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보경 칼럼] (19) 노동이사제 도입? 자본주의 근간인 주식회사제도가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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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보경 ㈜프론티어 M&A 회장
입력 2021-12-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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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보경 회장]

인류는 자본을 축적하고 기술을 개발하며 그리고 노동을 활용하여 끊임없이 경제와 사회를 발전시켜왔다. 산업혁명의 기술 개발에 의한 기계의 활용으로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게 되었으며, 주식회사 제도를 도입하면서 대규모 자본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기계에 의한 대량생산과 주식회사에 의한 대규모 자본의 구축은 자본주의 경제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켜왔지만, 이윤에 대한 분배 과정에서 자본과 노동은 갈등과 대립을 반복하고 있으며,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빈부 격차는 심각한 정치·사회문제로 자리 잡게 되었다. 특히 소유와 경영의 분리 그리고 소유와 경영과 노동의 갈등은 정치가 개입하면서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자본주의는 재화에 대한 개인의 소유권을 인정하고, 재화를 소유하기 위한 수단으로 시장의 경쟁 논리를 기본으로 하는 사회경제 체제다. 재화에 대한 개인의 소유와 시장을 통한 경쟁의 자유는 법률을 통하지 않고서는 박탈할 수 없는 자본주의 국가의 국민에게 보장된 기본권이기도 하다. 주식회사는 자본주의를 이끌어가고 있는 핵심적인 제도다. 자본주의는 주식회사 제도를 도입하면서부터 급격한 성장을 달성하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영향력은 매우 크다. 다만, 자본을 대리하고 있는 경영자와 노동을 대리하고 있는 노동자 단체는 이윤에 대한 분배와 소득불평등에 대한 문제로 대립과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주식회사의 노동이사제(Corporate Boards of Worker Directors)를 도입하기 위한 논의가 가열되고 있다.

주식회사는 투자 손실의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 주주들이 경영능력이 출중한 전문경영인을 이사로 선임하여 기업의 성장은 물론 높은 수익을 창출하여 주주들의 투자 손실을 방지하고 높은 수익을 실현하여 배당을 할 수 있게 하는 구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제도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해도 노동자는 노동자의 임금 상승, 복리후생, 노동 조건의 향상, 성과급 배분, 노동권 보장 등 회사 이익의 상당 부분을 노동자를 위해 사용하기 위해 경영진과 협상 내지는 투쟁하는 단체로 활동을 계속해 왔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투자 손실의 위험에 대해 책임지지는 않는다. 따라서 기업가치 상승에 대한 분배 과정에서 회사 또는 경영자의 협상 상대방의 위치에 있고, 임금 상승과 복지 향상을 위해 경영진에게 강력한 요구를 관철하려 하고, 근로 조건을 향상시키기 위해 경영자 내지는 회사를 상대로 투쟁을 하는 관계로 발전되어 오고 있다.

주식회사의 핵심은 자본, 경영, 노동 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상호 협력과 견제를 통해서 주식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자본을 투자한 주주들은 의결권을 통해 경영에 참여하고, 노동자들은 노동을 제공하며 경영에 참여한다. 노동자들은 노동을 제공하는 것으로 이미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며, 노동에 대한 조건과 대가를 보장받기 위해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을 헌법적으로 확보하고 있으며, 주주는 상법과 민법 그리고 법원의 판례를 중심으로 투자자금에 대한 재산권과 의결권을 보장받고 있다. 그리고 상법에 의한 주식회사의 경영자는 자본을 투자한 주주들의 의결권을 통해 선출되는 것이며, 이는 부당하게 침해할 수 없는 주주들의 기본권이다. 다시 말해, 회사의 경영권은 주식회사의 최고의결기관인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의결권을 통해 선출되고, 해임되는 것이다. 주주의 의결권은 자본에 투자한 주식을 보유하고 있거나, 다른 주주에게서 의결권을 위임받아 주주총회를 통해서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주식회사의 이사가 되기 위해서는 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통해서 가능한 것이다. 그러므로 주주의 의결권과 별도로 경영 참여를 강제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은 기존의 헌법과 상법 그리고 민법 등의 체계를 초월한 새로운 법체계와 법률적 행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고자 하는 논리를 살펴보면, 노동이사제가 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노동자들의 지식과 경험을 반영해 성과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래서 노동자 500명 이상인 전국 공공기관에 대해 상임이사 중 노동이사를 두 명 이상, 500명 이하는 한 명 이상을 선임하도록 하며, 노동이사는 1년 이상 재직한 노동자들이 직접 선출하고, 선출된 노동이사는 상임이사와 동일한 권한을 가지며, 임기는 3년으로 하고 연임도 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투자 손실의 위험을 갖지 않는 노동자가 노동권과 경영권을 모두 차지하겠다는 것은, 그것도 주주의 의사와 관계없이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

얼마 전부터 우리사회는 주식회사에 대한 주주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에 대해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 주식회사는 주주만 주인이 아니고 주식회사를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모두 주인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 이후에는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경영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강조하고 있다. 기업이 영리를 추구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책임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자를 경영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기업 경영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경영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의 시장 개입은 점점 더 강화되고 있으며, 주식회사에 대한 규제는 점점 더 심해지고 책임은 점점 더 가중되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여기서 의문점이 생긴다.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한다고 해서 노동자의 권리와 이익을 떠나 회사의 이해관계자 전체를 위한 경영을 책임지는 경영자가 될 수 있겠는가? 아니면 노동자의 지위와 경영자의 지위를 모두 누리겠다는 것인가?

