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三十而立] 한중수교 30주년 스페셜 칼럼
  • 미 예일대 Westad 교수 '제국과 의(義)로운 나라' 의 제언
  • "한중관계 발전에 한반도와 중국 2300년 교류 역사 활용해야"

 캐슬린 스티븐스(Kathleen Stephens) 전 주한 미국 대사가 지난해 12월 23일 중앙일보에 ‘한국에서 돌아와 중국을 생각하며’라는 칼럼을 기고했다. 한국 이름이 ‘심은경’인 스티븐스 전 대사는 2008년 10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3년간 주한 미국 대사를 지냈다.

워싱턴으로 돌아간 뒤에는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 부차관을 지내기도 했다. 현재는 워싱턴에 있는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 겸 CEO를 맡고 있다.

“단 한 번의 연설이나 정상회담보다는 한국인과 미국인들이 중국에 대해, 자국과 중국 간의 역사와 상호 관계에 대해, 그리고 공유된 미래에 대해 지속적이면서도 깊은 대화를 나누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지난해 11월 말 2주간 한국 방문을 마치고)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오드 아르네 베스타(Odd Arne Westad) 예일대 교수의 '제국과 의로운 나라 : 600년의 한중 관계'를 다시 꺼내 읽었다.”

그러면서 스티븐스 전 대사는 이렇게 썼다.

“문제는 한국도 미국도 일관된 ‘중국 정책’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의 대중국 정책은 간단하다. 중국은 한국의 핵심 경제 파트너이자 남북한 관계 발전에 필수 요소이고, 미국은 안보 파트너이자 동맹국이다. ···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만큼 결코 간단치 않다. ‘경제를 위해서는 중국, 안보를 위해서는 미국’이라는 외교 공식은 진부해졌다. 경제 영역은 이미 안보 영역화되었다. ··· 중국이 싫어하는 안보 정책을 추진한 한국과 호주에 대해 중국이 강력한 경제 제재를 취하는 모습에서 보듯 경제활동과 안보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거나 사라져 버렸다. 중국에 대한 한국의 여론도 매우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스티븐스 전 대사는 2주간의 한국 여행으로 우리의 중국에 대한 정책적 고민을 대체로 간파한 듯 보였다. 스티븐스 전 대사가 워싱턴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다시 읽었다는 베스타 교수의 '제국과 의로운 나라 : 600년의 한중 관계'를 아마존에서 검색하니 'Empire and Righteous Nation - 600 Years of China-Korea Relations'가 검색되어 나왔다.

베스타 교수(62)는 노르웨이 출신 재미 학자로, ‘냉전과 동아시아 역사의 관계’가 전공이다.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과 영국 런던 스쿨 오브 이코노믹스(LSE), 베이징(北京) 칭화(淸華)대에서 강의한 경력이 있다. 그의 ‘제국과 의로운 국가’에는 ‘통일되고 평화로운 미래의 코리아(남북한을 함께 부르는 호칭)를 위하여’라는 헌정사가 앞머리에 적혀 있다.

제1장은 ‘중국과 조선 : 1392~1866’, 제2장은 ‘동아시아의 국제화 : 1866~1992 중국, 코리아, 그리고 세계’, 제3장은 ‘오늘의 중국과 코리아’, 결론 부분은 “우리는 역사에서 중국과 코리아 관계에 대해 무엇을 배워야 하나”로 되어 있다.

1866년은 프랑스 함대가 조선 강화도를 침공한 해이고, 1992년은 한·중 수교가 이뤄진 해라고 설명돼 있다. 베스타 교수는 ‘제국과 의로운 국가’의 결론 부분에서 지금까지 한반도를 다룬 서양인들이 내려본 일이 없는 판단을 제시했다.

“코리아는 지금까지 한 번도 제국(중국 대륙)의 일부가 되어본 일이 없다. 그 이유는 (코리아가) 복합적인 주권(complex sovereignty)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근대적인 국가 간 관계를 주권국가 관계로 규정한 베스트팔렌(Westphalen) 체제와는 달리 아시아의 제국 중국과 주변국들은 서로 총체적인 주권(total sovereignty)을 인정하고 있었으나, 조선을 포함한 중국 주변국들은 서양 사람들에게 머리는 사자이고 몸통은 염소인 키메라(chimera)와 같은 괴상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베스타 교수에 따르면 조선 왕조는 수 세기 동안 서양 사람들에게는 명(明)과 청(淸)의 ‘Vassal(속국 또는 제후국)’로 인식돼왔다. 그러나 조선은 국내 통치에 관한 한 독자적인 주권을 유지하고 있었고, 안보와 외교에서는 명과 청에 복종적이고 의존적(subservient and dependent)이었다는 것이다.

명과 청은 의(義)로운 나라 조선을 문명국으로 대우하면서 ‘관대(benevolent)’하게 대했으나 16세기 도요토미 히데요시(豐臣秀吉)가 조선을 침공했을 때는 일본을 조선반도에 대한 경쟁자로 인식해서 전쟁에 개입을 했다.

다시 19세기에 메이지(明治) 유신을 한 일본이 조선을 침공했을 때와 20세기 들어 미국이 한반도에 개입했을 때 중국도 군사 개입을 했다고 베스타 교수는 설명했다.

