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자기부담률 높이는데만 혈안…정작 비급여 관리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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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기자
입력 2021-12-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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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내장 손실 5년간 14배…당국 비급여 대책 갈팡질팡

  • 공사협의체 개최 지지부진…문케어 정책 홍보에만 혈안

정부가 백내장 등 비급여 대책 관리에 시기를 놓치면서, 보험사의 실손보험 손실 증가에 따른 손해율 상승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적지않다. 특히, 금융당국은 백내장 등 비급여의 급여화 추진 시 발생할 수 있는 진료비 증가 등 표면적인 시장 분석도 외면하면서, 늑장대응으로 인해 실손보험 손해율을 키웠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손보험 비급여 손실 '눈덩이'

금융당국이 의료수가 대책 없이 가입자의 자기부담률 상향에 집중하면서, 백내장과 재활·물리치료 등 비급여 보험금이 급증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백내장 수술의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백내장 수술 실손보험금은 약 1조1528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5년 전인 지난 2016년(779억원)보다 1380% 급증한 수치다. 이는 올해 상반기 손보사의 백내장수술 실손보험금 지급액과 생명보험사 비중 등을 감안해 추산한 액수다.

도수치료와 체외충격파 치료 등 근골격계 분야의 비급여 재활·물리치료 비용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손보업계에 따르면 대형 5개 손해보험사가 지급한 비급여 재활·물리치료비는 2018년 2392억원에서 지난해 4717억원으로 97% 급증했다. 

백내장과 도수치료 등 비급여 진료비가 빠르게 증가한 데에는 금융당국의 비급여 관리 실패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장관 고시로 비급여 검사와 다초점렌즈 등 비급여 대상 행위에 한해 예외적으로 환자에게 진료비를 청구할 수 있도록 고시했다. 백내장 관련 비급여 검사비 청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금융위원회는 이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제도 변경이 이뤄진 2016년 1월 이후  백내장 관련 비급여 검사비에 대한 보험금 청구가 급증했다. 의료계가 고액의 다초점렌즈 삽입술에 대한 보험금 청구가 어려워지자, 비급여 검사 항목을 올린 것이다. 이후 백내장 수술 폭증이 논란이 되자, 금융당국은 지난해 9월에서야 백내장수술의 비급여 검사(안 초음파, 눈의 계측검사) 항목을 급여화했다.

◇ 수년째 의료수가 개선 '답보'

금융당국이 의료수가 개선을 위해 복지부 등 타 정부기관과 협의해 비급여 진료비용을 공개했다. 하지만, 여전히 병·의원의 의료수가를 통제하는 방안에는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 9월 29일부터 동네 병·의원들의 비급여 진료비용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누리집과 모바일앱 ‘건강정보’를 통해 공개했다. 의원급 의료기관을 처음으로 포함한 이번 비급여 가격공개는 6만8000여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했다. 신규 112항목 등 총 616항목에 달한다.

동네 의원의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는 의원별 비급여 진료비 공개를 통해 실손보험금 누수를 막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서는 병·의원의 비급여 진료비 통제 없이 단순한 진료비 공개가 실손보험 적자해소에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일부 병·의원들이 진료비 공개를 거부하며 헌법소원도 추진하고 있다. 강원도의사회는 최근 비급여공개저지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비급여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공·사보험정책협의체 회의도 늦어지고 있다. 이 협의체는 금융위와 복지부 등이 모여 공·사보험 연계법안을 만들고 협의체를 마련해 실손보험 구조 개선 등을 추진한다. 당초 협의체는 지난달 개최 예정이었지만 9일 현재에도 개최 날짜를 잡지 못하고 있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복지부와 심평원이 나서 지역 병·의원의 비급여 진료비를 공개했지만, 이를 거부한 의원들에 대해 법적 강제성이 없다 보니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이번 진료비 공개가 실제 실손보험 비급여 관리에 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어정쩡한 '문케어'…실손보험 시장에는 '독'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 케어(이하 문케어)'에만 집중하면서, 정작 실손보험 제도 개선에는 소홀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문케어가 시행되면 민영 보험사가 판매하는 실손보험 보험금 지급이 줄어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국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실손보험 개선 시기도 놓쳤다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문케어로 실손보험이 얻는 보험료 하락 등 반사이익은 2.42%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KDI에 따르면 전체 청구의료비 대비 건강보험 급여 본인부담 의료비 비중의 이동 평균 34.67%를 적용하면 전체 지급보험금 감소율은 0.83%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건강보험 적용범위가 넓어졌지만, 민간 보험사들이 실손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할 돈은 크게 줄지 않은 것이다.

이는 당초 문케어 추진 당시 정부의 발표와 대조적이다. 앞서 정부는 문케어 시행으로 2022년까지 보험사가 실손보험에서 총 6.15%의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분석했다. 또 보험사의 실손보험 반사이익이 최대 1조8954억원에 달해 보험사의 지급보험금은 7.3~24.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문케어'가 시행된 지난 4년간 손보업계의 적자만 2017년 1조2008억원, 2018년 1조1965억원, 2019년 2조5133억원, 지난해 2조5008억원 등 7조4114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역대 최대인 3조6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반사이익은커녕 손실 규모만 커진 셈이다.

건강보험 보장률 70% 달성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건강보험 보장률은 64.2%로 문케어 시행 전인 2017년(62.7%)보다 1.5% 상승하는 데 그쳤다. 결국 국민들은 건강보험으로 보장받지 못한 진료비를 실손보험으로 해결해야 한다.

보험사 다른 관계자는 "실손보험료 인상률을 놓고 공사보험정책협의체가 개최되지 못하고 있는 데는 문케어의 반사이익 효과를 두고 정부와 보험업계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실손보험 비급여 대책 대신 문케어에만 집중했지만, 이마저도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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