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지역 분권 시대, 지역 언론의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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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태 한국방송협회 사무총장
입력 2021-12-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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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태 한국방송협회 사무총장

[김경태 한국방송협회 사무총장. 사진=한국방송협회 제공]

2021년이 이제 열흘 남짓 남았다. 하지만 올해가 우리나라의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0주년이 된 뜻깊은 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30세는 다른 말로 이립(而立)이라고 한다. ‘마음이 확고하게 원칙 위에 서서 움직이지 않는 나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지방자치가 ‘이립’에 걸맞게 제대로 서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동의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지방자치는 지방의 균형 발전을 통한 대한민국 전체의 조화로운 발전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지난 30년은 발전이 아니라 퇴행의 시간이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105곳, 전체 중 약 47%가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이 중 97곳은 비수도권 지역이다. 수도권 집중화의 심화로 급기야 ‘지방 소멸’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으로까지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지방 소멸의 위기를 초래한 원인에 대한 분석과 처방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결국 자치(自治)가 제대로 됐는지에 대한 반성과 분석으로 귀착될 것이며, 해법 역시 이 자치(自治)를 통해 찾을 수밖에 없다. 즉 풀뿌리 민주주의의 거점인 지방의회와 지방정부가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제 역할을 하게 만들 것인가가 분석과 처방의 핵심이고, 이는 이들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하는 지역 언론을 어떻게 제대로 세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귀결된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고 나태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영남과 호남은 지난 30년 동안 사실상 각각 하나의 정당이 집권해왔다. 뿌리 깊은 지역 정서와 이념이 자리 잡고 있었기에 정권 교체가 없었다. 고이면 썩기 쉽다. 그래서 지자체를 제대로 견제하고 비판하는 지역 언론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돼도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사실상 지방의 많은 언론사들이 지자체를 날카롭게 감시하고 비판하는 감시견(watchdog)의 역할을 포기하고, 도지사나 시장, 군수 등 지자체 단체장의 치적을 홍보·선전하는 데 열을 올리는 애완견(lapdog)으로 전락한 지 오래됐다는 비판이 몇 년째 지속되고 있다. 그 결과 지방자치의 무능, 비효율, 부패는 제대로 된 비판과 견제가 없는 까닭에 개선되지 않고 있고, 이런 문제를 제대로 지적하지 않고 있는 지방언론은 지역민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다. 지방 언론과 지방자치제가 상호 공멸해가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의 기저에는 지자체가 내주는 홍보성 관급 광고와 행사 협찬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열악한 지역 언론들의 재정 상황이 자리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는 것이 근원적 처방이며, 이를 위한 제도적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바로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과 지역방송발전지원특별법이다. 하지만 그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면 사실상 껍데기뿐인 빈 강정에 가깝다. 지역신문발전기금 중 지역신문역량지원 예산은 2018년 24억원이었지만 그나마 2020년에는 19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지역방송발전기금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는다. 대신 방송통신발전기금에서 매년 40억원 정도가 지원되는 것이 전부다. 수많은 지역 언론이 제 역할을 수행하는 데 의미 있는 도움을 받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다.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최소한 정부로부터 주기적으로 재허가라는 형태의 공개적이고 객관적인 심사와 검증을 받고 있는 지역방송부터라도 먼저 제대로 세워져야 한다. 단, 지원 방식이 과거 방식을 답습해서는 안 된다. 이미 실패한 방법임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전국의 지역방송을 관장하는 중앙집중적인 기관에 의해 n분의 1 형태로 나눠주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방자치가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선 지역방송 발전에 대한 방법도 스스로 찾아내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독자적인 지역 단위의 위원회가 자신들의 필요와 계획에 따라 언론진흥기금을 신청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가 대폭 전환돼야 비로소 제대로 된 지역 언론 진흥이 가능할 것이다. 위원회는 해당 지역의 언론 시민단체, 지역 언론을 연구해온 해당 지역의 학자, 지역방송사 대표와 선출 임명된 공직자 등으로 구성되면 된다. 그래야 지역자치의 본질과 지역 실정에 꼭 맞는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해법들이 나올 수 있다.

이를 운영하기 위한 주요한 재원은 그간 지자체장의 개인적 치적 홍보비로 사용되던 광고홍보비를 전환하면 충분히 충당 가능할 것이다. 또한 지역방송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던 지역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를 인수합병한 대기업 계열의 IPTV사들이 지역에서 발생한 수익 중 일부를 지역방송 진흥을 위한 공적기금으로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30년이면 한 세대가 바뀐다. 30살이 된 지방자치제도에 건강한 지역 언론은 필수재다. 자치 분권 2.0의 실현과 풀뿌리 민주주의의 완성을 위해 지역방송만이라도 반드시 지역 단위로 분권화된 자치적인 방송진흥위원회의 설립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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