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나생명, 현금배당 전년 대비 83% 급감…매각 위한 당국 눈치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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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기자
입력 2021-12-20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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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간 1조원 이상 배당…당국, 건전성 강화 권고

[사진=라이나생명]

10년간 고배당 정책을 고수하던 라이나생명이 올해 배당액을 작년 대비 5분의1 수준으로 낮췄다.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처브그룹과의 매각 절차가 남아있는 만큼, 라이나생명의 모회사인 시그나그룹이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갑작스러운 매각 결정에 반발한 내부 직원의 위로금 지급액 마련도 배당액 축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라이나생명은 지난 17일 이사회를 열고 지난해(1주당 2만1515원, 총 1500억원)보다 82.5% 감소한 1주당 3775원, 총 263억2000만원의 현금배당을 의결했다.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중) 역시 지난해 42%에서 11.1%로 급락했다.

라이나생명의 현금배당 축소는 그간 고배당 정책을 지속해온 것과 대조적이다. 라이나생명은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1조1650억원을 배당했다. 이는 같은 기간 거둔 총 순이익(2조3596억원)의 절반 수준에 육박하는 액수다.

특히, 라이나생명의 고배당 성향은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2016년에는 순이익의 61%인 1500억원을 배당금으로 집행했다. 2017년에는 배당성향이 37%로 내려갔지만, 이듬해인 2018년에는 중간배당과 결산배당을 합쳐 총 3500억원을 배당했다. 이는 그해 당기순이익(3701억원)의 99%를 넘는 액수다. 지난해엔 중간배당을 건너뛰면서 배당성향이 42.7%로 낮아졌지만, 이마저도 20~30%대인 생보업계 평균 배당성향을 크게 상회했다.

보험업계에서는 라이나생명이 10년간 유지하던 고배당 정책을 철회한 이유로 매각을 꼽고 있다. 미국 처브그룹과 매각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라이나생명 입장에서는 금융당국이 대주주변경 승인을 내주지 않을 경우 자칫 매각이 무산되거나 매각 절차가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당국은 최근 코로나19 확산과 오는 2023년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등에 대비해 보험사의 자본 건전성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자금 유출이 불가피한 배당 대신 내부유보금을 확보하라는 것이다. 실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월 보험사 CEO 간담회에서 "코로나19 이후 테이퍼링 과정에서 금리 상승 등 변동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23년 도입될 IFRS17과 K-ICS 제도 하에서는 고금리가 보험업계에 유리하다는 인식과 달리 보유채권 시가평가로 인해 건전성 부담이 증가할 수 있는 만큼, 선제적인 자본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1990년대 일본의 자산 거품 붕괴 이후 니산생명, 토호생명 등 7개 생명보험회사의 연이은 파산을 반면교사로 삼아달라"며 보다 강도 높은 건전성 강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시그나그룹은 지난 10월 처브그룹에 한국을 비롯해 대만, 뉴질랜드, 태국, 인도네시아, 홍콩 등 아시아태평양지역 사업부와 터키합작사를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총 거래 가격은 총 57억5000만 달러(약 6조9000억원)다. 이 중 라이나생명 가치만 6조원에 달하는 만큼, 금융당국이 라이나생명의 대주주변경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 자칫 전체 매각이 지연되거나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직원들의 매각 위로금(보너스) 역시 라이나생명이 배당을 줄인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시그나그룹이 라이나생명 매각을 발표하자 내부 직원들은 노동조합 설립을 추진하는 등 사측과 갈등을 빚었다. 이후 라이나생명은 매각 위로금액을 월 기본급의 최대 1200%로 확정했다. 지난해 라이나생명의 전체 직원 급여액이 2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매각 위로금으로만 200억원을 지출해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앞서 J트러스트가 한국 자회사인 JT저축은행을 홍콩계 사모펀드가 대주주로 있는 VI금융투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하고도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결국 매각이 무산됐다"며 "시그나그룹이 매각하기로 한 부문 중 라이나생명이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넘는 만큼, 금융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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