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를 찾아서] 조주완 LG전자 사장의 전략…'고객 경험', 뻔하지 않고 펀(fun)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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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기 기자
입력 2022-01-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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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일 주총·이사회서 대표이사 선임...사업본부별 명확한 임무 부여돼

“어떤 기업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의 차이는 그 기업에 소속돼 있는 사람들의 재능과 열정을 얼마나 잘 끌어내느냐 하는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 토마스 제이 왓슨 전 IBM 회장이 남긴 말이다. 기업 구성원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것은 최고경영자(CEO·Chief executive officer)의 역할이다. 이는 곧, 기업(Company)은 리더(Chief)의 역량에 따라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기업에서 리더의 역할은 중요하다. 아주경제는 기업(Company)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다양한 C(Chief : CEO or CFO or CTO)에 대해 조명해보려 한다. <편집자 주>
 
“한발 앞선(First), 독특한(Unique),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New) ‘F·U·N 경험’을 제공하는 게 진정한 고객경험 혁신입니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사장)는 지난달 임직원에게 보낸 2022년 신년 메시지를 통해 ‘FUN 경험’을 강조했다.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고 그 가치에 돈을 아끼지 않는 신세대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조 사장은 선임 첫해 고객경험 혁신 가속화를 통한 ‘고객의 삶 향상’을 기치로 내걸었다. 업계는 최고전략책임자(CSO) 출신의 조 사장이 최고경영자(CEO) 겸 CSO로서 ‘소비자 경험을 위한 디지털 전환(DX for CX)’을 가속화해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고객에게 혁신적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고객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는 게 조 사장의 생각이다.

실제로 조 사장은 LG전자의 궁극적인 지향점을 “차별화된 혁신기술과 사업모델을 기반으로 기업가치를 향상시키고 고객에게 더 나은 삶과 가치를 제공해 지속 성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LG전자 CEO로서 첫 해를 보내게 된 조 사장에게 주어진 목표와 임무가 사업본부별로 명확하다고 보고 있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사장) [사진=LG전자]

조 사장에게 부여된 특명, ‘생활가전 글로벌 1위’를 사수하라
지난 7일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조 사장은 생활가전(H&A)사업본부의 글로벌 1위를 사수하는 게 가장 큰 임무가 될 전망이다.

LG전자 H&A사업본부는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글로벌 1위에 올라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지난해 경영실적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H&A사업본부는 지난해 1~3분기 누적 20조584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경쟁사인 미국 월풀보다 2조원가량 더 많은 수치다.

증권가에서는 4분기 월풀과 LG전자 H&A사업본부가 6조5000억원 수준에서 비슷한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조 사장은 LG전자의 생활가전이 글로벌 1위에 오른 시점에 지휘봉을 물려받은 셈이다. 그는 앞으로 소비자 경험에 중점을 둔 경영 전략으로 ‘타이틀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발표된 조 사장의 신년 메시지에서도 이런 전략이 잘 드러난다. 그는 “고객은 제품이 아닌 경험을 구매한다는 관점으로 우리의 시각을 바꿔야 한다”며 “LG전자가 고객에게 ‘일상에서 당연한 선택’이자 ‘앞서가는 삶을 위한 선택’이 될 수 있도록 모든 관점을 고객 입장에서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LG전자 안팎에서는 재직 기간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근무한 조 사장이 다양한 시장 경험과 고객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1위 사수’ 임무를 완수할 능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한다.

1996년 독일 뒤셀도르프지사에서 근무하며 해외사업 역량을 쌓기 시작한 그는 캐나다법인장, 호주법인장, 미국법인장 북미지역대표를 역임했다.

LG전자에 따르면 조 사장이 미국법인장으로 부임한 2014년부터 3년간 회사는 미국 시장에서 12% 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록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북미지역 대표로 있을 당시에는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북미 가전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총 3억6000만 달러(약 4273억원)를 투자해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지능형 자율공장 설립을 이끌기도 했다.

