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대기업과 기술유용 분쟁서 첫 일부 승소..."억울함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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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경 기자
입력 2021-12-2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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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스제이이노테크, 한화 상대로 한 기술유용 항소심 재판에서 일부 승소

박희경 변호사(재단법인 경청 법률지원단장)가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기자실에서 열린 '대기업 기술유용 손해배상 첫 승소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대·중소기업 간 기술 유용 분쟁에서 이례적으로 승소한 첫 사례가 나왔다.
 
태양광·반도체 설비제조업체 에스제이이노테크는 한화와 한화솔루션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항소심에서 일부 승소했다고 28일 밝혔다.
 
서울고등법원 제4민사부는 지난 23일 한화 협력업체인 에스제이이노테크가 한화와 한화솔루션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항소심에서 원고인 에스제이이노테크에 대헤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고, 한화 측에 기술 유용 배상액 5억원을 인정하고 총 1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기술 유용 분쟁 민사 소송에서 일부라도 중소기업이 승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데 매우 소극적이었던 법원이 기술 유용 배상액에 징벌적 배상 2배를 적용해 그 의미가 크다. 기술 유용 징벌적 손해배상은 최대 3배까지 내려질 수 있는데, 현재까진 1.64배가 최고 수준이었다.
 
에스제이와 한화의 기술 유용 분쟁은 2018년 시작됐다. 앞서 에스제이는 한화와 2011~2015년 태양광 설비제조에 관한 하도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한화가 에스제이의 태양광전지 제조라인 설비 기술을 유용해 관련 제품을 만들었고, 이를 한화 계열사에 납품했다는 게 에스제이 측 주장이다.

이로 인해 에스제이는 한화와 체결한 하도급 계약 종료 이후 수십억원의 금전적 피해를 입게 됐다. 에스제이는 2016년 곧바로 공정거래위원회에 하도급법 위반으로 한화를 제소하고 2018년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하며 분쟁이 시작됐다.

2019년 9월 공정거래위원회가 한화 측이 에스제이이노테크 기술자료를 유용했다며 시정명령·과징금 부과와 함께 검찰에 고발을 의뢰했지만 2020년 8월 해당 대구지검은 불기소 결정을 내렸고, 이후 항고와 재정 신청에서도 기각돼 현재는 대법원에 계류된 상황이다.
 
이번 승소건은 앞서 손배소 1심에선 원고 패소 판결했지만 항소심 재판부가 한화 측이 에스제이 측 기술 정보를 무단으로 이용했다고 판단하며 결과가 뒤집어졌다.
 
정형찬 에스제이이노테크 대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민사 소송에서 국내 처음으로 법원이 일부라도 중소기업 손을 들어준 것이 의미 있고, 이를 위해 노력해 준 주위 모든분들께 감사하다”면서도 “이번 판결이 그간 만연된 대기업 기술 탈취 행태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로 활용되길 기대하면서도 재판부가 기술 유용을 인정했으나 개발비 40억원에도 휠씬 못미치는 금액을 손해액으로 산정한 것은 문제”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에스제이를 위해 법률 지원에 나선 재단법인 경청의 박희경 변호사는 “보통 대기업은 대형로펌을 선임해 대응하기 때문에 이에 나서는 변호사가 별로 없어 중소기업은 기술 분쟁 초기 변호사 선임에서부터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며 “항소심 때는 경청을 비롯해 공익 법률 대리인단, 학계, 기술 전문가들이 발벗고 나선 끝에 법률적 다툼에서 일부 승소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한화는 이번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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