베스타 교수는 중국과 북한의 관계에 대해서도 제국의 논리를 적용해서 독특한 주장을 펴고 있다. 미국의 생각에 한반도의 주한미군 주둔이 북한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것 같지만, 제국과 한반도의 역사적 관계를 적용해보면 주한미군의 존재는 중국이 한반도에 개입할 이유가 되기도 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에 대한 북한의 군사 도발에 중국이 침묵하는 이유, 사드(THAAD) 배치에 대해 중국이 한국에 경제 보복을 한 것도 제국과 주변국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베스타 교수는 북한 고위 관리가 “미국의 영향을 받지 않는 DPRK(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가 진정한 코리아이며, 남조선은 미국에 오염되고 조종을 받기 때문에 순수한 코리아가 아니다”는 주장을 했다고 썼다.

그러나 한반도 문제에 대해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통일되고 번영한 한반도가 중국에 더 나으며, 국내 문제에서 내부 개혁을 하지 않는 김정은은 결국 생존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베스타 교수는 전했다.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한반도의 긴장 완화가 북한의 시장 개혁을 도와줄 수 있으며, 두 개의 코리아가 경제적인 통합을 하는 데 중국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하고 있다고 아울러 전했다.

베스타 교수는 “그러나 중국이 전제주의를 정치제도화할 경우에도 한반도가 민주적 정부 체제로 통합하는 것을 중국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라고 전망했다.

'제국과 의로운 나라'를 한국인들에게 읽어보라고 소개한 스티븐스 전 대사는 칼럼에서 “한국은 중국 정책을 결정하기 위해서 북·중 관계와 지리적 근접성, 중국과의 길고 복잡한 역사적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특히 “한국의 차기 대통령은 쿼드(Quad)부터 대만, 남중국해 의제에 이르기까지 중국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에 대해 한국의 태도를 잘 정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븐스 전 대사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도 중국 정책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견해도 밝혔다. “2주간의 한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든 생각은 무엇보다 한·미 양국이 중국에 대해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중국에 대한 이해와 관계 설정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솔직히 밝혔다.

“문제는 한국도 미국도 일관된 ‘중국 정책’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라고 스티븐스 전 대사는 지적했다. “지난달 15일 열렸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온라인 정상회담에서 보인 부드러운 담론은 한국과 아시아 국가들이 환영할 만한 접근 방식이지만 이번 정상회담은 미국이 중국을 ‘전략적 경쟁 상대’로 보고 있다는 기존 관점을 바꾸어 놓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스티븐스 전 대사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우리와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도 한·중 관계와 중·미 관계를 설정하면서 군사력과 경제력을 우선하는 하드 파워(Hard Power) 논리만 앞세워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북한과 중국의 사회주의 진영 간 논리만 따져서 ‘혈맹(血盟)’이니 ‘순망치한(脣亡齒寒)’이니 할 것이 아니라 한반도와 중국 사이의 역사적 맥락이라는 특수성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국인들의 불만을 사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중국 외교 당국자들에게 전하고 싶다.

한나라와 수, 당을 거쳐 명, 청에 이르기까지 2300년 넘는 이른바 ‘봉건(封建)시대’에 중국 대륙과 한반도가 끊임없는 교류를 해온 점을 무시하고 고구려사를 말살하기 위한 동북공정의 잘못 인정에도 솔직해야 우리의 마음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미군이 한국에 사드를 반입한 데 대해 제국과 주변국의 논리만 앞세워서 우리에 대해 경제 제재에 나선 잘못된 정책도 고쳐야 중국에서 멀어져가는 한국민들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제국과 의로운 나라’에서 베스타 교수가 한 충고를 받아들인다면 중국 정부는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과 1945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의 관계만 중시할 것이 아니라 중국 대륙과 한반도 사이의 2300년 넘는 교류사도 참고해서 새로운 한·중 관계를 설정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앞으로 30년간 한·중 관계 발전이 순탄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논설고문/호서대 초빙교수>
 
<작은 박스> 1992년 8월 24일 발표 한·중 외교 관계 수립 공동성명
1992년 8월 24일 베이징(北京)에서 발표되고 이상옥 대한민국 외무부 장관과 첸치천(錢其琛) 중화인민공화국 외교부장이 서명한 한·중 수교 공동성명은 제2항에서 양국 관계의 기본을 규정하고 있다. “양국 정부는 유엔 헌장의 원칙들과 주권 및 영토 보존의 상호 존중, 상호 불가침, 상호 내정 불간섭, 평등과 호혜, 평화공존의 원칙에 입각하여 항구적인 선린 우호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에 합의한다.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는 한반도가 조기에 평화적으로 통일되는 것이 한민족의 염원임을 존중하고, 한반도가 한민족에 의해 평화적으로 통일되는 것을 지지한다.” 이 제2항은 1954년 6월 28일 저우언라이(周恩來) 중국 총리가 국제사회에 제시한 ‘평화공존 5원칙’을 반영한 조항이다. 이 평화공존 5원칙은 2014년 6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발표 60주년 기념식에서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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