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한심한 보건산업 규제완화 주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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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
입력 2021-12-09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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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 [사진=정형준]




바이오헬스산업에 대한 기대는 이미 10년 이상 지속되어 왔다. 아마도 주요 선진국들이 보유한 제약산업과 의료기기산업의 높은 부가가치를 실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백신을 우선 개발·공급한 다국적 제약회사와 개발사는 천문학적인 돈을 거머쥐었다.

여기에 팬데믹의 특성인 총력전 측면에서 앞으로 닥칠 또 다른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바이오산업 생태계는 국가의 준기간산업이 되어야 할 당위성까지 생겼다. 그런데 팬데믹 상황에서도 한국에서는 여전히 실질적이고 실력을 갖춘 바이오산업 체계 논의는 뒷전이고, 당장 규제 완화를 통해 빠른 시장 진입만 노리는 한심한 주장만 반복되고 있다.

우선 정부부터 이에 부화뇌동했다. 지난 8월 보건복지부는 '포스트 코로나 의료기기 산업 육성'을 명분 삼아 체외진단기기에 대해서는 '안정성이 수용 가능한 경우 한 차례에 한해 시장 진입 허용'이라는 황당한 제안을 내놓았다.

체외진단기기는 대체로 안전하지만 정확도와 비용효과성 때문에 시장 진입이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말이다. 정확도가 부족한 제품이 1년간 진입한다고 경쟁력이 생길 리도 만무하다. 아마 그 기간 동안 사기 제품을 팔아먹거나, 임상시험조의 데이터를 무상으로 확보하거나, 극단적인 경우는 주가 조작 대상이 되다가 상장폐지될 공산이 더 크다.

이런 시류에 야당 대선 후보도 비슷한 인식을 보여줬는데, 그는 '원격의료를 허용'하고 '네거티브 규제'를 하겠다고 주장한다. 우선 원격의료는 이미 사용 중이다. 마치 원격의료가 규제 때문에 안 된다는 주장은 의료법상의 규정으로 보상을 받을 수 없는 장비·네트워크 업체들의 입장일 뿐이다. 설사 의료법상 할 수 없더라도 임상시험 등으로 비용효과성이나 정확성을 입증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단 한 번도 비용효과성이나 효용성을 입증한 바 없다.

애초부터 원격의료는 기술 발전 단계의 문제지 법률적 문제가 아니었는데도, 이를 계속 정치적 문제로 다룬 세력들은 규제 때문에 피해를 본다는 무가치 기업들이었다. 이미 원격 모니터링기기 및 원격 진료장비는 초음파진단기, 방사선장비 사용처럼 효과가 있는 경우 진료에도 도입되어 있다. 따라서 의료법 개정부터 하자는 주장은 효과와 안정성이 불분명한 의료기술의 막무가내 도입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즉 보건의료체계 내 안정성과 효용성을 평가하는 제도들은 단순 산업 규제가 아니다. 의료법, 약사법 등이 규정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들이다. 한국의 규제가 미국이나 유럽, 일본보다 강하지도 않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한국 임상시험보다 미국 임상시험을 더 신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효용성이 입증되지 않은 의료기술과 약품 등을 국내에 규제 완화해 도입한다고 해외에서 인정받는 것도 아니고 국가산업에 이바지하는 것도 아니다.

결국 의료기기, 약품에 대한 네거티브 규제 주장은 내국인을 수익 수단으로 볼 뿐 아니라 임상시험 대상으로 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최악의 경우는 주식시장 상장 및 투자 유치 등의 과정에서 먹튀만 조장하는 것일 수 있다. 주요 선진국의 의료산업의 고부가가치는 그 나라가 가진 강력한 규제 때문에 가능했다. 이런 기본적인 가치조차 무시하며 보건의료 규제 완화, 네거티브 규제 등을 투기꾼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일에 국가기관, 대선 후보들이 부화뇌동해선 곤란하다. 한국 바이오헬스산업의 미래는 올바른 가치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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