를 위해, 내 안전을 위해 방향지시등(깜빡이)은 잊지 않으려고 신경 쓴다. 그럼에도 교통 위반 범칙금 고지서(일명 딱지)가 3~4년에 한 번 정도 날라 온다. 범칙금을 내면서 수십 년 한국에서 운전하는 사람이 지불하는 일종의 ‘예비비’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올초 갑자기 듣도 보도 못한 고지서가 날라왔다. 이름하여 ‘교통법규위반 사실확인요청서’라는 의문의 딱지. 지금까지 신호 위반, 속도 초과 등에 걸렸을 때 차 번호판 사진과 일시 등 잘못한 사실과 납부 금액, 기한 등이 적힌 고지서를 받아온 것과는 많이 달랐다. 심지어 한 번도 걸려본 적 없는 방향지시등 위반!
 

[교통법규위반 사실확인요청서 하단]

사실확인요청서 상단에는 깜빡이를 켜지 않고 차선을 변경(방향지시등 위반)한 팩트가 나왔다. 차선 변경 위반 사진과 일시, 장소 등이 적혀 있었다. 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경찰서로 오라고 출석일시를 고지했지만 범칙금이 얼마라는 건 없었다. 다만 위반 사실을 인정하고 범칙금을 내면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고 쓰여 있었다.
 
당시 상황이 전혀 기억나지 않아 경찰서에 전화를 걸었다. 담당 경찰관은 친절하게 “뒷차 운전자가 블랙박스에 기록된 영상을 교통민원 사이트에 신고한 겁니다. 교통 관련 파파라치 제도는 없지만 요즘 이렇게 신고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교통 법규 확실하게 지켜서 운전해야 합니다”라고 안내했다. 항상 신경 쓰는 깜빡이, 나도 모르게 깜빡하는 경우가 있다는 걸 명확하게 확인했다.

그러면서 든 생각. ‘아, 다 지켜보고 있구나’
 
▶법대로, 착하게 살자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세상을 읽는 송길영 작가(바이브컴퍼니 부사장)는 “착하게 살라”고 강조한다. 최신작 <그냥 하지 말라: 당신의 모든 것이 메시지다>(아래 사진)에서 그는 ‘착하게 살아야 하는, 그럴 수밖에 없는 시대’를 설명한다.
 
그 어느 것도 사소하지 않으며 그냥 하면 안 된다, 개인의 역사가 저장되고 검증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거다. 개인의 행동, 말, 글 등 모든 게 남는다. 왜냐하면 내가 아니라도, 지우더라도, 누군가는 나를 기록하고 저장하기 때문이다. 모든 대화, 전화 통화를 녹음하는 사람들도 있다. 카카오톡은 물론 텔레그램 대화를 캡처하거나 사진을 찍어 놓는 이들이 적지 않다.

 

 “예전에는 스타의 성적표나 생활기록부로 그를 검증했죠. 지금은 학교 친구들이 SNS에 올린 글로 학폭의 전력이 드러납니다. 이제 어느 한순간이라도 누군가에게 잘못하거나 상처를 주는 것은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입니다…착하게 살아야 해요. 근원적으로 착해야 합니다…모든 개인의 정보가 줌인되어 확대되고, 환기되고, 재생될 수 있으므로 앞으로는 ‘일상의 매 순간이 항상 건실해야 한다’는 삶의 법칙이 각자에게 요구될 것입니다.”

룰을 지키고 착하게 사는 건 일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그는 힘줘 말한다. 일의 과정과 결과의 투명성을 말하며 일 안 하는 ‘김 부장’에게 이렇게 경고한다.
 
“예전에는 결과로 대충 퉁치는 게 가능했는데, 이제는 매 단계가 보이니 착하게 살아야 합니다…매사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아, SNS와 일의 기록은 남는다’
 
▶눈먼 돈은 없다
어느 정치인이 과거 자신이 만졌던 정치자금, 검은 돈에 대해 했던 취중진담을 들은 적이 있다. 그는 기자에게 줬던 ‘촌지’ 규모를 이렇게 비유했다. “이봐, 강원도 춘천 가는 길에 등선폭포라고 있어. 기자들이 받는 촌지는 말야, 등선폭포에서 떨어지는 물 한 방울이야”. 경춘선 강촌역 인근 등선폭포는 삼악산 아래 높이 10m, 굵은 물줄기와 깊은 소(沼)가 아름답다. 오래 전 기자들에게 뿌린 돈이 그 물 한 방울이라면…

지금도 큰 선거가 있을 때마다 큰돈이 오간다. ‘눈먼 돈’이라며 돈 봉투를 돌린다. 이번 대선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두툼한 돈 봉투를 꺼낼 때 “지금 여기 당신과 나, 단 둘만 있는 것 같으냐.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 다 기록으로 남는다”고 정색한다. 테이블 위 혹은 상의 안주머니 스마트폰에는 이 대화가 녹음될 터. 주는 사람 혹은 받는 사람, 아니 둘 다일 수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부인 김건희씨는 ‘서울의 소리’ 기자를 불러 특강을 시킨 뒤 “누나가 주는 거니까 받아도 된다”며 105만원을 건넸다. 그 목소리는 다 저장돼 공개됐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

모든 대선 후보들은 검은 돈, 눈먼 돈에 대해 수시로 직접 챙겨보고 엄단 의지를 밝혀야 한다. 일가, 친인척, 캠프 인사, 측근 등 돈에 휘둘리는 사람은 반드시 있다. 시기와 장소 불문, 없을 수 없다. 후보 본인이 "모른다", "몰랐다"고 변명해 봐야 최종 책임은 온전히 후보에게 돌아간다. 후보 본인이 눈을 부릅뜨고 돈에 눈 먼 자가 나오지 않게 단속해야 한다.
 
‘아, 요즘 돈엔 눈이 달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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