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양육비 미지급자 72%는 실거주지 불분명..첫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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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지 기자
입력 2022-01-10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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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소 파악 통한 법적 제재 절차 걸림돌

[그래픽=장한지 기자]

양육비 미지급자 10명 중 7명가량은 실거주지가 분명하지 않다는 첫 실태조사가 나왔다. 이혼 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 중 상당수의 거주지가 불분명하다 보니 주소지 파악을 통한 법적 제재에 허점이 생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 아주경제가 입수한 양육비해결총연합회(이하 양해연)가 양육자 4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양육비 미지급자의 실거주지와 관련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72.5%(305명)가 '실거주지 불분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거주지 불분명 유형으로는 '위장전입'이 37.3%(157명)로 가장 많았고, 나머지는 '거주지 모름'이거나 '해외 도피'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거주지가 분명한 양육비 미지급자는 27.6%(116명)에 불과했다.

양육비 미지급자의 채무액은 1000만~2000만원이 22.6%로 가장 많았다. 1000만원 이하가 19.7%, 5000만~9000만원과 3000만~5000만원이 각각 17.3%, 2000만~3000만원이 13.9%를 차지했다. 양육비 채무액이 1억원 이상인 경우도 무려 9.1%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이혼 후 홀로 자녀들을 키우는 양육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비양육자 거주지, 채무액 등에 관한 첫 실태조사다.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여성가족부에선 양육비를 받고 있는지 여부 정도를 묻는 한부모 가족 실태조사를 했지만 이번 조사는 실제로 양육비 미지급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현장의 목소리가 담긴 것으로, 신뢰할 만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비양육자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을 때 양육자는 양육비 이행명령, 압류명령, 직접지급명령, 감치명령 등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양육비 채무자가 최종적으로 '감치명령'을 받게 되면 2년 전 개정된 '양육비 이행 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육비이행법)'에 따라 운전면허 정지, 출국금지, 명단공개 등 제재를 당할 수 있다.

하지만 양육비 채무자가 위장전입 등으로 감치명령 소송 문서 송달을 고의적으로 거부하면 소송 절차는 시작조차 하기 어렵다. 양육비이행법에 따른 운전면허 정지, 출국금지와 같은 각종 제재는 무용지물이 되는 셈이다.

허 조사관은 "(양육비)채권자들은 자녀들이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자라날 수 있게 끔 본인이 할 수 있는 모든 자원과 노력을 다 쏟고 있는 반면 채무자는 위장전입이라는 매우 간단한 방법으로 회피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장기화하면 양육자는 양육비를 포기하게 되고, 비양육자들 사이에서는 '버티면 된다'는 인식이 확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가부 산하 양육비이행관리원 출신 강효원 변호사(법무법인 숭인)는 "채무자 집에 감치 신청 송달이 안 되면 이것은 공시송달로도 진행이 안 된다"며 "그래서 그냥 각하 결정이 나는 경우가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양육비 이행의 핵심은 '송달'"이라고 덧붙였다.
 
여가부가 지난해 실시한 '양육비 이행률'은 2020년 기준 36.1%. 이날 공개된 실태조사에서 '양육비 해결 기구 양육비이행관리원에 대해 만족하냐'는 질문에 양육자 55.1%가 '불만족', 19.1%가 '만족'을 꼽았다.

이번 실태조사는 그 신뢰성을 인정받고 입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국회 입법조사처에 제출된 상태다. 허 조사관은 "양육비 문제에 대해 정부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며 "위장전입, 주거지 불분명 문제가 드러난 해당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입법이 새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입법조사처에서 관련 논문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 양해연 대표는 "주거지가 불분명하면 감치명령 소송 시작부터 원천 봉쇄를 당하는 것"이라며 "법이 개정되면 상황이 나아질 거라고 기대했는데 미지급자들은 '위장전입' 등 꼼수를 부리고 있어 양육자들이 고통받는 현실은 사실 똑같다. 송달과 관련해 촘촘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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