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춘 칼럼] 포용적 탄소중립과 공정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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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
입력 2022-01-10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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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


 2022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무언가 새로운 것을 목표로 세우고 계획을 짜고 다짐을 하면서 과거의 자신과는 다른 새로운 자신을 꿈꾼다. 그러나 새해의 출발점에 서 있으면서도 우리의 마음은 여전히 무겁다. 새해의 활기를 느끼기가 어렵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도 여전히 멀다. 코로나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시민들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쳐있다. 새로운 무언가를 찾기에 앞서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것을 지키기에 급급한 것이 일반대중들의 현실이다. 이렇게 지친 사람들에게 새로운 것을 요구하고 변화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사치일까? 그러나 야속하게도 세상은 거침없이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우리는 100년에 한 번 찾아오는 이른바 ‘대전환의 시대’속으로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대의 변화는 지친 대중의 몸과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바쁘게 제 갈 길을 재촉하고 있다. 2022년 새해, 우리는 새롭게 밀려드는 거대한 파도 앞에 서 있다.

미·중 간 패권경쟁으로 세계화와 자유화의 흐름에 제동이 걸렸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소통의 세상이 열리면서 정부의 정책과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에 엄청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보다 인류에게 압도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변화는 바로 기후환경의 변화이다. 기후변화의 징후는 너무 많아서 여기서 논할 필요조차 없다. 최근에는 알래스카의 한 겨울 기온이 영상 20도에 육박한다는 뉴스를 들었다. 이러한 뉴스가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마치 지구로 돌진해 오는 거대한 소행성처럼 사람들은 은밀히 그러나 확실히 다가오는 위험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이 위험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사람들은 아직 잘 모른다. 그러다 보니 세계는 일사불란한 협력보다는 대립과 갈등으로 갈라져 있다. 아직 사용할 기술도 부족하고 필요한 자금도 부족하다. 국가마다 정책의지와 수단이 제 각각이다. 이러니 지구로 돌진하는 거대한 소행성에 어떻게 맞설 수 있으랴!

이러한 우왕좌왕의 사례는 매우 많고 앞으로 더 많아질 것 같다. 하나의 사례가 바로 석유투자의 축소와 재생에너지 투자의 확대이다. 석유나 가스는 온실가스 배출의 원흉으로 이에 대한 투자는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거대 기금이나 펀드가 석유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면 환경운동단체나 시민단체의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이렇게 지구를 파괴하는 산업에 왜 돈을 대야 하는가? 지당한 말씀이다. 그래서일까,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석유산업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고 있다. 반면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정부정책의 지원을 받으면서 크게 늘고 있다. 이는 올바른 방향이다. 그런데 급격한 변화에는 부작용이 동반된다. 최근 국제유가가 크게 상승하였고 유럽에서는 천연가스 가격이 몇 배로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 뿐이겠는가.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중동 등 산유국에서 석유채굴로 인한 환경오염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버린 석유기업을 중국과 러시아, 또는 산유국 기업이 인수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환경기술이 상대적으로 낮고 환경의식도 취약하다고 평가되고 있다. 버려지고 지탄받는 석유산업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반면 재생에너지 산업에는 엄청난 자금이 몰려들고 있는데 이는 과열양상까지 보인다. 그러나 에너지의 안정공급이란 측면에서 큰 약점을 가지고 있다.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의 급등은 풍력과 태양광의 전력생산 감소가 한 원인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전기차 보급 확대는 온실가스 배출억제에 큰 효과가 기대된다. 이는 당연히 가야 할 길이고 여기에는 이견이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런데 내연기관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자동차 산업은 어떻게 해야 하나? 전기차로 궤도를 수정하는 순간 내연기관과 관련된 기술은 쓸모가 없어진다. 엔진기술은 이제 기업경쟁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내연기관 자동차로 발달한 거대한 공급망과 거기서 일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은 어찌할 것인가? 엄청난 숙제가 아닐 수 없다. 바이오 연료 생산과 소비 확대는 온실가스 감축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팜유는 바이오 연료의 대표적 사례인데 팜유 생산 확대를 위해 열대우림이 벌채되는 역설이 벌어진다. 열대우림은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중요한 흡수원이다. 바이오 연료 생산 확대는 식량생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국제적인 식량가격의 상승을 초래할 수도 있다. 대기업에 의한 중소기업에의 비용전가 현상도 우려된다. 대기업은 자사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이른바 납품회사들을 포함한 공급망 전체에 대한 온실가스 감축을 도모하려 할 것이다. 세상은 대기업에게 이를 요구하고 있고 대기업은 납품회사들에게 온실가스 감축을 요구할 것이다. 비용과 기술이 필요하다. 대기업은 납품회사들에게 얼마나 기술과 비용을 분담할 수 있는가? 누가 이 비용을 궁극적으로 감당할 것인가?

요즘 ESG 경영이 화두이다. 환경에 배려하고 사회적으로 배려하고 투명한 기업경영을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누가 반대할 수 있는가? 그런데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문제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탄소중립을 추구하는 과정은 에너지 안정공급을 저해하며 삼림파괴를 촉발할 수 있고 석유시설에 대한 투자 감소로 오염 확대가 우려되고 식량생산이 감소하여 식량가격이 상승할 수 있고 중소기업들에 대해 과도한 비용전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도 인식해야 한다. 대전환은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기회와 이익을 주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비용을 부담시킨다. 위에서 살펴본 것은 지극히 그 일부분에 불과하다. 마치 자유무역을 위해 국내시장을 해외에 개방할 때 이익을 보는 자와 손해를 보는 자가 발생하는 것과 같다. 이 때 누가 이러한 혼란을 관리해야 하나? 바로 여기가 정부가 나서야 할 대목이다.

시장은 냉혹할 수 있다. 정부가 탄소중립을 위해 목표를 세우고 국민과 기업에 행동을 요구하는 동안 새로운 부작용으로 비용과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가야 할 길은 가야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버려지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 또한 필요하다. 포용적 사회를 지향하는 우리사회!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에서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좌표가 아닐까! 대전환의 여명기에 들어선 새해 벽두, 앞으로 벌어질 변화가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면서도 주변을 살펴야 하는 정부의 책임은 더욱 무거워짐을 느낀다.
 

정성춘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과 ▷히토쓰바시대학(一橋大學) 경제학연구과 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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