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몽규 HDC그룹 회장 사퇴에도 싸늘한 여론
  • 대책위 "사과로 국민 우롱하지 말고 진정성 있는 보상책 가져와라"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가운데)과 임원진(왼쪽 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사장, 오른쪽 하원기 HDC현대산업개발 전무)이 1월 17일 서울 HDC현대산업개발 용산 사옥에서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와 관련한 입장 발표 전 고개 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고객과 국민의 신뢰가 없으면 회사의 존립 가치가 없다. 1976년 압구정 현대아파트 개발로 시작해 쌓은 '아이파크'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겠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17일 발표한 대국민 사과문에는 실추된 '아이파크' 이미지 회복만 있었다. 사고로 가장을 잃은 가족, 수천명의 '내 집 마련 꿈'에 대한 보상안은 없었다.

정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광주 신축 아파트 공사현장 사태 수습과 함께 그룹의 '환골탈태'를 약속했다. 사고 발생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해 안전조치를 시행한 뒤 해당 아파트의 완전 철거와 재시공, 후분양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실종자 구조작업이 진행 중이고,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 또 피해 규모와 보상 절차, 지원 방법 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보상안이 나올 때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종자·아이파크 회복만 외쳤다··· 847가구 발동동

정 회장의 대국민 사과가 반쪽이라는 평가가 나온 배경에는 입주 예정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안이 빠졌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실종자를 위한 구조작업"이라면서 "광주시 등 정부기관과 힘을 합쳐 실종된 분을 구조하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아이파크 품질보증제도 개선도 약속했다. 그는 "현재 골조 등 구조적 안전 결함에 대한 법적 보증기간은 10년이지만 새로 입주하는 주택은 물론 현대산업개발이 지은 모든 건축물의 구조적 안전 결함에 대한 보증기간을 30년까지 대폭 늘려 안전이 문제가 돼 발생하는 재산상 피해가 전혀 없도록 하겠다"면서 "고객 안전과 사회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여 다시 국민의 사랑을 받고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국민 기업으로 재탄생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 보상안에 대해서는 "입주 예정자들이 원하는 전면 철거, 환불(분양 취소), 후분양 등 대부분 조건을 알고 있다"면서 "당국과 상의해 안전에 문제가 있다면 모든 방안을 열어놓고 조속히 회복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조건 없는 재시공 원한다"··· 무너진 '내 집 마련 꿈', 피해자들 분노

그러나 광주시와 화정동 아이파크 예비입주자대표회의·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피해자대책위원회에서는 정 회장의 사과가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정 회장이 약속한 전면 철거 후 재시공 결정은 안전진단 후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 경우에 한하는 '조건부' 대책이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 비대위 관계자는 "사과를 하겠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안전진단 후 문제가 생기면 재시공하겠다는 당연한 얘기만 늘어놨다"면서 "과연 피해자들에게 사과할 마음이 있었는지조차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전진단 결과 이상이 없다면 기존 건물을 보수하는 정도로 사태를 끝내겠다는 건데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비대위 관계자는 "11월 입주에 맞춰서 살던 집을 처분하고, 4인 가족이 1년간 월세를 살고 있었는데 가을부터 또 이사갈 집을 알아보게 생겼다"면서 "이사 일정도 틀어지고, 세금 때문에 있던 집도 처분하고, 오매불망 기다렸던 새집도 사라졌다. 일상 모든 게 엉망이 됐는데 이 모든 피해를 어떻게 보상할 거냐"고 분노했다.
 
안정호 광주화정아이파크 피해자대책위원회 대표는 "현산 회장은 책임을 회피하고 물러날 게 아니라 사태에 책임지고 응당한 처벌을 받으라"면서 "사과 몇 마디로 국민을 우롱하면서 어디선가 또 다른 피해를 양산하는 일은 그만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상안, 보상금 마련도 난망···사태 장기화할 듯

업계에서도 사과문에 대한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분양보증기간을 30년으로 늘리겠다고 한 것은 표면적일 뿐 근본적인 대책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사과에 앞서 대형 로펌을 선임해 법적인 책임에서 벗어나려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도 악화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공 관리와 안전 관리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생겼는데 건물이 무너지고 나서 보증기간만 늘리는 게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건설현장에서 사고는 늘 발생할 수 있지만 이번 대응은 1군 건설사의 태도로 볼 수 없을 만큼 수준이 낮았다"고 지적했다. 

막대한 보상 규모와 다양한 계약자들의 요구사항을 어떻게 대책안에 넣을지도 미지수다. 현재 계약자들은 전면 철거 후 재시공 의견도 많지만 계약 취소 후 환불을 원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또 일부는 지연 보상금만 받은 뒤 빠른 입주를 원하기도 한다. 이들에 대한 보상안과 피해 금액 산정 등도 문제로 남아 있어 사태 수습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이미 공사가 끝난 건물을 재시공하려면 순수 건축비도 비싸지만 철거 비용 또한 막대하다"며 "현대산업개발 입장에서는 수천억원의 비용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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