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바둑계 결산] 승전고 울린 한국 기사들…청산 남긴 김인 국수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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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입력 2021-12-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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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의 마지막 날이 도래했다. 2022년 1월 1일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두 번째로 맞는 새해다. 올 한 해 바둑계는 다사다난했다. 천만다행은 대다수 스포츠 종목에서 불가능한 온라인 대국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크고 작은 세계 기전이 열렸고, 명승부가 펼쳐졌다.

지난 1년간 바둑계는 무슨 있었는지 함께 알아보자.
 

농심신라면배 우승컵을 되찾은 한국 [사진=한국기원]

◆ 국내외 대회서 맹활약 펼친 신진서

올해 역시 신진서(21) 9단의 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지난 12월 29일 열린 바둑대상에서 최우수기사상(MVP) 등 4관왕에 올랐다. 올해 첫 우승은 쏘팔코사놀 최고기사결정전이다. 이후 GS칼텍스배, 명인전, 용성전, 춘란배, KBS바둑왕전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한 해에만 6개의 타이틀을 쓸어 담았다.

신진서는 올해에도 한국 바둑 순위 1위를 지켰다. 상금도 2년 연속 10억원을 넘겼다. 그는 올해 국내 기전을 휩쓰는 등 압도적인 모습으로 1인 천하를 구축했다.


◆ 신진서 극복하고 삼성화재배 거머쥔 박정환

최근 박정환(28) 9단은 신진서에게 매번 패배했다. 신진서의 그늘에 가려지나 싶었다. 그러나, 그는 올해 신진서를 뛰어넘었다. 바로 메이저 세계대회인 삼성화재배에서다. 결승전에서 박정환은 신진서를 누르고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우승컵 가뭄에서 2년 만에 벗어나는 순간이다. 개인 통산 32번째 우승으로 기록됐다. 메이저 세계대회로는 5번째다. 2019년 6월 춘란배 우승 이후 2년 5개월 만에 메이저 세계대회 승수를 추가했다.


◆ LG배 우승으로 중국 울린 신민준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으라 하면 신민준(22) 9단의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우승이라고 할 수 있다. 결승에서 신민준은 중국 바둑 순위 1위 커제(중국) 9단을 상대했다. 일각에서는 커제가 우승하리라 예측했지만, 신민준이 커제를 잡아내며 모든 것을 뒤집었다.

신민준은 이 우승으로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 세계대회 타이틀을 얻었다. 한국기사로는 15번째다. 중국기사와의 결승 대결에서 한국이 승리한 것은 2014년 삼성화재배 결승(김지석 9단 vs 탕웨이싱 9단) 이후 6년 2개월 만이다.

신민준은 이후 우승 특집방송에 출연하는 등 국내 바둑 팬들에게 축제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 농심신라면배 되찾은 한국, 주인공은 신진서

신진서가 3년 만에 한국의 품에 농심신라면배를 안겼다. 신진서는 4번째 주자로 출전했다. 단숨에 5명을 누르고 우승까지 직행했다. 신진서의 마지막 상대는 커제였다. 커제 역시 누르며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5번째 주자인 박정환은 바둑돌을 쥐지 않고,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호위무사가 주인공이 된 셈이다.

신진서는 처음 출전한 19회와 두 번째로 출전한 21회에서 승리 없이 패배만을 기록했다. 그래서 그런지 농심신라면배 구멍으로 평가받았다. 1년이 지난 올해는 180도 달라졌다. 구멍이 아니라, 영웅이다.


◆ KB국민은행 바둑리그 통합 우승 거둔 셀트리온

셀트리온이 한국물가정보를 꺾고 2020~2021 KB국민은행 바둑리그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정규리그 1위에 이어 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승리했다.

2019년 창단한 셀트리온은 창단 첫해 준우승을 거뒀다. 1년 만에 준우승을 우승으로 바꿔놨다. 팀의 주장은 신진서다. 신진서와 함께 공격의 선봉에 선 것은 원성진(36) 9단이다. 그는 17전 전승으로 전승 신화를 기록하며 바둑리그 MVP에 등극했다. 두 기사를 막을 자가 없었다.

2021~2022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현재 진행 중이다. 셀트리온과 한국물가정보는 7위와 9위로 추락했다. 현재 선두는 포스코 케미칼(4전 4승), 2위는 바둑메카 의정부(5전 4승 1패)다.

◆ 최정 극복한 오유진

오유진(23)이 97개월 연속 한국 여자 바둑 순위 1위 최정(25) 9단을 누르고 바둑대상에서 여자 기사상을 받았다. 최정 천하에 균열이 가는 대사건이다.

균열의 시작은 하림배 여자국수전과 한국제지 여자기성전이다. 오유진은 두 기전 결승에서 최정과 맞붙었다. 두 번 만나서 두 번 우승했다. 이 대회 전까지 최정은 오청원배와 IBK기업은행배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 모습을 본 조승아(23) 5단도 최정을 극복하려 하고 있다. 난설헌배에서 우승했고, 호반 여자최고기사 결정전에서 최정을 거푸 물리쳤다. 2022년 여자 기사 지각변동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사진=한국기원]

◆ 청산 남긴 김인 국수

올해 4월 4일은 바둑 팬과 관계자에게 가장 슬픈 하루가 아니었나 싶다. '영원한 국수' 김인 9단이 향년 78세로 유명을 달리했다. 고인은 15세의 나이로 프로 무대를 밟았다. 이후 63년간 한국기원 기사로 활약했다. 통산 전적은 1568전 860승 5무 703패. 1968년 기록한 40연승은 한국기원 최다 연승으로 남아 있다. 고인의 유족들은 후학 양성을 위해 1억원을 기부했다.


◆ 온라인 대국으로 치러지는 세계대회

코로나19 2년 차다. 1년 전보다 온라인 대국이 많이 열렸다.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이제는 많이 보완한 모습이다. LG배, 삼성화재배, 농심신라면배, 국수산맥 등 국내 주요 세계대회는 물론이고, 응씨배, 춘란배, 오청원배, 센코컵 등 중국·일본이 주최하는 대회도 모두 온라인 대국으로 전환됐다. 바둑 역사상 첫 메이저 세계 대회 온라인 대국은 2020년 4월 열린 4회 몽백합배 본선 8강 중·일전(셰커 9단 vs 이치리키 료 9단)이다.

 

[사진=한국기원]

◆ 기본 계획 발표된 바둑 진흥

문화체육관광부가 바둑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목표는 '바둑, 건강한 100세 시대를 선도하는 창의 여가 스포츠'다. 3개 추진전략과 8개 세부 추진과제를 도출했다. 추진전략으로는 △지속 가능한 바둑 생태계 조성 △생활체육으로서의 바둑 여가 확산 △바둑의 산업화 기반 조성이다.

◆ 대한바둑협회 신임 회장에 이재윤 씨

이재윤(70) 전 한국기원 부총재가 제7대 대한바둑협회 회장에 당선됐다. 그는 대구에서 덕영배 전국아마대왕전을 후원하고, 내셔널 바둑리그 대구 덕영팀을 운영하는 등 아마 바둑계 최대 후원자다. 이재윤 신임 회장은 "전문가를 중용하고 위원회를 활성화해 투명하고 효율적인 행정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바둑협회는 2005년 창립됐다. 대한체육회 정가맹 승인, 전국체전 정식종목 진입 등 바둑 체육화를 위해 공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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