7만7000㎡ 규모의 테네시 세탁기공장은 북미 가전시장 수요에 대응하면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해내고 있다. 조 사장이 당시 사업의 변곡점을 정확하게 포착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CSO에 선임된 이후로는 2년간 거시적 관점에서 사업의 잠재력에 집중해 고객과 시장으로부터 제대로 인정받는 기업을 만드는 데에 힘을 쏟았다는 후문이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와 디지털 전환을 기반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이끌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LG 오브제컬렉션 [사진=LG전자] 

‘OLED 대세화’ 속 경쟁에서 승기 잡아야
지난해 LG전자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제품으로 재미를 봤다. 1~3분기 누적 12조2328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3분기 만에 지난해 연간 매출액(13조1836억원)에 육박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업계는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인해 TV 등 분야에서 수요 분출(펜트업) 효과가 발생한 것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화면을 접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좋은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OLED TV 시장 전망은 올해도 밝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OLED TV 시장은 800만대 규모로 전망된다. 금액 기준으로는 140억 달러(약 16조6320억원)에 달한다.

전 세계 OLED TV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LG전자로서는 시장의 확대가 곧 HE사업본부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이처럼 올해도 LG전자는 TV·모니터 등에서 OLED 제품에 힘을 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에서 출시를 앞둔 QD-OLED TV가 시장에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세계 최대 기술 전시회 ‘CES 2022’에서 국내외 언론에 QD-OLED 패널을 공개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일정 수준까지 수율을 끌어올린 뒤 QD-OLED TV를 시장에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대형 OLED 시장을 사실상 독식했던 LG전자로서는 새롭게 만들어지는 경쟁구도에서 기선제압을 해야 한다는 임무가 생겼다.

LG전자는 올해 42~97인치를 아우르는 다양한 크기의 OLED TV, 차세대 OLED 패널을 사용한 ‘올레드 에보’ 제품군 확대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최근 출시한 ‘LG 올레드 에보 오브제컬렉션’을 필두로 H&A와 HE사업본부의 협업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이뤄질지도 관심이다.

가전업계는 최근 소비자 가정 내에서 자사 제품으로 생태계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 삼성 비스포크와 LG 오브제컬렉션 등을 앞세워 소비자들이 가전제품 디자인의 통일성을 추구하도록 하는 것도 이와 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조 사장은 올해 ‘FUN 경험’을 지향점으로 제시하면서 “고객과 다양한 접점을 구축해 소통하는 사업모델, 한 번 경험하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고객경험을 제공하는 사업방식, 차별화된 고객경험을 연구하고 기획하는 조직역량 등 모든 영역에서 고객경험 혁신을 이뤄내자”고 당부했다.

그의 당부처럼 LG전자는 앞으로 사업본부를 넘나드는 고객경험 혁신을 추구하고 그 결과물을 시장에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모델들이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 마련된 ‘LG 올레드 에보 오브제컬렉션’을 위한 전시 공간을 소개하고 있다.[사진=LG전자] 

전장 흑자전환, 올해는 가능할까
LG전자에서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는 지난해 시장에서 부쩍 많은 관심을 받았다. 2020년 말 마그나인터내셔널과의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해 7월 합작법인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이 공식 출범했기 때문이다.

조 사장은 평소 사업에 변곡점이 될 수 있는 메가트렌드를 조기에 포착하고 전략적 사고를 통해 과감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게 ‘이기는 성장과 성공하는 변화’로 이어진다고 강조한다.

LG그룹은 ‘자동차의 전동화’를 메가트렌드로 보고 그룹 차원에서 시장 선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LG전자 역시 VS사업본부(인포테인먼트), ZKW(램프),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전기차 파워트레인) 등을 3대 축으로 미래차 전장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제는 아직까지 VS사업본부가 영업이익을 창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VS사업본부가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VS사업본부는 지난해 1~3분기 누적 899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사실상 실패했다. 조 사장에게는 VS사업본부의 흑자전환 역시 중요한 임무 중에 하나가 됐다.

조 사장은 임무완수를 위해 유기적인 운영 체계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CES 2022에서 LG전자가 선보인 콘셉트카 ‘LG 옴니팟’이 제시한 것처럼 앞으로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IVI)에서 다양한 콘텐츠가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차량 내에서 ‘한 번 경험하고 나면 경험하지 않았던 때로 다시 돌아가기 힘든’ 경험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업본부와의 동반 상승(시너지) 효과 창출이 필수다.

실제로 조 사장도 일하는 방식과 관련해 “조직 간 장벽을 허물고 직원들이 긴밀하게 소통함으로써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고 통합할 수 있는 유기적인 운영 체계가 필수”라며 “외부적으로는 전문역량을 적극 도입하고 이를 내재화할 수 있는 협업 체계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EO 1년 차 조 사장이 사업본부별 임무를 완수하고 LG전자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주춧돌을 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LG전자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적용된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 세단 2022년형 EQS. [사진=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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