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주요 대기업인 삼성전자와 SK그룹, LG그룹 등이 미국 정치권에 대한 로비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는 외신의 보도가 나왔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전략 갈등이 심화하며 첨단 기술 시장 내 경쟁이 극심해진 탓이다. 

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의 4대 대기업인 삼성·현대(현대자동차그룹)·SK·LG가 반도체·전기차 배터리 등 전략적으로 민감한 제품을 생산하는 데 대한 미국 워싱턴에 압력에 로비 활동 강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신문은 중국과의 반도체 관련 거래를 하는 경우나 미국에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경우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으며, 일부 기업들은 미국 내 현지 사무소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초 방미 일정 중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 간담회에 참석해 공개 발언한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그룹]


이런 상황이 확대한 데는 지난해 1월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전략 기술 경쟁을 천명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에 이어 중국 화웨이와 SMIC 등 '블랙리스트(중국 군-산업 복합기업)'에 등재된 기업을 상대로 자국의 기술 제품 수출을 금지하는 제재를 안착시켰다. 이는 반도체 기술을 비롯해 자국이 기초 지적재산권를 확보하고 있는 첨단 기술의 중국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따라서, 미국과 각국 기업은 반도체 관련 제품을 중국에 반입하기 위해 반드시 미국 상무부에 수출 자격 허가(라이센스)를 받아야 한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 2020년 11월 9일부터 2021년 4월까지 화웨이와 SMIC 등에 1030억 달러(약 123조원) 규모의 반도체 기술·부품·상품만 수출하도록 허가했다. 

이와 관련해 가장 최근에 불거졌던 논란은 SK하이닉스가 조성하려고 했던 중국 동부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시 소재 반도체 산업단지 계획이다. 지난 2006년부터 해당 지역에 D램 생산공장을 운영 중이던 SK하이닉스는 중국 지역 당국과 함께 이를 확장해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18일 로이터는 해당 공장에 첨단 반도체 공정 설비를 반입하려는 계획을 놓고 미국 백악관이 반대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후 SK하이닉스 측은 당초 중국 우시 공장에 대상 공정을 도입할 계획이 없었다면서 해당 장비의 반입 계획을 부정했다. 또한, 일부 분석가들은 회사가 중국 공장 대신 미국에 반도체 제조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지난달 초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미국 워싱턴DC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 간담회에 참석해 이와 같은 논란을 일축하기도 했다. 

당시 최 회장은 "(미 정부의 중국 내 제조 장비 반입 반대에 대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중국 우시 공장에 대해서는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고, 첨단 (제조) 장비 없이도 계속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은 이 대신 경기도 용인 공장을 대상으로 첨단 설비 도입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미국 내 반도체 공장 건설 문제는 "현재로선 계획이 없지만,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와 관련해 김영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FT에서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은 이제 미국 상무부·국방부와 더 자주 보안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전직 미국 관리들을 로비스트로 더 많이 고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최대 경쟁사인 중국 TSMC는 한발 먼저 움직인 상태다. 2019년 TSMC는 인텔의 최고 로비스트였던 피터 클리블랜드를 자사의 글로벌 정책·법률 문제 부사장으로 영입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미국 상공회의소 이사회에 있던 니콜라스 몬텔라를 자사의 대정부 관계 이사로 고용했다. 

FT는 이 여파로 "최근 미국 워싱턴 정가에서 TSMC의 위상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면서 "TSMC는 바이든 행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 보조금(520억 달러) 지원을 놓고도 경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현지에서 SK이노베이션과 전기차 배터리 분쟁을 겪었던 LG에너지솔루션이 내년 중 미국 워싱턴DC에 로비 사무실을 개설하고 나섰다고도 신문은 전했다. 

이에 대해, LG 에너지솔루션의 한 경영진은 "미국 정부·의회와의 네트워킹을 강화하기 위해 워싱턴 정가와 인연이 있는 미국 국적의 사람을 채용할 예정"이라면서 "미·중 관계 악화, 국제 무역 질서 변화, ESG(기업의 환경·사회·거버넌스 준수 기준) 요구 등 변화하는 국제 의제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국제 공급망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의 입장을 워싱턴에 효과적으로 전달할 채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SK그룹 산하 에너지 관련 계열사인 SK E&S 역시 지난달 미국 내 에너지 솔루션 사업을 전담하는 '패스키'를 신설한 데 이어 뉴욕사무소 설립도 추진 중이다. 

SK그룹 관계자는 매체에서 "반도체부터 전기차 배터리, 수소 에너지에 이르기까지 한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해외 비즈니스 경험이 있는 경영진을 미국으로 더 많이 이동하는 한편, 워싱턴과의 효과적인 의사 소통을 위해 더 많은 로비스트를 고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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