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시장 동향] 운임 정점 지났는데 미국 물류난 여전···운임 제자리까지 2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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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1-11-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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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 운임이 정점을 지나 소폭 하락한 모습이나 글로벌 물류 대란이 해소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항만 적체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고 육상 운송을 위한 인력도 부족한 탓이다. 

미국의 항만 적체는 최소 내년 2월까지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를 감안하면 해운 운임이 예년 수준까지 낮아지기 위해서는 2년이 걸릴 것이라는 진단이 힘을 얻고 있다. 

2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해운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9일 4555.21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주(12일)보다 1.17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다. 

세부적으로 미주 서안노선은 3주 연속 상승을 멈추고 보합세를 유지했다. 운임은 전주와 같은 1FEU(40피트 컨테이너 1개 분량)당 6730달러로 집계됐다. 

지중해 노선은 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분량)당 7234달러로 전주대비 27달러 올랐고, 남미 노선은 1TEU당 4달러 상승한 1만135달러로 조사됐다. 

반면 미주 동안 노선은 1FEU당 1만589달러로 전주 1만589달러 대비 174달러 하락했다. 해당 노선은 전주에는 161달러 올랐으나 하락세로 돌아섰다. 

유럽 노선 운임은 1TEU당 7552달러로 전주대비 8달러 내려 3주 연속 하락했다. 중동 노선은 1TEU당 23달러 하락한 3383달러, 호주·뉴질랜드 노선은 7달러 내린 4445달러로 각각 집계됐다. 

SCFI는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9년 10월 이후 지난해 중순까지 2010년 7월 2일 1583.18포인트가 최고치였다. 그러나 지난해 9월부터 유례없는 상승을 시작해 11월 27일 2000포인트, 올해 4월 30일 3000포인트, 7월 17일 4000포인트, 9월 3일 4500포인트 선을 돌파했다. 

급등이 지속된 결과 SCFI는 지난달 8일 사상 최고치 4647.6포인트를 기록한 이후 소폭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극성수기인 3분기를 지나 4분기에는 다소 운임 상승세가 둔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세계 주요 항구에서 물류 병목현상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어 해운 운임이 급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서부 항만의 경우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시간 항만 가동'을 지시한 이후에도 컨테이너 적체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앞으로도 블랙프라이데이 등 연말 쇼핑 시즌이 이어질 예정이라 컨테이너가 더욱 쌓일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국내 해운사 고위 관계자는 "4분기도 전통적 성수기라 물동량이 많아 컨테이너 역시 많이 이동할 수밖에 없다"며 "큰 변수가 없다면 미국의 항만 적체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1월 17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의 항만에 대량의 컨테이너들이 적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스위스 물류업체 퀴네앤드나겔은 10월 말 기준 전 세계적으로 600척 이상의 컨테이너선이 항구 밖에 정체돼 있다고 밝혔다. 이는 연초 대비 두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미국에선 항만 물류 적체 해소를 위해 여러 대책을 활용하고 있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재 미국은 LA항과 롱비치항을 연중 무휴로 운영하고 항구에 컨테이너가 6일 이상 체류했을 경우 컨테이너 한개당 일일 100달러의 벌금을 부과키로 결정했다. 해당 조치로 LA항과 롱비치항에 적체된 화물이 다소 줄어들 것이라는 희망이다. 

그러나 미국 물류 전문업체 아메리칸시퍼에 따르면 LA와 롱비치항에서 5만8900개의 컨테이너가 벌금 부과 대상으로 분류되고 있다. LA항에는 지난주 8만4000개의 컨테이너가 대기 중인데 이 중 4만개가 9일 이상 적체된 물량이라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LA항과 롱비치항에서 2주 이상 하역을 위해 대기하는 선박은 80척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이 벌금 조치로 인한 물류난 해소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게 해운업계 설명이다. 컨테이너 상자를 트럭으로 옮기는 경우엔 9일, 철도로 옮기는 경우엔 6일 이상 대기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선사들이 (물량을) 빼낸다고 해결될 게 아니라 컨테이너 박스를 옮길 트럭들이 부족하고 트럭기사는 물론 항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부족하다"며 "항만 인근 해역에 떠 있는 선박들은 컨테이너 박스가 제대로 회수되지 않아 박스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는 우리나라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서 말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부산에서 미국으로 가는 정기선은 미국까지 통상 2주면 가는데 미국 항만에서 일주일 이상 대기를 하고 있다"며 "왕복으로 6~7주 걸리는데 이마저 지켜지지 않을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항만 물류 적체는 적어도 내년 2월까지 지속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이 같이 항만 물류 적체가 장기화하면 물가가 상승하고 산업생산이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원재료 등을 수입해 제조하는 입장에선 원재료를 받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고 운임도 비싸기 때문에 생산 원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시각에서다. 결국엔 생산을 줄이거나 생산 비용이 오른 만큼 소비자의 가격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시각이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컨테이너 운임 급등이 지속하면 2023년까지 세계 수입 가격이 11% 오르고 소비자 물가상승률도 1.5% 상승시킬 것으로 분석됐다. 컨테이너 운임이 10% 상승하면 미국·유로 지역의 산업생산이 1% 이상 감소하고 중국은 0.2% 위축될 것으로 예상됐다. 

관건은 컨테이너 운임이 언제쯤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복귀할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 덴마크 해운조사기관 씨인텔리전스는 SCFI가 정상화되려면 18~26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과거 하락기간 당시 주간 평균하락률 -0.4~-0.9%를 고려해 추정된 수치다. 

다른 해운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와 유사한 큰 변수가 없다면 해운 운임이 급격히 떨어질 요소가 없다"며 "해운 운임은 차츰 예년 수준으로 낮아지겠지만 상당히 오랜 기간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물류대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11월 10일(현지시간) 도로를 가득 메운 컨테이너 운송용 트럭들이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항의 화물 터미널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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