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소액으로 강남지주 막차"...서울 15억 이상 아파트 문의 실종, 빌라만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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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1-11-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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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3구 빌라시장 들썩...갭투자와 실수요로 매매가 전세가 동반상승

  • 아파트 매수문의 실종...매도자 호가 안낮추고, 매수자 가격 피로도 겹쳐 거래 불발

남산서울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다세대·연립주택 밀집촌.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매도, 매수 호가 차이가 심해서 거래가 안됩니다. 집 보러 오는 사람도 거의 없어요. 대출도 막혀 잔금을 제때 지불하지 못해 파기되는 계약도 종종 나옵니다."(서울 송파구 잠실동 A공인중개사)
 
"논현동 빌라요? 이 물건에 관심 있으시면 오늘 오셔야 합니다. 주말까지 기다리면 다른 사람이 채가죠. 강남권 3룸, 올수리 매물은 워낙 귀해 나오면 바로 집어가신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강남구 역삼동 B공인중개사)
 
부동산 시장에서 아파트와 빌라 시장 분위기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들썩이던 아파트 시장은 대출규제 강화로 자금줄이 막히고, 가격 저항이 심해지면서 매수세가 급격히 위축된 분위기다. 반면 빌라 시장은 재개발 활성화와 내년 전세대란 우려로 실거주 막차를 타려는 사람이 늘면서 매수세가 붙고 있다. 
 
30일 찾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논현동 일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최근 빌라 매수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수능 이후 학군지를 중심으로 한 강남 일대 3룸 빌라는 물건을 보지도 않고 계약하는 분위기다. 갭투자 금액도 연초대비 1억~2억원 정도 더 올랐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보통 빌라는 매매보다는 전세 문의가 더 많은데 최근에는 매수를 원하는 사람들이 임차보다 배 이상 늘었다는 게 이들의 전언이다.

강남구 역삼동 소형 빌라들이 밀집한 지역의 부동산 관계자는 "수능이 끝나면서 벌써부터 학군지 중심으로 전세와 매수 문의가 동시에 늘어나고 있다"면서 "갭 1억5000만~2억원이면 들어갈 수 있는 매물이 몇 건 남긴 했는데 대기자들이 많아서 매수가 가능할지는 확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강남은 공시지가가 워낙 가파르게 오르다보니 재개발 될 유망 지역, 역세권 지역의 토지지분을 미리 확보하려는 수요자들이 많다"면서 "빌라는 대부분 토지가격이기 때문에 신축보다는 구축 매매수요가 높고, 지분이 큰 3룸은 부르는 게 값"이라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강남4구의 빌라 가격은 내려간 적이 없다. 빌라는 돈이 안된다는 얘기는 빌라를 사본 적이 없는 사람이나 하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서초구의 중개업소 관계자도 "아직 이사철이 아니라 계약 건수는 많이 없는데 내년에 대출이 더 안될 것이라는 우려와 전세대란을 걱정하는 일부가 세입자를 낀 매물의 계약금을 미리 걸어놓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런 매물은 집도 안 보여주는데 계약한다"고 했다. 
 
반면 아파트 시장은 냉랭하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연초보다 가격이 (전용 84㎡) 4억원 정도 오르다보니 매수자들이 이 가격에는 도저히 못 사겠다는 분위기"라면서 "대출도 안 되고 가격도 변곡점이라는 주장이 많다보니 기다리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단지는 9510가구 대단지지만 이달 실거래가 단 2건에 불과하다.
 
노원구 상계동 주공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도 "가을까지는 찾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번 달에는 보러오는 사람이 1명도 없었다"면서 "사실상 거래 절벽"이라고 말했다. 강동구 선사현대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는 "리모델링 호재가 있어서 매수 문의가 많을 줄 알았는데 최근 한달간은 전화 한통이 없다"면서 "막상 문의가 와도 집주인들이 추가 상승 기대감 때문에 호가를 안 낮추다보니 거래가 잘 안 된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빌라와 아파트의 양극화 분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예비 신혼부부 등 청년들이 아파트 거주를 포기하고, 빌라 매수로 선회하고 있고, 내년 8월 이후 전세계약을 한번 갱신한 임차인들이 시장으로 유입되면 빌라 가격이 한번 더 뛸 수 있다는 분석이다. 3기 신도시 분양을 기다리면서 임시 거주처로 저렴한 빌라를 선호하는 젊은 부부도 많다.
 
강남3구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서울 공급이 요원한 상황에서 신축빌라는 실수요로, 구축빌라는 갭투자로 빌라 가격은 계속 오를 것"이라면서 "이 일대 전용면적 40㎡ 이하의 투룸 빌라 갭투자 금액이 작년까지만 해도 5000만원 이하였는데 지금은 3억~5억원까지 올랐다. 소액으로 강남 지주가 되려는 2030세대 가수요도 빌라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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