주식회사에서 경영자를 선출하거나 해임하는 것은 주주의 고유 권한이다. 하지만 정부는 각종 이유를 붙여 시장에 대해 개입과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고, 이제는 노동자까지도 경영자의 고유 권한에 침범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와 노동자들이 경영 참여의 이유로 주장하고 있는 경영자들의 부정부패 문제로 들어가보자. 부정부패는 정부 및 정치인들이 가장 심하고, 노동자들도 귀족 노조화하고 있다. 대주주의 전횡이 심하고 부정부패가 심하다면 이사회의 선관의무에 대한 책임과 경영판단의 원칙에 대한 권한을 명확히 규정하여 철저하게 검증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주주제안제도 및 집중투표제의 강화, 소수주주의 권한을 강화하거나 사외이사 또는 감사 그리고 회사에 설치되어 있는 각종 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결해야지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하여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발상은 옳지 않은 것이다. 정치 또는 정부는 기업의 고유 기능을 침해하기보다는 기업 경영이 공정하게 관리되도록 사회환경을 개선하고 관련 법률의 체계를 만들어 실행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범위 내에서 개선의 효과를 내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 기업의 부패는 정치권력의 부패에 기인한 바가 매우 크다. 우리나라 경영자들은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권력의 협박과 강제력에 의해 수많은 압력을 받고 있으며, 일부는 정경유착의 부패고리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정치권력에 부정과 부패가 만연되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주식회사의 주주는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것과 같이 대주주 또는 지배주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상장기업은 일반주주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따라서 지배주주의 전횡을 규제하기 위해 소액주주 또는 소수주주의 권리까지 침해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또한 기업의 경영권은 때로는 주주 간의 이해상충으로 충돌하기도 하며, 경영권 분쟁 또는 적대적 M&A와 같이 법적인 다툼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노동자의 경영 참여를 법으로 강제하면 주주들의 이사 해임권 및 선출권은 심각한 침해를 받을 수 있으며,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경우에는 노동자들이 캐스팅 보트(Casting Vote)를 갖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게 된다. 경영권 분쟁이나 적대적 M&A와 같은 사건이 발생할 경우 주주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임명되는 노동이사들이 경영권을 지배하거나 경영권 프리미엄을 노리는 현상까지도 나타날 수 있다.

경영자와 노동자는 회사에 노동을 제공하는 대가로 급여와 상여금 그리고 각종 복지혜택을 받는다. 그것도 주주의 배당에 우선해서 받고, 회사는 파산했다고 하더라도 노동자의 급여는 우선적으로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주주는 인건비와 모든 관리비 그리고 세금까지 공제한 후에 배당을 받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주주들은 경영자와 노동자가 열심히 일해서 배당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견제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또한 경영자와 노동자는 회사에 근무하는 한 각종 사회적 혜택과 지위를 보장받게 되지만 주주는 이 같은 혜택에서 제외되어 있고, 오로지 배당에 의해 투자에 대한 성패가 결정되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주주는 투자한 회사가 쇠퇴하거나 파산할 경우에 대한 투자위험을 고스란히 안게 된다. 성장하는 회사에 투자한 주주는 많은 부를 획득하지만 회사 경영에 문제가 있는 회사에 투자한 주주는 막대한 손실을 피할 수가 없다. 따라서 높은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한 주주들이 경영자를 선택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노동이사를 우선 공기업에 한해서 도입하겠다는 것도 문제가 있다. 공기업의 문제는 정치권력이 권력의 창출에 협력한 인사 또는 공직자에 대한 전관예우 그리고 보은인사와 공무원 인사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낙하산 인사들로 경영진을 구성하는 것은 이미 관행이 되어 있고, 대부분 공기업은 부정부패가 만연되어 있다. 우리나라 사회에서 “갑질” 문화가 가장 심한 곳도 공기업이다. 여기에 노동이사제까지 도입된다면 낙하산 인사를 견제 또는 제지하는 것보다 무능하고 부패한 낙하산 인사들과 노동이사들이 야합할 가능성이 더 높다. 이것이 우리가 겪어온 경험이다. 우리나라 공기업은 대부분 시장과 경쟁하기보다는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것은 물론 공권력까지 행사하고 있다.

백번을 양보해서 노동이사에 대한 선임이 필요하고, 노동자들이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명분과 실리가 충분하다면, 경영 참여를 원하는 노동자는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의결권을 위임받아 주주총회 의결에 참여하거나 주주들에게 선택을 받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특히 주식회사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주주들 간 합의와 타협으로 해결해야지 노동자를 경영에 참여시키는 방법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자본주의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이는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는 사적 계약에 대한 법률 체계의 흐름이다. 


성보경 필자 주요 이력

△DBL(Drexel Burnham Lambert) 전략무기분야 M&A팀장 △리딩투자증권 M&A본부장 △우리인베스트먼트 회장 △세종대학교 주임교수 △(사)한국말산업중앙회 부회장 및 말산업클러스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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