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앤비디자인, 유증 청약률 90% 넘어 '관리종목 지정' 피할까?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박기범 기자
입력 2021-12-23 09:37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에이치앤비디자인의 관리종목 지정 여부가 걸린 유상증자 청약이 시작됐다. 전문가들은 청약률이 90%를 넘어야 회사가 관리종목 지정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때문에 어느 때보다 소액투자자들의 투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에이치앤비디자인은 22일과 23일 주주우선공모 방식의 유상증자에 관한 구주주 청약을 진행한다. 이후 27일과 28일에는 유진투자증권을 통한 일반공모 청약이 예정돼 있다. 실권주가 발생하면 주관사가 인수책임을 부담하지 않고, 미발행 처리된다. 모집가액은 6910원으로 기준주가인 9869원에서 30% 할인된 가액이다. 

에이치앤비디자인은 유증에 사활을 걸어야하는 입장이다. 유상증자 청약 결과에 따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총 청약률이 90.65% 이하일 경우, 관리 종목 지정이 유력 시 된다. 

투자설명서를 작성한 유진투자증권은 "올 하반기 큰 폭으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자본 전입이 이루어져도, 올해 에이치앤비디자인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번 유상증자의 총 청약률(향후 모집주선 방식으로 진행분 모두 포함)이 90.65% 이하일 경우에도 관리 종목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설명했다.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코스닥시장 상장 규정에 따르면, 법인세비용 차감 전 계속 사업 손실이 최근 3 사업연도 중 2회 이상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할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에이치앤비디자인의 경우 연결 기준 법인세비용 차감 전 계속 사업 손실 비율이 2019년 약 34%에서 2020년 약 414%로 급격하게 증가한 바 있으며, 2021년 3분기에도 약 115.80%을 기록했다. 

간단히 말하면 에이치앤비디자인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익성 개선과 자기자본 확충이 필요하다. 

수익성의 기준은 법인세비용 차감 전 계속 사업 손실이다. 이를 쪼개서 접근한다면 영업 측면에서는 계속 사업 만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또한 영업손익 뿐만 아니라 파생상품 평가손익, 이자 비용, 손상 차손 등이 두루 고려하는 것이다. 현금흐름표의 간접법 접근과 유사하다. 

에이치앤비디자인은 해당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적자 규모가 가장 큰 라이프웨어사업부의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라이프웨어사업부는 노트북, 컴퓨터 주변기기 등을 유통하는 사업부로서 올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한 주력 부서다. 그럼에도 적자폭이 크기 때문에 사업을 중단하면서 계속 사업 손실이 줄어드는 효과를 냈다.  

그리고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 확충에 나섰다. 에이치앤비디자인은 보조배터리 업황이 좋았던 2018년 이후 줄곧 적자를 내고 있다. 당시 주력 사업이었던 스마트폰 보조배터리는 이듬해부터 20000 mAh 이상의 대용량 배터리군을 제외하면 평균 공급가가 절반 이상으로 떨어지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이는 적자 전환의 원인이 됐고, 에이치앤비디자인은 △2019년 41억 △2020년 145억 △2021년 127억원(3분기까지 누적)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누적된 적자로 2020년 회사는 이익잉여금이 고갈, 결손 상태로 전환됐다. 이후 꾸준히 결손이 누적되며 3분기 말 연결 기준 결손금이 243억원에 이르렀다. 
 
당연히 대규모 자본의 보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확충 규모도 상당하다. 이번 유상증자의 모집총액은 373억1400만원이다. 22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인 약 426억원에 맞먹는 규모다. 

대규모 유증으로 기존 주주들의 지분 희석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발행 예정 주식수는 540만주로 현재 발행주식총수인 487만 4399주 대비 110.78%에 해당한다. 유진증권은 "신규로 발행한 주식이 추가 상장되는 2022년 1월경에는 주식시장에 당사의 주식이 대규모로 유통되기 때문에 주가 희석화 위험이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상황이 쉽지 않은 가운데, 믿을 구석은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소액주주들의 '묻지 마 투자'다. 최근의 '묻지 마 투자'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첫 번째 사례는 컨버즈다. 거래 정지 중인 컨버즈는 지난해 2월부터 유상증자 투자설명서만 20번 이상 정정한 이후 자진철회한 경력이 있는 기업이다. 그럼에도 지난달 중순 있었던 컨버즈의 유상증자 청약률은 176.37%를 기록했다. 

티웨이홀딩스의 청약 결과도 참고할 만하다. 2020년부터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며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한국기업평가 등 신용평가사들은 내년에도 저비용항공사들의 수익성 회복이 요원할 것으로 내다봤다. 적자 난 속에서도 LCC 간의 경쟁이 치열해 에어프레미아는 매물로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티웨이홀딩스는 청약률 96.68%의 준수한 결과를 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옥석 가리기를 한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시장 상황은 좋다"며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좋고 나쁨은 크게 중요치 않다"고 말했다.
 

2020년 2월 최초 공시된 컨버지의 증구너신고서는 20차 정정을 거친 후 자진철회됐다.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