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서울의 한 시중은행 창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를 보완책 중 하나로 제시했지만, 대출금리 폭등 비판 여론을 의식해 내놓은 궁여지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금리인하요구권이란 이직·승진으로 소득 수준이 높아졌거나 대출 관리로 신용점수를 개선한 경우에 한해 차주가 금융사에 대출 금리를 내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제도다. 겉보기엔 그럴싸해 보이지만 정작 혜택을 보는 금융 소비자들은 별로 없다는 게 문제다.

시중은행의 금리인하요구 수용률(전체 신청 건수 중 실제 인하를 적용받은 비율)은 해마다 줄어들어 30%에 불과한 데다가, 금리인하 요구권은 행사할 수 있는 일부 차주를 대상으로 인센티브 제공하는 제도일 뿐 전체 금융소비자 부담을 줄이는 근본적인 해결책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가이드에 따라 다음 달 중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금리인하요구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시중은행들이 공통으로 적용할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안내·홍보→신청·심사→공시·관리' 등 전 운영 과정에 걸쳐 제도 개선이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고객 맞춤형 알림'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은행 자체적으로 대출 고객 신용등급의 변동을 파악해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은 고객에게 별도로 안내하는 방식이다. 현재는 카카오뱅크(카뱅)가 고객 신용등급 변동을 선제적으로 파악해 금리인하요구권 신청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푸시로 안내 중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위원회가 이달 초 발표한 금리인하요구권 적극 활용 홍보 강화 방안에 포함된 내용들을 시장에서 구현하려면 은행 공동 기준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떻게 안내할 것인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금리인하요구권 신청건수만 늘리는 데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당국이 제도 홍보를 강화하자 금리인하요구 건수는 늘었지만 오히려 수용률과 금리인하액은 급감했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 은행제도팀에 따르면 소비자의 금리인하 신청 건수는 2017년 20만건에서 지난해 91만건으로 약 4.5배 늘어났다. 하지만, 같은 기간 수용률은 61.8%에서 37.1%로 외려 절반 가까이 줄었다. 승진이나 신용점수를 개선한 후 금리인하를 요구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주변에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이유다.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시중은행이 이를 지키지 않아도 불이익을 줄 수 없는 한계점도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4대 시중은행의 금리인하 수용건수(인하액)는 △국민 6797건(56억) △신한 8402건(20억) △우리 5609건(19억) △하나 2073건(49억)에 그쳤다. 당국이 모범사례로 꼽았던 카뱅의 경우에도 건수는 13만6362건으로 압도적이었지만 금리인하액은 30억원으로 턱없이 낮았다. 그러나, 특수은행으로 분류되는 농협은 1만146건(137억), 기업은 3만5025건(113억)으로 건수나 액수 면에서 시중은행과 큰 차이를 보였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금리인하요구권 수용 기준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비대면 신청이 주를 이루는 인터넷뱅킹의 경우 실질적인 개인 금융 소득 데이터 집계가 반영되기 어려워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카드 이용 등 신용정보에 기반해 우대금리 적용과 같은 금리 산정 단계에 대한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만약 수용률을 높인다 하더라도 이번 대출금리 폭등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도 있다. 이미 대출을 받은 상황에서 고신용자에 한해 제한적으로 사용 가능한 권리인 만큼 금융소비자 전체의 부담을 낮출 수는 없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 불만을 가진 사람들 중에는 대출을 앞둔 사람이 많은데 금리인하권은 기존 차주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실질적인 보완책으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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